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A-AWARDS-
CONFIDENCE + AHN HYOSEOP
<사내맞선>에 대한 해외 반응이 여전히 화제다.
결과를 바라고 임하기보단 그저 즐겁게 촬영했다. 생각보다 해외에서 관심이 커서 우리도 놀랐다. K-콘텐츠의 파급력을 다시 한번 느꼈고 신기했다.
촬영 현장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10화 촬영 때다. 대본에는 ‘세정이와 비를 피해 다니다 전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서로 위로를 주고받는다’ 정도의 내용이었다. 감독님, 세정이와 논의하다 ‘이거 뽀뽀해야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고, 즉석에서 했다.
로맨틱코미디 장르 좋아하나?
약간 모순인데, 그리 즐겨 보지 않는다. 기억나는 작품은 <개인의 취향>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아, 생각해보니 많이 봤다. 하하. 영화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정말 좋아한다. 사회적 기준에서 이상한 남자와 이상한 여자가 만나 사랑을 이루는 모습이 아름답더라.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K-로맨틱코미디의 주역으로서 K-콘텐츠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일단 정말 뿌듯하다. 봉준호 감독님께서 오스카 시상식 무대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인용했잖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한국만이 가진 이야기에 큰 궁금증을 갖고 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문화 차이가 만들어 낸 신선함이 K-콘텐츠만의 매력이 아닐까.
어느덧 28세다. 내년이면 20대의 마지막을 보낼 텐데?
너무 좋다. 27세, 28세, 그 나이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28세인 지금까지 내 나이를 즐기며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또 다른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궁금하다. 나는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해마다 겪을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고 싶어 오히려 설렌다.
연기한 지도 8년 차다. 일이 손에 익을 시기일까?
벌써 그렇게 됐네. 사실 그게 요즘 고민 중 하나다. 연기에 적응하기 시작하니까 울타리에 갇히게 되더라. 그간 내가 공부하고 수련하며 익숙해진 방법을 택할 것인지, 도전해서 새로운 방법을 창출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어느 작품에서든 내 연기가 똑같아 보이지 않길 바라거든. 근데 아무 생각 없이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듯 연기가 튀어나올까 봐 경각심을 갖고 있다.
익숙함에 대한 불안일까?
온전히 믿으면서 연기해야 다채로워지는데. 혹여나 내 시선 방향이나 특정 억양이 익숙한 패턴에 갇히게 될까 고민이다. 익숙해지면 긴장이 풀리잖나. 그 긴장을 계속 붙잡으려 노력한다. 과도한 긴장은 역효과를 낳지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좋다.
돌파구가 필요하겠다.
그래서 생각을 버린다. 고민도 고민이라 생각해야 고민이 되더라. 아무 생각 없이 임하는 게 나름의 돌파구다. 모르지. 나도 모르게 내면에 스트레스가 쌓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내야 되기 때문에 생각을 버리고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가끔 느끼지만 타인의 삶을 생각하는 게 가장 위험한 일이더라.
좋은 말이다.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평행의 삶을 살자.’ 누군가와 비교하면 오직 나를 위한 발전이 아닌 타인보다 잘나기 위하거나 덜 못나기 위한 것이 된다. 그 끝에 결국 나 자신은 없다. 속도는 다를지라도 나의 발전만을 위해 사는 게 정말 중요하다.
생각 버리기와 나의 삶을 사는 게 배우로서 갖춰야 할 덕목인가?
배우로서는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한다. 계속 궁금해야 하고 배울 점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 자세를 잃는 순간 정체될지도 모른다. 연기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철학이기도 하다. 어떤 위치에 오르고 얼마나 무르익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육체적으로 힘들 땐 어쩌나?
힘들다는 느낌을 알아차리지 않으려 한다. 물론 힘들다. 하지만 버티는 게 아니다. 그저 물처럼 흘려보내는 거다. 정말 힘들면 ‘아, 변화의 단계구나’ 하고 생각한다. 힘들어야 발전하니까.
매번 다른 캐릭터의 성향을 체득하는 도전을 거듭하는 배우로서 과감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주저하는 편은 아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 조정 선수로서 연습에 임할 땐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꼈다. <낭만닥터 김사부2> 출연 당시 많은 의학 용어와 대사량이 도전이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연습했다. <홍천기>에선 눈이 안 보이는 연기와 분장이 도전이었다. 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이 존재하고 확실히 해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토록 연기에 대한 욕심과 확신을 만들어준 터닝 포인트가 언제일까?
연기에 대한 꿈은 캐나다에 머물던 어린 시절부터 키웠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2>가 터닝 포인트다. 당시 한석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연기 재미있지? 요 녀석아, 잘하면 더 재미있다.” 선배님은 얼마나 재미있으실까. 그때부터 정말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지금도 재미있는데 잘하면 얼마나 더 즐기며 연기할 수 있을까 하고.
곧 12월이다. 2022년은 안효섭에게 어떤 해였나?
와, 정말 시간에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 2022년은 나다운 해였으면 좋겠다.
왜?
이야기가 깊어질 것 같은데, 하하. 왜냐하면 온전히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인간은 자아 실현이 힘들다더라. 다양한 규칙 앞에서 나다워지기 위해선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냉정하게 자신을 판단하는 건 괴로운 작업이지만 행복하려면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이 순간을 사는 것이니까. 결국 순간마다 나를 바라봐야 하고, 그 순간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2022년은 나다운 해였기를 바란다.
지금 행복하나?
이 순간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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