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은 책을 읽고 있었다.) 어떤 책 보고 있었어요?
<운 좋은 사람들이 꼭 지키는 33가지 룰>이요. 유튜브에서 책을 추천해서 사봤어요. 저는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좋아하는데, 이것도 그냥 읽기는 좋아요.
(책은 조금만 읽은 듯 초반부에서 접혀 있었다.) 지금 읽은 정도면 33가지 룰 중 첫 번째 룰이겠네요. 오늘 읽기 시작해서요.
오늘 아침에 책 하나를 다 읽어서 새 책을 들고 나왔어요. 책 보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하는 게 별로 없어요. 원래는 소설만 읽다 최근에 자기계발서를 읽기 시작했어요.
그 책은 어떤 책이었나요?
<백만장자 시크릿>이었어요. 돈 벌고 싶어서 본 건 아니고,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이 써놓은 글을 보고 읽게 됐어요. 그분은 이 책을 보는 순간 책이 깨끗해지지 않았대요. 밑줄을 너무 많이 쳐서요. ‘이런 책이 있나’해서 봤는데 저도 그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보면 이렇게 부풀어 있어요. 하도 접어서. 그 책은 돈이 아니라 다른 게 우선이라고 하더라고요.
뭐가 우선순위라고 하던가요?
마인드요. 완전히 자기한테만 집중하는 거요. 그런 에너지도 전염되니까, 본인부터 좋은 에너지를 가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다고 했어요. 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마인드, 삶을 사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좋았어요.
저도 책 보는 걸 좋아해서 여쭤보았어요. 저는 운동을 책으로 배웠어요.
맞아요. 저 대학생 때는 진짜 정보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유튜버들이 운동 책도 많이 내면서 좋아진 것 같아요. 저도 샀어요.
운동 좋아하시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전직 네이비실 교관이 낸 맨몸운동 책이에요. 동작마다 해부학적 일러스트를 그려놓아서 내가 운동할 때 어느 부위를 자극해야 제대로 하는지 그림으로 설명해요. 스케줄 소화하다 보면 운동하기 열악한 환경도 있을 텐데, 그런 책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너무 솔깃한데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는데 혼자 하다 보니 다친 적도 있어서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읽어주세요. 송강 님 같은 분이 책을 읽는 모습이 알려지면 한국의 독서 시장 전체가 송강 님께 감사하게 될 겁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에는 촬영만 해요. 쉴 때는 일어나서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요. 그냥 멍하니 있다가 헬스장 갔다 와서 책을 읽어요. 그러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유튜브에서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헬스 영상도 보고, 또 저녁에 다시 책 읽고 대본 읽어요. 집에서 잘 안 나가요.
매일 운동하고, 동기부여 영상 보고, 초면에 실례지만 바른 젊은이네요. 최근에 산 물건은 있습니까?
소소한 화장품류 정도만 샀어요. 요즘에는 소비를 많이 줄였어요. 작년에 이것저것 샀는데 짐이더라고요. 올해부터 정말 잘 활용할 수 있는 것들만 사려 해요.
젊은 나이에 많은 걸 깨달았네요.
나이치고는 조금 바빠서요.
바쁘게 계속 작품을 택하며 연기를 해오셨죠.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요?
기준은 항상 새로운 거예요. 모험을 하고 싶어요. 제가 안 해본 것, 안 해본 말투, 안 해본 상황, 그런 것들이 끌리더라고요. 안정성도 좋지만 항상 새로운 걸 배우고 시도하는 게 끌려요.
새로운 걸 시도할 때 불안하거나 겁이 나지는 않나요?
촬영 전날이나 전전날 ‘이걸 시도했다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감정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막상 하고 나서 보면 정말 잘했다고 느껴요. 모니터를 보면 새로운 헤어스타일링 등을 할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보람차요.
작품을 택하고 연기를 하면서 ‘이 배역을 하며 내가 성장한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나 에피소드도 있나요?
