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의 가장 아이코닉한 아이템 중 하나인 홀스빗 로퍼가 탄생 70주년을 맞이해 ‘구찌 홀스비트 소사이어티(Gucci Horsebeat Society)’ 전시회를 선보였다. 1953년 처음 선보인 홀스빗 로퍼는 승마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캐주얼하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조디 포스터, 알랭 들롱 등 각 시대의 문화 아이콘들이 착용한 모습은 지금까지 회자되는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문화의 변화에 따라 관능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주되기도 했으며 2010년에 처음 선보인 시어링을 덧댄 슬리퍼 디자인은 홀스빗 로퍼의 또 다른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와 견고한 헤리티지를 갖춘 홀스빗 로퍼를 조명한 이번 전시는 전 세계 10명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함께한 몰입형 전시다. 응용미술에서 디지털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각자만의 관점과 방식으로 해석한 작품들은 선보였다. 컨트리 클럽의 전통을 재해석한 전시 공간은 실제 집과 유사하게 꾸며진 다차원의 하우스로 이뤄졌다. 안뜰에는 러시아 건축가이자 크로스비 스튜디오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해리 누리예프가 홀스빗을 활용한 특별한 파티오를 선보였으며 이탈리아 비주얼 아티스트 안나 프란체스치니는 구찌 아카이브의 아이템을 중심으로 구성한 ‘호기심의 방’을 공개했다. 방 한 켠의 장식장처럼 꾸며진 호기심의 방에서는 빈티지한 오브제들과 다양한 홀스빗 아이템들을 함께 꾸며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안뜰과 이어지는 침실에는 미국 사진작가 찰리 잉그먼의 매혹적인 이미지가 거대하게 자리했다.
이와 함께, 하우스의 역사를 강조한 스위스 아티스트 실비플뢰리의 “1998 installation Bedroom Ensemble II”를 만날 수 있었다. 플뢰리의 작품은 전시를 위해 디자인한 새로운 홀스빗 패턴 벽지와 함께 구찌 1995 가을 겨울 컬렉션에 등장했던 톰 포드의 레드 홀스빗 펌프스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연출했다. 메인 갤러리 공간은 극장식 다이닝 룸처럼 꾸몄다. 미국 조각가 피터패터는 홀스빗 로퍼를 신고 있는 사람들의 다리를 테이블 아래에 뺴곡하게 장식해 초현실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더 안으로 들어서면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볼레이드 반조가 홀스빗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네마 룸이 등장한다. 이곳에는 은은한 조도의 조명이 함께 장식돼 있었는데 이는 한국 작가 이규한의 작품이다. 그는 한지 종이 공예 전통을 바탕으로 홀스빗을 재해석했으며, 관객들은 오직 빛의 조각들만 존재하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마주했다.
밀란 패션 위크 기간과 맞물린 덕분에 구찌의 2024 봄/여름 남성 컬렉션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이 공간은 그래픽 디자이너 에드 데이비스가 맡았다. 그는 이번 컬렉션과의 메타 컨버세이션을 표현하기 위해 유쾌한 콜라주가 돋보이는 벽지를 활용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든 곳을 벽지로 뒤덮은 공간에서 마네킹을 통해 구찌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었다. 패션과 예술, 시청각 요소를 결합한 다채로운 재해석을 통해 홀스빗 로퍼의 헤리티지를 깊숙이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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