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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몽블랑은 브랜드의 이름이기도 한 몽블랑산에서 모티브를 얻은 시계를 대거 출시했고, 부스에서도 그 사실이 잘 드러나도록 노력했다. 뒤에 보이는 건 몽블랑산의 실루엣을 그린 그림이다. 앞에 보이는 건 천장에 매달아둔 거대한 펜촉 모형 조형물이다. 시계 분야에서 몽블랑은 도전자지만 만년필 분야에서 몽블랑은 절대 강자다. 펜촉을 보면 ‘아 맞아, 이런 걸 하는 회사였지’라는 생각이 든다. 부스 구성은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흰색 톤에 거슬리는 장식이 없다. 부스 곳곳에 신제품 시계를 전시해 박람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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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워치스 앤 원더스가 SIHH라는 이름의 박람회일 때부터 까르띠에는 가장 크고 화려한 부스를 꾸며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부스 면적부터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컸고, 인테리어의 화려함 역시 브랜드의 위용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마찬가지. 까르띠에는 보통 브랜드의 2배가 넘는 면적의 부스에서부터 전시회장을 압도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면 다양한 신제품을 만날 수 있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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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C
이번 박람회의 가장 좋은 자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띈 부스 중 하나다. 멀리서부터 올해의 대표 신제품 인제니어의 빈티지 일러스트를 크게 걸어둬서 안 보일 수가 없었다. 내부는 1970년대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깔끔하게 꾸몄다. 디자인 가구나 메르세데스-벤츠의 콘셉트카 등으로 당시의 미래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옛날 분위기 사이로 IWC 시계 신상품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각종 원재료 등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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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랑에 운트 죄네
A. 랑에 운트 죄네는 매년 자신들이 중점적으로 소개하려는 시계의 초대형 모형을 만든다. 부스를 왔다 갔다 하면서 그 모형만 봐도 ‘올해는 저 시계가 중요하구나’라는 걸 알 수 있다. 2023년은 새로 나온 오디세우스 크로노그래프의 초대형 모형을 만들었다. 시계 애호가나 저널리스트들은 저 앞에서 기념사진도 많이 촬영한다. 모형 근처에 올해 신제품이 놓여 있다. 모든 브랜드가 해마다 다른 인테리어 테마를 선보이는데, 매년 거의 비슷한 부스를 만드는 것도 대단한 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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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클리프 아펠
브랜드 부스를 조도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다. 자사의 고급 시계를 보여주어야 하니 대부분 부스를 밝게 유지하는 가운데 몇몇 브랜드는 조도를 어두침침하게 설정한다. 주로 제품에 신비로운 오라를 주고자 하는 보석류 브랜드 중 어두운 조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반 클리프 아펠 부스가 어두웠다. 낮은 조도 사이에 보석 쇼케이스에는 강한 핀포인트 조명을 주어 제품이 빛나 보이게 했다. 기둥에 주렁주렁 매달린 건 베네치아산 유리 공예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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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라이
시계는 기본적으로 작은 물건이기 때문에 브랜드 부스에서 어떤 소품을 활용해 어떤 분위기를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파네라이는 범선의 돛을 응용한 부스 인테리어를 선보였다. 범선의 돛 사이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줄 물건들을 배치하고, 그 사이에 파네라이의 신제품 시계들을 전시하는 방식이었다. 오래된 선박 엔진, 고급 요트에 쓸 목재를 활용한 쇼케이스, 그 사이에서 올해 신제품인 라디오미르를 전시한 쇼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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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박람회장은 내부가 건조해서 몇 시간 있다 보면 목이 칼칼해진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 먼지의 양도 적지 않을 테고, 그래서 많은 참가자들이 실내 건조를 호소한다. 그 면에서 예거 르쿨트르의 부스는 특정 브랜드 홍보를 뛰어넘는 공익적 실천을 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이번 박람회에서 유일하게 부스 안에 분수를 설치해 본의 아니게 실내 습도 유지에 기여했다. 분수를 중심으로 그 주변부에 올해의 멋진 신제품들이 쇼케이스 속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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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샤넬과 더불어 꾸준히 고급 시계 박람회에 참석하는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는 고급품의 규칙을 알면서도 시계 회사보다는 유연한 접근법으로 시계를 만드는데, 이런 경향은 에르메스 부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에르메스는 키네틱 아트 작품 사이 곳곳에 신제품 시계를 전시했다. 보통 유리 쇼케이스 속 시계와 달리 에르메스 시계는 대부분 직접 만져볼 수 있다는 점도 특별했다. 