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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파리 퐁뇌프 다리 위에서 펼쳐진 퍼렐 윌리엄스의 첫 루이 비통 컬렉션. 그 서막을 피아니스트의 거장 랑랑과 교향 합창단이 함께했다. 곡의 이름은 ‘Peace Be Still’. 뉴에이지 장르의 피아노곡으로 퍼렐 윌리엄스가 이번 쇼를 위해 직접 작곡했고, 랑랑이 그 위로 피아노 선율을 더했다. 루이 비통의 새로운 상징이 된 ‘사랑(Lvers)’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부드러운 선율 위로 숭고하고 안온한 사랑의 정신이 깃들었다. 이를 이어받아 오직 흑인으로만 이뤄진 버지니아주 가스펠 합창단 보이스 오브 파이어가 갈무리를 했다. 합창단은 3년 전 넷플릭스 웹다큐 <보이스 오브 파이어>의 주인공으로 퍼렐 윌리엄스와 그의 삼촌 이지키얼 윌리엄스 주교가 함께 이끈 합창단이다. 퍼렐의 훅에 나이브한 소프라노, 알토, 테너의 하모니가 더해진 ‘JOY’ 트랙이 고해성사를 한다. 인류를 환히 밝혀줄 태양에서 모티브를 얻어 전개한 이번 루이 비통의 선한 영향력이 그대로 서려 있는 퍼렐 윌리엄스의 선곡. ‘킹!’ 퍼렐 그 자체였고 세상의 빛을 위한 질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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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KUANZ
산쿠안즈는 이번 시즌 챕터 4 신화 속 ‘여자 거인(Giantess)’을 키워드로 사회 통념을 비판하며 질서와 혼동, 파괴와 창조, 죽음과 재탄생 그리고 다원주의 철학을 컬렉션에 담았다. 인종과 성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는 현대 순수미술 아티스트 아만다 바의 해학적인 그래픽을 활용해 사회 혁명가의 삶과 젠더 플루이드의 흔적을 좇았고, 미국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하이퍼 팝 뮤지션 앨리스 롱위 가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앨리스 롱위 가오는 LGBTQ+, 젠더 이슈에 집중해 세상의 유쾌한 요소를 풍선처럼 부풀려 혁신적인 음악을 발표했다. 끊임없이 귀를 자극하는 신시사이저 멜로디 위로 오토튠으로 과하게 왜곡된 앨리스 롱위 가오의 “이성애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세요!”라는 비명이 룩과 혼재된다. 8비트 칩튠 게임 음악 같은 키치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에너지가 강렬한 음악의 노이즈와 업비트가 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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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SERRE
“전자음악은 결국 미래의 클래식 음악이다”라는 말에 깊게 공감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마린 세르와 피에르 루소다. 이번 시즌 마린 세르는 ‘하트비트(Heartbeat)’를 키워드로 청춘의 밤 문화,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전자음악을 녹여냈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피에르 루소가 이 광란의 파티에 함께했다. 피에르 루소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클로드 아실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 단 하나의 클래식곡만으로 프로듀싱했다. 클래식을 전자음악으로 변주하고 20세기와 21세기를 관철하는 음악 문화, 역사에 대해 논했다. 기술의 발전과 소비주의의 팽배, 미니멀리즘 시대의 도래로 인해 변화한 밤 문화의 시간적 나열과 음악의 시의성을 경험할 수 있다. 촘촘하게 배열된 전자 비트 사이로 밤하늘의 달빛처럼 드뷔시의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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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선보인 2024 봄·여름 컬렉션은 관습적인 테일러드 방식에 도전하며 신체의 완전한 해방을 역설한다. 이에 부응해 DJ 클라라 3000(Clara 3000)의 대범한 선곡이 믹스로 화답한다. 벗어나다(get away), 도와줘(help me), 고립(isolation) 등의 단어가 단속적인 음들로 프라다의 데포지토에 채워진다. 1990년대 인더스트리얼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트랙 ‘Closer’의 가사 속 단어다. DJ 클라라 3000은 나인 인치 네일스의 2집 <The Downward Spiral>앨범 속 사운드트랙 2곡을 믹스했고 ‘Closer’를 포함해 데이비드 보위가 피처링한 ‘A Warm Place’를 플레이했다. 빈티지한 감성의 그루브한 비트 위로 던져지는 드럼의 펀치와 현란한 기타가 부대끼는 소리. 이에 비해 다소 절제된 간결한 가사가 오히려 청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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