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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것과 단순한 것

루이 비통 라 파브리끄 뒤 떵 워치 공방 대표 미셸 나바스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아주 복잡한 시계들을 만드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게 있다고 말했다.

UpdatedOn January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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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와 경로로 시계 제작자가 되어 평생 이 일을 했습니까?
내가 내 직업을 골랐다고 할 수 없는 게 아버지가 워치메이커였어요. 내가 10세 때 아버지가 시계를 어떻게 고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16세 때쯤 프랑스 브장송에 있는 시계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학교를 마쳤을 때는 시계 회사로 견학을 갔어요. 우리 동기는 오데마 피게와 예거 르쿨트르로 나눠 갔습니다. 30명이 예거 르쿨트르에, 10명이 오데마 피게에 갔어요. 1980년대에는 오데마 피게가 작은 회사였거든요. 저는 그때 거기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19세에 오데마 피게에서 일을 시작했죠.

무엇을 배웠습니까?
시계의 정확성 담당 부서에 있었습니다. 신경 써야 할 게 많았어요. 1986년에는 오데마 피게 역사상 최초의 손목시계용 투르비용을 만들어 바젤월드에 출품했습니다. 그때 신문에 나오기도 했어요. 그 신문을 아직 갖고 있습니다.

루이 비통의 테마인 여행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여행 좋아하나요?
좋아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여행을 좋아해요. 처음 가보는 도시를 두세 시간이라도 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영감을 줍니다.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시아도 유럽도 좋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뭔가 찾을 수 있어요.

이번에 한국 여행은 어떤 일로 왔습니까?
기자들과 고객을 만나 나의 라 파브리끄 뒤 떵과 우리가 만드는 루이 비통 시계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는 그동안 한국에서 볼 수 없던 시계도 많이 출품했습니다. 미닛 리피터, 미스터리어스 워치, 스핀 타임, 월드 타임. 루이 비통 시계의 다양한 컬렉션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을 찾아올 이유가 있었습니까?
한국은 우리 브랜드에게 새로운 시장이고, 그래서 나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습니다. 우리 고객이 루이 비통의 고급 시계 제작술을 찾도록 해야 했어요. 루이 비통 고객은 루이 비통 브랜드를 알고 있습니다. 저는 좋은 시계로 그들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없는 모델로요. 다른 시계를 제안하려면 손님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번에 가져온 시계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로즈 골드 케이스로 만든 미닛 리피터를 가장 좋아합니다. 얇고, 케이스도 멋져요. 제랄드 젠타가 시계를 디자인할 때와 같은 마인드로 디자인했습니다.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한 시계들처럼) 동그랗지도 않고 사각형도 아니니까요.

미닛 리피터는 시계 안의 작은 종이 울리며 현재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죠. 케이스 소재에 따라 종소리가 달라지는 게 사실입니까?
그럼요. 내가 로즈 골드 케이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로즈 골드 케이스의 소리가 좋기 때문이에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이트 골드와 비교했을 때 로즈 골드의 소리가 좀 더 맑아요. 이번에 나온 컬렉션들은 모두 내 자식 같아요. 여기 있는 모든 시계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로즈 골드 미닛 리피터를 가장 좋아해요.

특별한 소리 때문에요?
특별한 소리, 특별한 실루엣, 투명한 소리, 모던한 모습, 모두 좋습니다. 이 시계는 오늘 찰 수도 있지만 50년 후에 차도 좋을 거예요. 언제나 괜찮을 겁니다.

늘 시계만 생각합니까? 시계를 만들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합니까?
많은 걸 하죠. 여행도 가고 스포츠도 합니다. 하이킹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배를 타기도 해요. 배 라이선스가 있어서 스위스의 호수나 프랑스의 바다에서 배를 몹니다. 항해가 잦은 편이 아니라서 배는 빌립니다.

보통 고가 시계일수록 디자인이 보수적입니다. 그런데 루이 비통의 고급 시계들은 상당히 눈에 띄는 생김새입니다. 지금 이 시계들이 당신이 만들고 싶던 시계입니까?
맞습니다. 지금 내가 만드는 루이 비통 시계들이 제가 전 직장에서 만들 수 없던 시계들입니다. 2021년 출시된 ‘카르페 디엠’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복잡 시계 분야에서 우리만의 정통성을 보여주었죠. 그 시계는 로봇 모양 장난감인 ‘오토마타’와 기계식 시계의 방법론을 섞었습니다. 그걸 만드는 데에만 거의 3년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오토마타와 워치메이킹을 섞은 또 다른 시계를 기획 중입니다.

케이스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루이 비통의 ‘보야제 플라잉
뚜르비용’.

케이스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루이 비통의 ‘보야제 플라잉 뚜르비용’.

