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젠더와 깊은 관계가 있다. 남성복과 여성복을 구분해놓았으며, 한편으로 그 구분을 허무는 젠더리스, 앤드로지너스 디자인이 꾸준히 등장했다. 이번 2023년 봄 시즌 컬렉션은 젠더의 이분법적 개념과 패션 그 자체의 역할 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작년부터 미우미우 런웨이에 남성 모델들을 다시금 맞이했으며, 지극히 트렌디한 여성복 브랜드 블루마린마저 남성 모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발렌시아가 쇼를 유심히 봤다면 아마 가짜 아기 인형은 모두 남성 모델만 안고 있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처럼 남성복은 전통적 관념의 제약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이번 시즌 많은 컬렉션 쇼의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남녀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남성복을 새롭게 출시하는 여성복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시즌 남성복 데뷔 컬렉션을 공개한 시몬 로샤와 피터 도를 비롯, 지난 2021 가을 컬렉션부터 남성복을 계속 선보이고 있는 몰리 고다드와 작년 봄 컬렉션에서 첫선을 보인 에르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여성복 브랜드에서 남성복을 론칭하는 이유는 젠더리스 패션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시중의 젠더리스 제품도 사이즈에 있어서는 한계가 존재할 터. 이 때문에 여성복 브랜드의 디자인과 특성을 담은 남성복의 출시는 더욱 다양하게 쇼핑의 영역을 확장한다. 또한 남성복 카테고리를 만듦으로써 브랜드의 수익이 배가된다는 점도 이유로 들 수 있다.
시몬 로샤도 이러한 업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성복을 론칭했다고 말한다. 지난 H&M과의 성공적인 협업 경험을 토대로 사업 확장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고민했고, 이제는 남녀 모두에게 시몬 로샤만의 매혹적이고 화려하게 여성스러운 디자인을 제공한다. 젠더리스 패션의 바람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여성복 브랜드에서 남성복 컬렉션을 계속 발표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앞으로 여성복 브랜드에서 출시할 실험적인 디자인의 남성복이 더욱 기대된다.
2023 S/S 컬렉션 속 남성복 트렌드 네 가지.
Dress Up
스커트와 드레스는 여전히 많았다. 주목할 점은 디자인의 다양성이다. 여성복에서 흔히 보였던 디테일을 스커트에 더하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링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피터 도와 시몬 로샤는 팬츠에 각각 플리츠스커트와 샤스커트를 조합했고, 콜리나 스트라다 또한 프릴 장식을 한 언밸런스 스커트와 팬츠를 매치해 독특한 실루엣을 연출했다.
Corset, Shirring, and FrillCorset
코르셋 톱에 데님 팬츠와 빅 벨트를 매치한 발렌시아가, 셔링 디테일로 가슴을 과감히 노출한 피터 도, 메시 톱 소매와 데님 밑단에 프릴 레이스를 단 블루마린. 여성복을 지배했던 엘리자베스 시대의 전유물이 남성복에도 정착했다.
Acid Wash & DestroyedAcid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날염 워싱과 더욱 과감해진 디스트로이드 데님 또한 활개 쳤다. 핑크빛으로 물든 MM6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롭트 재킷과 데님 팬츠 셋업은 마구잡이로 찢겼고, 멀쩡히 남아 있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해진 디젤의 워싱 데님 셋업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Ghost Tank TopGhost
속이 훤히 비치는 니트 혹은 메시 소재 탱크톱은 극명하게 눈에 띄는 아이템이다. 더욱 과감해진 노출에 니플을 드러내는 정도는 거리낌조차 없다. 여기에 디온 리는 컷아웃 디테일을 추가한 과감한 디자인으로 섹시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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