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에 내린 비로 때아닌 돌풍이 불어오던 날, 루이 비통 2023 프리폴 여성 컬렉션이 열렸다. 이번 패션쇼는 2023~2024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해외 관광객과 서울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로 진행했다. 덕분에 서울 곳곳에 설치된 LED 스크린을 통해 잠수교 아래서 펼쳐진 모델들의 행진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하우스 최초의 프리폴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도 뜻깊지만, 서울의 상징인 한강 잠수교를 무대로 선정해 쇼가 열리기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의 저력을 세계에 알린 황동혁 감독이 무대연출을 담당해 우리에게 익숙한 잠수교가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호화로운 셀러브리티와 각국에서 몰려온 취재진의 입장이 끝나자 파란 불빛만이 드리운 잠수교에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호남 농악 가락이 기세 좋게 울려 퍼졌다.
흩날리는 머리카락, 눈 주위를 붉게 칠한 메이크업은 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모델 최소라가 등장하자 다시 한번 국악 선율이 흘렀고, 피날레에선 푸른빛을 머금은 분수가 폭포처럼 쏟아지며 봄날의 환영 같던 쇼가 마침내 끝을 맺었다.
이와 함께 루이 비통 앰배서더 정호연은 마치 지하 벙커처럼 보이는 터널 속을 걸어 나오며 쇼의 막을 올렸다. 그를 필두로 모델들이 기나긴 다리 위를 줄지어 걸어 나왔는데 산울림의 ‘아니 벌써’, 펄 시스터즈의 ‘첫사랑’,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등 한국 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브랜드의 고유한 철학인 여행을 핵심적인 가치로 삼은 컬렉션은 윈드브레이커와 보일러 수트, 모토 재킷 같은 스포티한 요소에 우아한 프랑스 고전주의를 결합해 캐주얼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였다. 대부분 편안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이었지만, 거의 모든 룩에 과장된 버클 장식 벨트, 메탈 소재의 플라워 벨트를 함께 스타일링해 룩에 긴장감을 더했다.
이전보다 일상적인 스타일에 팝 컬러를 활용하고 모노그램으로 만든 격자무늬, 각기 다른 질감의 가죽을 섞어 색다른 변주를 담은 것도 눈에 띄었다. 루이 비통은 세계적인 랜드마크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며 문화유산을 향한 경의를 표해왔다.
특히 서울은 6백여 년에 달하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인 요소가 한데 녹아 있어 시대를 초월한 가치와 창조적인 비전을 제시해온 브랜드의 궤적과 닮아 있다.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자 서울의 정서가 담긴 한강에서 개최한 쇼에 이어,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다채롭고 긴밀한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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