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발롱 블루 드 까르띠에
◦ 케이스 지름 42mm
◦ 18K 로즈 골드 케이스
◦ 네이비 블루 앨리게이터 스트랩
◦ 오토매틱 무브먼트 칼리버 1847MC
◦ 시, 분, 초, 날짜 표시
◦ 2천만원대
역사가 긴 시계 회사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케이스에서 시작했느냐, 무브먼트에서 시작했느냐. 전자는 케이스를 만들고 무브먼트를 납품받으며, 후자는 무브먼트를 납품하거나 거기에 케이스를 씌워 시계를 만든다. 까르띠에는 케이스에서 시작했다. ‘보석의 왕, 왕의 보석’이라는 이름처럼 까르띠에는 케이스 디자인과 콘셉트가 남다른 시계를 만들어왔다. 산토스와 탱크가 그랬고 요즘 출시하는 제품들도 그렇다. 발롱 블루도 그렇다. 크라운을 시계 케이스 안에 가둬버린다는 건 보석상이 아니고서는 하기 쉽지 않은 발상이다.
시계를 이루는 각 요소에 세공이 많이 들어갈수록 고급 시계다. 까르띠에 발롱 블루 다이얼도 한 예다. 이 시계에는 피자 조각 모양의 미세한 물결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런 무늬를 기요셰라 부른다. 전용 기계로 금속 표면에 무늬를 내어 장식한다. 표면 무늬가 없는 다이얼보다 더 많은 공정이 들어간 건 확실하다. 또 하나의 디테일 포인트는 날짜 표시창을 표기하는 구멍이다. 다이얼에 구멍을 내면 세로면이 생긴다. 이 면을 처리하는 방법론도 고급 시계의 숙제다. 까르띠에는 발롱 블루의 날짜창 가장자리를 비스듬하게 돌려 깎아 마감했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캘린더
◦ 케이스 가로세로 29.9×49.4mm
◦ 핑크 골드 케이스
◦ 가죽 스트랩
◦ 매뉴얼 무브먼트 칼리버 853
◦ 시, 분, 날짜, 두 가지 시간대, 낮/밤, 요일, 월, 문페이즈 표시
◦ 3천6백80만원
고급 손목시계는 왜 비쌀까. 가격이 높아질수록 복잡하고 정교한 디테일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본인의 기호와 계산에 따라 그걸 지켜보는 것도 현대사회의 호사스러운 취미다. 예거 르쿨트르는 고급 시계 회사 중에서도 무브먼트 설계에 노하우를 가졌다. 다양한 자사 무브먼트를 만들어 세계적인 고급 시계에 납품한 전력이 있다. 지금 보는 리베르소 듀오페이스도 예거 르쿨트르가 잘 만들 수 있는 시계다. 사진에 보이는 문페이즈 말고 시계 뒷면도 다른 시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무브먼트 제작에 강점이 있으니 구현되는 콘셉트다.
예거 르쿨트르 문페이즈 다이얼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세공되었다. 그 증거는 달의 차고 이지러짐을 보여주는 문페이즈다. 다이얼에 단차를 두어 한 층 밑에 문페이즈 표시창을 배치하고, 달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다이얼에 구멍을 냈다. 이런 디테일은 저가형 시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파란색 밤하늘 페인트는 반사가 없으나 달을 보여주는 금색 판은 확연히 반짝인다. 그 주위로 날짜를 알려주는 별도 핸즈가 보인다. 이 핸즈의 끝부분을 초승달 모양으로 처리하고 그걸 붉게 칠한 것도 모두 디테일이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크로노그래프 GMT
◦ 케이스 지름 43mm
◦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
◦ 스테인리스스틸 브레이슬릿
◦ 오토매틱 무브먼트 칼리버 103467
◦ 시, 분, 초, 크로노그래프, 두 번째 타임존 표시
◦ 2천2백70만원
21세기 고급 손목시계를 디자인으로 봤을 때 가장 의미 있는 모델은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가 될 것이다. 일단 보수적인 드레스 워치의 개념을 모두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얇은 케이스 두께, 바 인덱스, 가느다란 시침과 분침. 이건 파텍필립 칼라트라바부터 이어지는 고급 드레스 워치의 조건이다. 동시에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는 얇은 시계라는 디자인을 현대의 눈으로 해석했다. 발전한 금속 가공 기술을 백분 활용해 기존에 없던 문법으로 얇고 넓은 시계를 만들었다. 이 시계를 좋아할지는 개인 자유다. 다만 이 시계에 눈이 간다면 대안은 없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는 그저 예쁜 시계가 아니다. 세심한 세공이 남다른 디자인을 빛낸다. 확대하면 안다. 가로면은 광이 없는 폴리싱으로, 세로면은 광이 나는 브러싱으로 마무리한 걸 알 수 있다. 층이 진 세로면의 두께는 1mm도 안 되는데도 반짝이는 폴리싱 처리를 했다.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는 폴리싱과 브러싱을 적절히 배합해 너무 번쩍거리진 않으나 심심하지도 않을 만큼 반사광을 낸다. 이 모든 디테일은 설계와 생산 등 각 전문 분야 기술자의 노동의 산물이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크로노스코프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크로노그래프
◦ 케이스 지름 43mm
◦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
◦ 스테인리스스틸 브레이슬릿
◦ 매뉴얼 무브먼트 칼리버 9908
◦ 시, 분, 초, 크로노그래프, 두 번째 타임존 표시
◦ 1천1백80만원
시계를 잘 만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확대해서 보면 알 수 있다. 이 시계는 주 다이얼과 크로노그래프 핸즈가 있는 서브 다이얼에 약간의 높이 차이가 있고, 색상도 다르다. 크로노그래프 핸즈와 주 다이얼과 가장자리의 인그레이빙도 모두 다르다. 서브 다이얼과 주 다이얼을 관통하는 태키미터 스케일도 있다. 두 다이얼은 높이에 차이가 있는데도 스케일의 라인이 딱 맞아떨어지며 이어진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면 그만큼 고가 시계의 디테일에 눈이 익었다는 증거다.
이 시계의 가격은 1천1백80만원이다. 숫자만 보면 비싸다. 디테일을 보면 상당히 훌륭하다. 다이얼은 아주 정밀하게 세공됐다. 다이얼의 3, 4 등 숫자를 프린트가 아니라 금속 바를 만들어 붙였다. 시계 케이스에도 공을 들였다. 가로면은 폴리싱, 세로면은 브러싱 처리해 봤을 때 심심하지 않다. 오메가는 이렇게 시계를 만든다. 개인 기호에 따라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디테일을 하나씩 따졌을 때 오메가보다 가격 대비 세공이 많고, 각 세공의 완성도가 오메가처럼 높은 브랜드는 흔치 않다. 게다가 오메가는 무브먼트도 최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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