케이스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루이 비통의 ‘보야제 플라잉 뚜르비용’.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비비엔’에서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시계들.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비비엔’에서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시계들.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비비엔’에서 디자인 요소를 차용한 시계들.

루이 비통 하이엔드 시계를 만드는 과정이 인쇄된 사진.

루이 비통 하이엔드 시계를 만드는 과정이 인쇄된 사진.

루이 비통 하이엔드 시계를 만드는 과정이 인쇄된 사진.

루이 비통 트렁크를 시계
케이스로 커스텀한 것. 주문
가능하다. 비쌀 뿐.

루이 비통 트렁크를 시계 케이스로 커스텀한 것. 주문 가능하다. 비쌀 뿐.

루이 비통 트렁크를 시계 케이스로 커스텀한 것. 주문 가능하다. 비쌀 뿐.

 

“가장 복잡한 건 뭔가를 단순하게 만들어내는 겁니다.
단순하면서도 남다른 정통성이 있는 걸 만들기가 힘들죠.”

 

루이 비통에서 만든 시계 중 가장 복잡한 시계는 무엇이었습니까?
30개만 만든 트윈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어느 날 회사 동료와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의 말은 이랬습니다. “미셸, 루이 비통 컵에서 두 보트가 레이스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첫 번째 레이서의 성적이 아니야. 두 번째 레이서의 성적도 아니지. 가장 중요한 건 두 레이서가 기록하고 있는 성적의 차이야. 그 차이를 보여주는 무브먼트 아이디어를 개발해줄 수 있겠나? 내 손님들을 위해서?” 그래서 트윈 크로노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푸시 버튼을 한 번 누르면 크로노그래프 바늘 두 개가 동시에 출발합니다. 첫 번째 보트가 도착해 버튼을 누르면 첫 번째 바늘만 멈추고 두 번째 바늘은 계속 움직입니다. 그렇게 차이를 표시하는 겁니다. 아주 어려운 기술이라 오늘날 시장에서는 찾기가 아주 힘들어요.

가장 복잡한 시계가 가장 만들기 어려운가요?
아닙니다. 트윈 크로노그래프를 만들기 어렵긴 하죠. 그러나 라 파브리끄 뒤 떵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를 원한다면 만들 수 있어요. 투르비용을 원하면 할 수 있고요. 다른 컴플리케이션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건 우리에게 복잡한 것도 아니에요. 가장 복잡한 건 뭔가를 단순하게 만들어내는 겁니다. 단순하면서도 남다른 정통성이 있는 걸 만들기가 힘들죠.

당신이 생각하는 고급 시계의 조건을 3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까?
첫째, 물론 정확성. 시계는 시계니까요. 둘째, 시간을 읽기 쉬울 것. 셋째, 사용하기 쉬울 것. 시계는 워치메이커에게 아주 복잡할 수 있지만 고객에게 시계는 읽고 쓰기 쉬워야 합니다.

아주 인상적입니다. 루이 비통 시계는 루이 비통의 여행 철학을 품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ing)’이라는 말처럼 루이 비통의 슬로건과 시계는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두 가지 시간대를 표시하는 ‘세컨드 타임존’이나 24시간 타임존이 있습니다. 홈 타임을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도 있습니다. 외국에서 고향의 시간을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능입니다. 우리 모델 중 어떤 건 루이 비통의 전통과 디자인적인 연관도 있습니다. 이 시계의 러그는 루이 비통 트렁크의 러그를 닮았습니다. 트렁크 디자인에서 러그 디자인을 차용했기 때문입니다. 기회될 때마다 우리는 루이 비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뭔가를 더하려 합니다.

당신은 오데마 피게, 파텍필립 등 최고의 시계 브랜드에서 좋은 경력을 많이 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루이 비통 시계를 만들고 있죠. 당신의 커리어에서 루이 비통 시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저는 루이 비통 시계를 통해, 고객들이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을 시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본 대부분의 시계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요. 중앙에 플라잉 투르비용이 있고 모던하게 스핀 타임 오토매틱을 보여주는 시계를 다른 곳에서 찾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고객에게 뭔가 다른 걸 만들어주고 있어요.

정말 당신만 할 수 있나요?
다른 브랜드나 매장에서는 우리 같은 시계를 찾을 수 없으니까요. 대성당의 종소리를 내는 미닛 리피터는 30m 방수에 100시간 파워 리저브가 됩니다. 시계 크기도 별로 크지 않고 케이스도 아름답게 디자인되었는데 말이죠. 트윈 크로노그래프도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듭니다. 나는 고급 기계식 시계에 대한 최상의 존경을 담아 늘 다르길 원했습니다. 이게 내 레거시거든요. 나는 시계 제작자 가문에서 자랐고 이 전통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뭔가 새로운 걸 손님들에게 보여주길 바라죠. 그게 라 파브리끄 뒤 떵 루이 비통의 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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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정철환

202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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