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르가 링귀니
프로의 파스타는 매뉴얼과 숫자의 게임이다. 쿠촐로는 건면 기준 삶는 데 7분, 팬 위에서 6분을 더 쓴다. 그 안에 모든 조리 절차가 끝나야 한다. 그래서 파스타 면을 넣자마자 가열한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주키니를 굽는다. 주키니를 굽는 팬에 마늘을 더해 향을 올리고, 화이트와인을 한 바퀴 돌려 잡내를 지우고 와인 향을 더한다. 그동안 면수의 염도 체크도 계속하며, 짭짤한 면수를 계속 넣는다. 면이 익으면 천천히 볶아주다가 시간이 되면 접시로 옮긴다. 구운 잣가루, 말린 숭어 알인 보타르가를 차례로 뿌린다. 이 모든 과정을 하루에 수십 번 하면서 계속 맛있게 만든다. 그게 프로의 기술이다.
시저 샐러드
시저 샐러드는 밑준비를 해두면 손 갈 일이 많지 않다. 로메인에 소스를 바른다. 그 위로 삶은 닭 가슴살, 갈아낸 구운 올리브, 조각낸 구운 베이컨, 삶은 달걀노른자 가루를 차례로 올린다. 이 모든 밑준비는 가정에서 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노동이다. 직접 소스를 만드는 것, 블랙올리브를 말리고 가루로 갈아두는 것, 베이컨을 구웠다 말린 뒤 조각을 내는 것, 반숙 달걀을 치즈처럼 갈아 만드는 것. 고급 레스토랑 요리의 디테일이다.
챠긴 즈시
챠긴 즈시 역시 밑준비 절차가 상당하다. 절차뿐 아니라 규칙도 상당하다. 달걀 지단에 들어가는 소금과 설탕의 양도 정해져 있다. 회를 썰어서 밥 위에 얹는 만큼 횟감을 썰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도 필요하다. 물고기도 달걀도 현대사회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이런 모양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제철 과일 티라미수
디저트가 왜 비싼지는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 준비해야 할 것과 조리 현장에서 할 것, 매뉴얼 숙지와 현장에서의 예민함, 디저트를 만들 때는 이 모든 게 필요하다. 크림을 준비하고, 빵을 만들고, 준비물에 일일이 크림을 발라두고, 제철 과일을 반으로 썰어두고, 일부는 시럽처럼 만들어두고, 과일을 층층이 쌓고, 그 위로 또 빵을 올리고 크림을 올리고 이걸 반복해야 티라미수 하나가 나온다. 비쌀 만하지 않은가?
복숭아 초콜릿 봉봉
초콜릿 만들기는 공기와 온도와의 싸움이다. 공기가 빠져나가면 부드러워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굳는다. 온도에 따라 초콜릿이 액체와 고체를 오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최적의 모양을 잡아야 한다. 초콜릿 봉봉의 셸을 잘 만들고, 그 안에 초콜릿과 내용물을 채우고, 바닥까지 깔끔하게 붙여주면 진주처럼 빛나는 초콜릿이 만들어진다. 스위스는 정밀 시계와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섬세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왜 시계와 초콜릿이 한 나라에서 발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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