매 순간 배우고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장에 가요. 그래서인지 항상 드라마가 끝나면 뭔가를 배우더라고요. <좋아하면 울리는>을 했을 때는 주인공의 무게에 대해 배웠어요. <스위트홈>을 할 때는 감독님께서 제게 가끔 연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그 얘길 들으며 삶의 태도도 조금 달라졌어요.
그럴 때는 무엇을 배우나요?
현실적인 말투, 자기 말로 해도 된다는 걸 배웠어요. 선배들 보며 연기할 때는 뭔가 꾸며야 할 것 같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 준비하는 역할도 특정한 방향성이 있어서, 그 방향성을 따라야 하나 고민이 들어 선배에게 여쭤봤어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이미 방향이 들어 있는데 굳이 또 그럴 필요가 있겠냐”는 대답을 들었어요. 그 선배 덕에 한 번 더 배운 셈이에요. 그 반복인 것 같아요.
저는 연기나 배우 일을 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사자 입장에서도 연기는 알다가도 모를 일 같습니다. 궁금하거나 답을 얻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별걸 다 물어봐요. 같이하는 선배가 되게 자연스럽고 멋있으면 가서 물어봐요. 어떻게 해야 대사를 더 빨리 외우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전달하는지도요. 직설적으로 먼저 묻는 편이에요. 그런 말들을 다 집에 가서 써놓거든요. 그 말들이 어느 순간 통합될 때가 있어요. 그런데도 확실하지는 않아서 매 순간 고민하죠.
그렇게 고민도 많이 하는 연기의 어떤 게 제일 재미있나요?
제가 집에만 있는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요. 연기를 하면서 상대 배우와 함께하는 게 직업이에요. 그때 하는 이야기도 대화잖아요.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말을 지어낼 필요도 없이 제가 할 말들이 대본에 나와 있죠. 저는 평상시에 말을 별로 안 하기 때문에 말을 잘 못하는데, 대사에는 멋있는 말들이 그냥 쓰여 있어요. 그 말들로 대화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고요.
말을 잘 못한다고 했지만 지금 말씀 너무 잘하는데요. 지금도 앞으로도 활동을 많이 할 텐데,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 송강 님의 동기부여는 무엇인가요?
동기부여라기보다는 그냥 제 안에 있는 기둥 같은 생각을 크게 만들려고 해요. 모든 걸 다 담을 수 있는 접시 같은 마인드를 갖고 싶어요. 그게 동기부여가 돼요.
‘모든 걸 다 담는다’는 건 어떤 배역이든 맡고 싶다는 뜻일까요?
배역이나 다른 것들도 포함되겠죠. 물질적인 게 될 수도 있고 배움이 될 수도 있고, 감독님의 디렉팅이 될 수도 있고요.
저는 보시다시피 잡지 에디터가 직업입니다. 이 일을 하고 싶어서 하게 되어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만, 저도 사람이니 가끔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배우님도 혹시 ‘오늘은 좀 아닌데’ 싶은 날도 있습니까?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요?
그럴 때는 그냥 계속 마음속으로 외쳐요. ‘해야 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잘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지.’ 그냥 계속 그런 생각으로 외치는 것 같아요. 가슴에 손 대고.
동시에 일이 잘되면 아주 기쁠 때도 있죠. 송강 님은 언제 일에서 기쁨을 느끼나요?
저는 촬영을 하고 집에 왔는데 장면이 기억에 남을 때요. <스위트홈>을 예로 들어보면 어려운 장면도 있었어요. 와이어 장면도 많고, 액션도 많고, 감정 신도 많고요. 촬영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 그 신을 연기했던 제가 떠오르거든요. 그때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되게 뿌듯해요. 그 순간이 즐겁기도 하고 보람되기도 하고요.
와이어 액션 하면 무섭지는 않나요? 저는 되게 무서울 것 같은데.
