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Go to Gym
오랜 고립 생활에서 벗어나며, 운동이나 여가 활동에 활기가 더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의 영향으로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는 운동복 스타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랙 팬츠를 매치하는 익숙한 방식부터 활력 넘치는 다양한 색상 조합, 당장이라도 운동을 해야 할 것 같은 스타일링 디테일이 포인트. 마틴 로즈는 셔츠 위에 청록색 트레이닝 셋업과 한 손에 커다란 짐 백을 들었고,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파란색 트레이닝 셋업에 선글라스와 두건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겐조와 로에베는 탄력 있는 레깅스에 집업 재킷과 빅 백, 니트를 매치했다. 검은 양말에 스니커즈, 짧은 트레이닝 쇼츠에 덤벨을 쥐고 등장한 마린 세르는 지금 막 헬스장에서 나온 듯한 비주얼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9 | No Shirts Suit
어느 시즌에나 수트는 존재하고 런웨이에서 맨몸에 재킷만 걸치고 등장하는 게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선 것 사뭇 새삼스럽다. 이번 시즌 가장 완전한 수트 룩은 이너를 과감하게 배제하는 것. 1990년대 뮤지션들이 무대 위에서 그러했고, 최근엔 티모시 샬라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여준 것처럼, 깊은 브이넥 라인으로 자신감을 한껏 드러낸 수트 룩이 주를 이뤘다. 대체로 클래식은 시원하게 벗어던지고, 한층 밝고 무디한 색감의 현대적인 디자인. 생 로랑의 존재감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모로코 사막의 런웨이 무대에서 가느다란 이브닝 수트는 배꼽에 닿을 듯 좁고 길게 파인 네크라인을 그려냈다. 강인함이 넘치는 지방시는 앞섶을 과감히 풀어헤쳐 단단한 가슴을 드러냈고, 발렌시아가는 또 고유의 방식으로 오버사이즈 릴랙스 수트로 몸을 헐겁게 감쌌다. 더블브레스트 재킷을 단정하게 채워 얕은 네크라인을 드러낸 아미리, 디올은 상대적으로 조신해 보일 정도.
10 | Dopamine Colors
남다른 기세를 품은 기운찬 컬러들이 이번 시즌 런웨이를 점령했다. MSGM, 마린 세르, 베르사체에서 보여준 형광에 가까운 컬러 팔레트들이 그러했고, 로에베와 루이 비통, 에뛰드는 활기찬 패턴에 선명한 색들을 응집했다. 눈으로 보고 입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기운이 솟아난다는 게 이번 트렌드의 핵심으로, 지난 몇 년간 격리되고 방치된 시간을 보내면서 ‘기분 좋은 경험’이 의미 있는 지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테다. 누구보다 무채색의 강직함을 추구하는 릭 오웬스 컬렉션이 베일부터 아이웨어까지 다양한 네온 컬러 아이템을 선보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룩 대신 과감한 헤어 컬러를 보여준 디젤 컬렉션을 눈여겨봐도 좋다.
11 | Metallic Dressing
눈이 시리게 반짝이는 메탈릭 무드가 이번 봄, 여름의 열기를 한풀 식혀줄 예정이다. 윌터 반 베이렌동크의 골드 트렌치코트와 비앙카 손더스, 크레이그 그린의 실버 셋업은 마치 갑옷 같은 광택을 드러냈다. 릭 오웬스와 디젤에서 등장한 홀로그램적인 메탈릭 룩은 미니멀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선사해 흥미로웠다. 베르사체는 호사스러운 골드를 손끝과 머리에 치장했다. 마치 글래디에이터의 무사를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헤어스타일에 작은 입자의 골드 피그먼트로 뒤덮어 조각상처럼 보였다. 비 오는 날 펼쳐진 질 샌더 컬렉션에서 스팽글 장식 태슬 톱과 스커트를 입은 모델이 검은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정적인 인상을 남겼다.
12 | MESH & CROCHET
섬세하지만 과감한, 그래서 더 섹시하고 관능적인 메시 소재와 크로셰가 올여름을 수놓는다. 짜임의 규칙에 따라 피부를 투영하는 농도가 달라져 오히려 맨살을 보이는 것보다 은밀하다. 루도빅 드 생 세르넹과 우영미는 거의 투명에 가까운 소재를 사용해 상반신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노골적인 노출이 조금 망설여진다면 발렌티노와 아미, 셀린느의 스타일링을 참고하길. 메시 톱 위에 셔츠 혹은 반듯한 블레이저를 걸쳐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룩의 완급 조절을 한 것이 돋보인다. 이렇듯 가볍고 시원한 메시 소재와 성글게 짠 크로셰 톱이 숨 막히는 열기가 가득한 여름을 잠재워줄 키아이템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13 | Daddy’s Jorts
지난해에 스커트와 팬츠를 혼합한 스코트가 있었다면, 올해는 청바지와 쇼츠를 합친 조츠의 차례다. 쉽게 말하면 청반바지라고 할 수 있지만 길이는 무릎보다 약간 길게, 핏은 넓고 헐렁한 것이 포인트다. 보머 재킷이나 바이커 재킷을 매치해 마치 유니폼을 떠올리게 하는 룩을 선보인 루이 비통부터 몸에 꼭 맞는 티셔츠로 실루엣의 변주를 꾀한 지방시와 스테판 쿡까지, 다채로운 조츠 스타일링이 넘실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양말을 길게 올려 신거나 투박한 신발과 함께해 무심하게, 그리고 복고적인 느낌이 묻어난다는 것. 이미 지나간 유행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파문을 일으킨 올해 뜻밖의 트렌드랄까.
14 | Wild Western
미국 서부 텍사스 느낌을 물씬 풍기는 웨스턴 스타일이 존재감 넘치게 돌아왔다. 주된 아이템은 카우보이 부츠와 웨스턴 셔츠. 주목해야 할 점은 카우보이모자, 웨스턴 부츠, 재킷, 벨트 등 전형적인 스타일의 다양한 변주를 꾀했다는 것이다. 카사블랑카는 앞면에 현란한 술이 달린 수트 재킷과 웨스턴 부츠를 매치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또 데님 쇼츠를 겹쳐 입은 듯한 팬츠의 날렵한 웨스턴 룩이 시선을 압도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실크 셔츠에 오렌지색 팬츠로 포인트를 더해 트렌디한 카우보이 룩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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