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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름 딜레인이 그려 나가는 세계

루이 비통이 선택한 콜름 딜레인은 누구인가?

UpdatedOn February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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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 S/S 경매 작품 ‘THE GIRL THAT BREATHES LIFE INTO THE INANIMATE’. 2 2023 S/S 경매 작품 ‘FLOWERS FOR A STRANGER’. 3 고등학교 때 판매한 티셔츠 ‘BOTS: Brick Oven T-Shirts’. 4 2023 F/W KIDSUPER 코미디 쇼 ‘FUNNY BUSINESS’. 5 콜름 딜레인.

1 2023 S/S 경매 작품 ‘THE GIRL THAT BREATHES LIFE INTO THE INANIMATE’. 2 2023 S/S 경매 작품 ‘FLOWERS FOR A STRANGER’. 3 고등학교 때 판매한 티셔츠 ‘BOTS: Brick Oven T-Shirts’. 4 2023 F/W KIDSUPER 코미디 쇼 ‘FUNNY BUSINESS’. 5 콜름 딜레인.

지난 1월 10일, 루이 비통은 다가올 2023 F/W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 키드슈퍼의 설립자, 콜름 딜레인이 이번 시즌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난 이후 많은 사람들은 그의 뒤를 이을 새로운 디렉터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루이 비통은 게스트 디자이너와의 합작을 선택했다. 디올을 포함한 LVMH 소속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게스트 디자이너를 초대하여 컬렉션을 선보였으나 루이 비통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시도인 만큼 그에 따른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 루이 비통이 선택한 콜름 딜레인은 많은 언론과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번 남성 시즌 가장 뜨거운 감자로 언급되었다. 과연 그들이 선택한 콜름 딜레인은 누구인가?

그는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 키드슈퍼를 설립한 디자이너다. 13세 때 슈프림 같은 트렌디한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것’보다, 옷을 만드는 창작자에게 자극받고 자신만의 옷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14세 때 티셔츠를 스크린 프린트하기 시작했고, 이후 고등학교 때 ‘BOTS: Brick Oven T-Shirts’라고 부르던 자신의 티셔츠를 처음으로 판매했다. 놀라운 건, 지금까지도 그는 공식적인 디자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엔 유튜브와 구글을 통해 옷 디자인 방법을 독학했다고. 딜레인은 뉴욕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했다. 브랜드 초기에는 대학교 기숙사 방에서 키드슈퍼의 옷을 판매했다. 침실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칠하고 스트리트웨어 매장으로 개조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대학 기숙사에서 쫓겨나 본인만의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수상 경력에 빛나는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 음악 작업 등 그 후로도 꾸준히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보여오던 그는 2018년 브랜드 ‘키드슈퍼’를 공식 론칭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인 기량을 뿜어내는 그는 실제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을 옷 위에 페인팅으로 표현했다. 키드슈퍼의 옷은 대부분 딜레인의 작품을 위한 도화지였다. 선명한 색감의 페인팅 그래픽, 독특한 패치워크 디자인의 바지 등 아트를 접목한 재치 있는 디자인은 키드슈퍼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그너처가 되었다.

이후 그는 2021년 S/S 시즌 처음으로 파리 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자리를 얻는다. 팬데믹으로 디지털 쇼가 성행하던 당시, 클레이메이션을 이용한 가상의 애니메이션 런웨이를 선보였다. ‘Everything’s Fake Until It’s Real’이라는 제목으로 살바도르 달리, 나오미 캠벨, 스티븐 호킹, 펠레의 얼굴을 한 미니어처 인형들을 런웨이에 세웠다. 이 쇼는 초기 라프 시몬스의 비디오 컬렉션과 엘사 스키아파렐리의 초현실주의적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연출이라며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재치 있는 라이브 경매장을 재현한 2023 S/S 프레젠테이션은 그의 야심 찬 런웨이 쇼 중 하나다. 그의 유화 작품 23점을 런웨이와 동시에 실제 경매로 내걸며 패션과 아트, 그리고 관중의 참여를 결합한 방식이다. 경매장에 이어 다음 시즌, 키드슈퍼는 우리를 스탠드업 코미디 쇼로 초대한다. 웃음기 없는 근엄한 분위기의 전형적인 런웨이와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뉴욕 출신인 딜레인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사회 풍자 코미디 쇼에는 모델 타이라 뱅크스의 진행 아래 코미디언, 배우, 가수 등 유튜버들이 출연했다. 모든 출연진이 키드슈퍼의 컬렉션 룩을 입고 등장해 패션계의 가십을 노골적으로 풍자한다. 한때 딜레인이 루이 비통 플래그십 매장 대기 라인에서 티셔츠를 팔던 과거도 언급되는 등 스탠드업 코미디 특유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졌다. 이런 천재적인 유머를 겸비한 콜름 딜레인은 신예 디자이너들의 등용문인 2021 LVMH 프라이즈에서 준우승에 해당하는 ‘칼 라거펠트’ 상을 거머쥐며 버질 아블로와 인연을 맺었고, 1년간의 멘토십를 거쳐 결국 루이 비통 초대 디자이너로 선택됐다. 그렇게 그는 오프화이트의 후계자 이브라힘 카마라와 비주얼 디렉터 리나 쿠초브스카야와 함께 컬렉션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딜레인이 함께한 루이 비통의 세계도 역시 다채로웠다. 다양한 색감, 마구 그린 듯한 그림과 조형 작업으로 가득 채워진 방이 런웨이로 변신했으며, 모델들은 방 구석구석을 누비며 벽에 낙서를 하고 곰 인형을 집어던지는 등 어린 시절의 향수를 소환하는 연출이 그려졌다. 컬렉션 역시 그의 동화적 호기심과 욕망을 풀어내며,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식 스트리트 감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듯 자유롭고 발랄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하얀 티셔츠에서 시작해 루이 비통 캔버스 위에 맘껏 발산하게 된 것이다. 그토록 고대하던 맨즈 라인의 새로운 디렉터로 퍼렐이 임명된 지금 콜름 딜레인과 루이 비통의 인연이 계속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가 이끄는 키드슈퍼는 앞으로 더욱 더 주목받아야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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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하예지
Cooperation 인스타그램, 루이 비통, 키드슈퍼

2023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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