다만 키네틱 아트 작품 중에서는 바닥에 놓인 것도 있어서, 안전요원들이 계속 작품을 밟으면 안 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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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지금부터 소개하는 브랜드는 제네바가 아닌 바젤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에 참석하던 브랜드들이다. 바젤에서 열리던 1백 년 역사의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가 2019년을 끝으로 운영을 중단했고, 기존의 SIHH 박람회가 2022년부터 ‘워치스 앤 원더스’로 이름을 바꾸면서 바젤월드에 참가하던 일부 브랜드가 제네바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롤렉스를 비롯한 몇몇 부스는 바젤 시절과 똑같이 생겼다. 바젤월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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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더
롤렉스의 자매 회사인 튜더는 바젤월드 시절부터 롤렉스 바로 옆에 부스를 꾸렸다. 롤렉스와 튜더의 차이는 부스 분위기와 개방성에서도 느낄 수 있다. 롤렉스 부스는 외벽 쇼케이스에서 시계를 볼 수만 있다. 안으로 들어갈 사람들은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한다. 튜더는 그에 비하면 엄청나게 개방적이다. 유리 없이 만져볼 수 있는 실물도 많고, 부스 안까지 들어가서 볼 수 있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물건도 많다. ‘롤렉스로 할 수 없는 걸 튜더로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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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많은 패션 하우스가 시계를 만들지만 고급 시계 박람회의 일원으로 참가까지 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반대로 패션 하우스가 고급 시계 브랜드 박람회에 참가하면 보통 시계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계에 접근하기도 한다. 샤넬이 그런 경우다. 샤넬은 이번에도 어떤 시계 브랜드와도 다른 부스를 선보였다. 마네킹들이 시계를 차고 있었고, 그 사이로 2023년 신제품 캡슐 컬렉션인 인터스텔라 컬렉션이 곳곳에 자리했다. 샤넬만의 창의성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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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이어
시계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시계보다 큰 물건들을 활용해 제품 이미지를 드러낼 때가 많다. 자동차는 시계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좋은 물건이다. 고성능 차도 많고, 특정한 차가 특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다.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도 자동차를 전시한 브랜드가 많았고, 태그호이어도 그중 하나였다. 태그호이어는 까레라 출시 60주년 기념에 맞추어 빈티지 포르쉐를 전시했다. 이외에도 까레라 60주년 별도 로고를 곳곳에 배치해 분위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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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 필립
올해 워치스 앤 원더스는 통로 기준으로 왼쪽이 구 SIHH 브랜드, 오른쪽이 구 바젤월드 참가 브랜드로 배치되었다. 구 바젤월드 참가 브랜드 중 가장 좋은 자리에는 파텍 필립, 쇼파드, 롤렉스가 있다. 이 브랜드들은 늘 똑같은 인테리어에 부스에서 차지하던 자리도 같았다. 파텍 필립 부스도 마찬가지다.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다. 밖에서 시계를 볼 수 있다. 약속을 잡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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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드
박람회장도 그 분위기가 반영된 듯 구 SIHH 참여 브랜드와 구 바젤월드 참여 브랜드는 아예 공간 구획이 다르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바닥 카펫 색이 달라서 들어가면서부터 ‘여기는 다른 구획이구나’ 싶다. 쇼파드 역시 바젤월드 시절부터 가장 좋은 자리에서 위용을 뽐내던 고급 시계 브랜드다. 내부로 들어가면 특유의 원목 장식 등 쇼파드만의 요소가 계속 이어진다. 명품의 조건은 일관성과 연속성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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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펙
지금부터 소개하는 두 브랜드는 앞선 브랜드들보다는 작은, 독립 고급 시계 브랜드에 가깝다. 이런 브랜드 구경이 시계 박람회에 가는 재미이기도 하다. 차펙은 제네바의 소규모 고급 시계 브랜드로, 최근 눈에 띄는 고급 시계를 출시하고 있다. 부스는 작은 대신 훨씬 친근한 분위기다. 대형 브랜드는 마케팅 등 여러 분야의 프로가 모인 분위기라면, 여기는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더 활발하게 만나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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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페리에
로랑 페리에는 최근 한국에도 매장을 낸 고급 독립 시계 브랜드다. 독립 시계 브랜드답게 대형 브랜드들이 간과하는 부분까지 공을 들이고, 그럼에도 묘하게 소박한 느낌이 난다. 독립 시계 브랜드 특유의 소박한 느낌은 부스로도 이어진다. 부스 근처에 갔을 때부터 조금 더 여유로운 느낌이 들고, 시계 주변을 둘러싸고 서 있는 사람들도 ‘럭셔리인’이라기보다는 ‘시계인’ 느낌이다. 스위스 시계는 먼지 한 톨 안 묻을 듯한 분위기지만, 이런 독립 시계 부스를 보면 결국 실제 사람들이 모여 만들고 사고파는 곳이라는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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