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Off Waist
로라이즈의 대유행이 남성 컬렉션에도 침투했다. 블루마린 컬렉션에 등장한 남자 모델들은 그야말로 Y2K의 귀환이었다. 디온 리 컬렉션은 로라이즈 와이드 팬츠에 컷아웃 슬리브리스로 관능적인 남자의 몸 선을 드러냈다. 이러한 젠더리스 무드에 톰 브라운, 루도빅 드 생 세르넹도 동참했다. 반대로 베트멍은 갈비뼈까지 드러나는 짧은 길이에 파워 숄더를 더한 아우터로 남성의 직선적인 실루엣을 강조했다. MSGM이 카바나 크롭트 셔츠로 보여준 다채로운 로라이즈 스타일링은 올여름 휴양지를 위해 아껴두고 싶은 스타일. 셔츠와 슬리브리스 등 실루엣과 종류를 가리지 않는 크롭트 톱과 최대한으로 내린 로라이즈 팬츠의 조합으로 강조한 모델들의 탄탄한 허리 실루엣은 섹슈얼하고 의외로 다부진 느낌도 들었다.
2 | Denim and Denim
위아래로 갖춘 데님의 여파는 여전한 가운데, 곳곳에서 신선한 변형이 눈에 띄었다. 디젤은 클래식한 트러커 데님 셋업에, 벨트의 버클처럼 로고 장식을 팬츠 허릿단에 부착했다. 지방시는 강인한 어깨선을 강조한 컷아웃 베스트 셋업을, 프라다는 마치 올인원 같아 보이는 매끈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무엇이든 비트는 데 도가 튼 와이프로젝트는 데님 코트와 판초를 결합해 뒤집어쓰듯이 걸쳤고, 또 완전히 상반되는 블루 워싱 데님과 블랙 빈티지 워싱 데님을 매치하기도 했다. 마치 데님 셋업의 불문율을 깨는 행위 같기도 하지만, 상의는 톱처럼 타이트하게, 팬츠는 헐렁한 실루엣으로 마치 전혀 다른 소재인 듯 이질감 없는 하나의 룩을 이뤘다.
3 | Kid CoRE
고샤 루브친스키와 뎀나 바잘리아라는 낯설고 신선한 이름의 등장과 함께 고프코어 룩은 패션계에 전혀 다른 관점을 부여했다. 이제는 주류가 된 고프코어를 뒤로하고 이번 시즌 참신하게 등장한 트렌드는 바로 키드코어. 장난감 트럭이 백이 되고 크레용으로 그린 듯한 모자, 종이비행기로 장식한 수트가 이질감 없는 루이 비통의 원더랜드가 대표적이다. 루이 비통 외에도 참신한 키드코어 룩을 소개한 브랜드로는 스케이트보드와 BMX 핸들을 니트에 접목한 JW 앤더슨, 스폰지밥 네모바지와 협업한 GCDS의 조악하고 익살스러운 캐릭터 아이템을 주목할 것. 잊어가던 동심을 깨우고, MZ세대의 흥미를 자극할 게 분명한 키드코어만의 분방하고 유치찬란한 멋은 이미 유행의 궤도에 올라섰다.
4 | Super Deeper V-Neck
한동안 잠잠하던 브이넥이 돌아왔다. 주목할 점은 V자로 깊이가 더욱 깊어졌다는 것. 돌체앤가바나와 생 로랑은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소재의 브이넥 니트를, 에트로는 쇄골에서 가슴골까지 드러날 정도로 깊게 파인 브이넥 니트와 초커를 매치해 섹시함을 과시했다. 또한 참고해야 할 브이넥 스타일링은 니트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가일 패턴의 브이넥 베스트와 가죽 재킷, 스웨트 팬츠를 매치한 아미의 스타일링에 주목하길. 이처럼 다양한 연출 방식으로 과감해져서 돌아온 브이넥은 올해 반가운 트렌드 중 하나가 아닐까.
5 | Tie Up
격식을 갖춰 넥타이를 매야 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그래도 올해는 넥타이를 꺼내야 할 때다. 이번 시즌 넥타이는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템 중 하나. 드리스 반 노튼은 민소매 셔츠에 넥타이를 매치했고, MSGM은 흰색 수트에 커다란 스트라이프 패턴의 넥타이 두 개를 레이어링하여 독특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한껏 끌어올린 하이웨이스트 팬츠 허릿단 안으로 타이 끝을 말끔하게 집어넣은 돌채앤가바나의 스타일링도 눈여겨볼 것.
6 | Nude or Barely
길고 혹독했던 팬데믹 기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그간 억눌러온 모든 욕구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과시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컬렉션 전반에 걸쳐 가장 돋보인 건 모델들의 맨살이었다. 로라이즈, 크롭트 톱, 크로셰 소재 등의 유행을 통해 스리슬쩍 보여주는 것으로 모자라, 다부진 몸매를 망설임 없이 드러냈다. 유난하게 단단한 체격을 과시한 지방시 모델들은 맨몸에 백팩을 메거나 크로스보디 백을 타이트하게 감았는데, 마치 전장의 군인처럼 거침없고 강렬했다. 릭 오웬스 컬렉션에서 기억에 남는 건 체지방이라곤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갑옷 같은 근육에 한 가닥 끈처럼 얇은 톱을 걸친 모델의 신묘한 카리스마. 양 손목에 쇳덩어리처럼 볼드한 뱅글까지 범접할 수 없는 에너지. 그런가 하면 이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루도빅 드 생 세르넹을 비롯해 에트로, GMBH, 톰 브라운은 실크, 오간자, 시스루 등 야들야들한 소재로, 단단한 남자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가렸다. 몸이 많이 드러남에 따라 이너웨어의 노출도 강조되었다. 허릿단 위로 드러난 박서 브리프, 드로어즈, 하물며 톰 브라운의 비키니 톱까지. 노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이다
7 | Aesthetics of Nature
만물이 소생하는 봄엔 본능적으로 자연을 상징하는 것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올해도 역시나 꽃과 식물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 주를 이뤘는데 그 방식이 좀 흥미롭다. 로에베는 컬렉션의 일부를 구성하는 옷 위에 식물을 재배해 곳곳에 싹이 튼 코트와 데님, 스니커즈 등을 세상에 내보였다. 이와 궤를 같이하는 마린 세르 또한 꽃과 잎사귀를 액세서리로 만들거나 장식해 로에베와 같은 듯 다른 룩을 선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자수를 놓거나 프린트를 새긴 것들이 우세했는데 루이 비통, 폴 스미스, S.S.달리 등의 브랜드가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수수하고 목가적인 방법으로 자연을 옷에 그려냈다. 어찌 보면 새로울 것 없고 단순하지만, 시선을 압도하는 자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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