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첫인상이 기억나요?
장승조(이하 장) 영화 <해치지않아> 촬영장이었어요. 소라 씨가 당시 제 얼굴에 반창고를 붙여주고, 잘 챙겨줬어요.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에 친절함까지 갖춘 배우구나 생각했어요.
강소라(이하 강) 저는 이번에 함께한 드라마 <남이 될 수 있을까> 촬영 전, 처음으로 모든 스태프, 배우가 식사하는 자리에서 승조 오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분위기를 편하게 해주려 노력하는데, 좋은 사람 같았어요.
겪어보니 첫인상과 비슷한 사람이던가요?
강 비슷한 것 같아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요. 오빠는 얼굴선도 진하고 강렬한 인상인데, 차분한 성격이구나 했죠.
장 예상보다 수더분한 사람이라는 게 다른 점이에요. 일상적인 얘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졌죠.
로맨스 드라마 상대역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땠나요?
강 친구를 사귀는 것과 비슷했어요. 가까워질수록 친구의 입맛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려하거나 맞춰가는 과정.
장 드라마의 흐름과 비슷하게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부쩍 조심스럽다가, 극에서 점점 캐릭터의 전사 과정이 펼쳐지며 알아가는 것처럼 더 편한 사이가 돼가요.
드라마에서 강소라 씨는 오하라 역을, 장승조 씨는 구은범 역을 맡았어요. 상대역을 소개해줄래요?
강 은범은 하라의 전남편이에요. 뻔뻔한데 귀여운 남자랄까. 스마트폰에 ‘망할 놈’으로 저장해둔 사람이고요.(웃음) 하라는 스타 변호사인데, 그가 열심히 사는 원동력은 은범보다 멋지게 살겠다는 마음이에요. 은범을 만난 세월을 삶에서 유일한 흑역사이자 트라우마로 꼽아요.
장 은범은 하라를 ‘온실 속 화초’라고 생각해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부모 만나 탄탄대로를 걸어온 인물이거든요. 은범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고요. 드라마는 두 사람이 이혼 후 서로 잘 살다, 다시 마주하고 묻어둔 마음이 꿈틀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뤄요.
그래서 하라와 은범은 남이 될 수 있나요?
강 하하하. 남이 되어도 남이 아닌 것 같고, 헤어졌어도 서로의 소식에 완전히 쿨하진 못할 것 같네요.
장 연애하다 헤어진 게 아니라, 1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사람과 이혼했으니까. 그래서 저는 이 드라마의 제목이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대본을 받고, 각자 맡은 캐릭터를 어떤 인물이라 이해하고 연기했나요?
장 은범에게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전부인과 자기 후배의 소개팅을 주선하고, 전부인의 직장에 입사도 해요. 이혼 후 위자료만 보낸 후 연락도 안 하고 지내던 사이거든요. 일단 대본이 재밌고, 캐릭터가 흥미로우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배우로서 그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보자고 생각했죠. 그랬더니 12년간 함께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강 하라는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에요. 반면에 프로답고 강해 보이지만 툭 치면 눈물이 흐를 것처럼 위태로운 사람이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그래서 은범에게 의지했을 것 같아요.
출연 제의를 받으면 도전 정신과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중 어느 편에 속하나요?
장 두 가지 중에서는 도전 정신. 쉽게 잘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안 해요.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은범은 잘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 저만의 독특한 출연 결정 방법이 있어요. 대본을 보고, 이 대본을 받은 배우가 1백 명이라면, 그중 이 역할을 잘 표현할 사람이 과반수가 되겠다 싶으면 안 하는 편이에요. 하라 역에 끌린 건 그와 주변 관계가 흥미로웠기 때문이에요. 이혼이라는 배드 엔딩에서 출발하는 드라마니까.
연기해보니, 두 사람은 맡은 캐릭터와 닮았나요? 다른가요?
강 아주 달라요. 저는 상처를 받으면 칼같이 잘라내는 편이에요. 그런데 하라는 부딪치고 미련이 남지 않을 때까지 돌진해서 끝장을 보는 성격이에요. 용감한 건지, 단순한 건지.(웃음)
장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은범에게 제 경험을 투영하다 보니 저와 은범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달까? 은범은 거절당하는 게 싫어서 도망치는 편인데, 저는 거절에 대비한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구은범, 오하라를 대표하는 장면을 꼽는다면요?
장 아무래도 1화 첫 장면이 아닐까 해요. 절벽에 매달려 있는 은범이 하라에게 구해달라고 하거든요. 판타지적인 장면인데, <남이 될 수 있을까>의 개성과 방향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강 저희는 이 드라마의 장르를 농담 반, 진담 반 ‘이혼 판타지’라고 부르는데, 4회의 법정 공방 장면이 좋은 예시예요. 은범이 자신의 ‘썸녀’를 변호하고, 하라는 그 썸녀의 남편을 변호하거든요.(웃음) 그 장면에서 은범과 썸녀가 연인 사이가 아님을 알게 돼요. 그리고 하라는 머리가 산발이 되도록 달려가서 은범에게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느냐고 묻는데, 프로답고 딱딱하던 사람이 달라 보이는 순간이죠.
김양희 감독과 드라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강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줄거리만 들으면 심각해 보이잖아요. 이혼, 소송 등등. 그런데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감독님은 비극 같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 진지해 보이지 않기를 원하셨어요.
장 적당히 가볍지만, 진정성 있는 연기를 찾고자 했죠.
<남이 될 수 있을까>만의 특별함은 뭘까요?
장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 로코물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이혼한 커플이 다시 만나 사랑을 시작하는 이야기니까요. 몇몇 판타지적인 장면도 있고요.
강 이 드라마는 동화책의 마지막 장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마무리 지었는데, 그 장면을 와장창 부수고 “과연? 결혼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란다 얘들아~”라며.(웃음)
촬영을 마친 작품의 캐릭터에서 잘 헤어 나오는 편인가요?
강 <남이 될 수 있을까>는 유독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전남편과 12년간의 이야기를 다뤄서 그런지, 마지막 촬영날 저희 둘 다 그랬어요. “기분이 참 싱숭생숭하다.” 정말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지는 것 같고, 유난하게.
장 오늘 화보를 찍으며 우리 정말 촬영을 마쳤구나 실감했어요.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볼 수 없는 스타일링이라 그런지 더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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