엄청 무서워요.(웃음) 한 번은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어요. 와이어가 올려줄 때는 뒤에서 잡아주니까 안정감이 있는데, 높은 곳에 도착하면 와이어의 힘을 풀어야 해요. 높은 곳이니까 엄청 흔들리고, 와이어도 없는 느낌이고, 그때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렇게 무서운 연기도 하지만, 예전 인터뷰를 찾다가 송강 님께서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한 시간에 대해 말씀하는 걸 봤어요. 배우든 잡지든, 흔히 ‘크리에이티브’ 직군은 일을 시작할 때 미래가 확실하지 않죠. 그때 계속 힘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요?
안 좋은 일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24세에 데뷔할 때 ‘부정적인 생각 하지 말고 나는 어차피 이 일을 할 거니까 그냥 여기서 더 발전시켜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문을 계속 소리 내서 읽었고요. 그런 마인드로 계속 왔어요. 그렇게 한 달쯤 신문을 읽고 오디션 7개를 봤더니 거의 다 최종까지 갔어요. 그런 발전이 너무 재미있었죠. 저는 (발전을) 못 느꼈지만 어쨌든 결과가 나왔으니까 효과가 있나 보다 싶어서 더 재미를 찾게 됐고요. 그냥 계속 발전만 생각했어요. 안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성공하고 보니 배우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권할 만한 일인가요?
이 일은 너무 재미있지만 감정적인 소모가 큰 일이기도 해요. 저는 이야기한 것처럼 계속 달려왔지만 여러 이유로 그럴 수 없는 상황도 있고요. 계속 연기를 한다는 건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니까, 연기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응원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답하기 쉽지 않네요.
동감합니다. 송강 님은 살아남아서 성공했어요. 스스로가 잘된 비결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꾸밈없는 것, 최선을 다하는 것. 저는 ‘그냥 나를 보여줘야겠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고 자신 있어 보이고 좋았다고 해주셨어요.
인상적인 말씀이네요. 올해 목표가 있나요? 삶에서 장기적인 목표도 있나요?
지금 작업하는 드라마를 후회 없이 하는 것. 계속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는 것. 장기적으로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장르물이라면 그 분야를 생각했을 때 제가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해본 것 중에서는 어떤 장르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던가요?
장르라기보다는, <스위트홈>을 할 때 현수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어려우면서도 마음이 갔어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현수가 표현되는 것 같았어요. <스위트홈>을 할 때 가장 편안했어요.
책 좋아한다고 했으니, 캐릭터를 구축하고 해석할 때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나요?
책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연기를 찾곤 해요. 그것도 어제 선배와 이야기하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연기를 하기 때문에 네가 따라 할 수 없다. 참고도 될 수 없다. 그냥 너로서 계속 무언가를 하고 네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어요. 캐릭터 분석을 할 때는 그 캐릭터의 슬픈 면을 보려 해요. 그 캐릭터의 행동에는 그 슬픔이 깔려 있을 테니까요.
여러 사람의 기억 속에 남을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나빌레라> 할 때 나문희 선생님께서 “맑고 순수한 모습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지 않을까요. <운 좋은 사람들이 꼭 지키는 33가지 룰>에도 맑고 순수한 사람이 운이 좋다고 쓰여 있어요.
너무 좋은 말이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촬영 끝나고 집에 가면 뭐 하실 거예요?
치킨 먹기요. <백만장자 시크릿>을 보면 ‘원 씽’이란 말이 나와요. 사람은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고, 하루에 한 가지씩만 하는 효율이 필요하대요. 두 가지를 해도 두 가지 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거죠. 그래서 오늘 할 일은 먹는 겁니다.
그럼 진짜 마지막 질문입니다. 튀긴 치킨, 구운 치킨?
튀긴 치킨.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프라이드치킨.
인터뷰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아, 운동 책 제목 알려드려야죠. <네이비씰 피트니스 교과서>입니다. (책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지금 절판되어 책값이 올랐네요. 최저가 7만원이에요.
음 사고 싶네요. (인터뷰 원고 작성 중 찾아보니 7만원에 팔던 <네이비씰 피트니스 교과서>는 팔린 상태였다. 송강이 샀는지는 알 수 없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