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트강이 흐르는 곳
탄츠하우스 취리히 문화센터
스위스는 바다가 없는 대신 호수가 많다. 여름이면 호수나 강가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작년 여름내 취리히에 체류하면서 매일같이 리마트강을 지나다녔다. 날이 개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강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러한 풍경과 함께 강변에 위치한 독특한 입면의 건물이 있다. 10여년 전 화재로 소실된 댄스 아카데미를 수변 산책로와 함께 재정비하는 설계 공모가 있었고 바로시 베이가의 당선안이 수 년에 걸쳐 실제로 지어졌다.
수변 산책로와 도로의 고저차로 인해 형성된 경사면을 이어주는 이 건물은 두 개의 레벨로 나뉜다. 아래 층은 산책로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어 강을 따라 길게 배치된 카페를 들르기 좋다.
위 층은 댄스 아카데미 운영 사무실이, 두 개층을 합친 공간에는 공연장이 있다. 지붕층은 도로 레벨과 일치하여 화단이 꾸며져있다. 계단같은 모양의 단면은 어느 층에서든 강을 보며 쉴 수 있는 테라스를 만들어 준다.
입면의 반복적인 사다리꼴 패턴은 창문과 드나드는 문이 되어 전체 파사드를 만들고 작게는 선홈통의 디자인이 되기도 한다. 도로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강을 건널 때 비로소 정면을 보게 되는 이 건물은 간결한 요소 만으로 산책로의 인상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실험해 본 결과 같기도 하다.
카페 야외석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 조깅하며 지나가는 사람, 강 위의 다리를 건너는 사람, 건너다 말고 멈춰서 강과 건물의 풍경을 찍는 사람,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드는 사람 등 건물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했다. 나 또한 오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자주 들렀던, 여름의 기억이 가득한 건물이다.
WORDS 최은지(스와건축 디자이너)
예술과 건축이 조화로운 도시
바젤
처음에는 비트라 캠퍼스를 가기 위해 들른 도시였는데 지금은 ‘최애’ 도시 중 하나다. 바젤은 마냥 걷기 좋은 도시다. 아름다운 라인강과 따뜻하고 다채로운 로마네스크풍의 옛 건물들은 걷고 즐기기에 충분한 감흥을 주기 때문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유명한 건축가들(헤르초크 & 드 뫼롱의 초기작도 많다)의 작업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고 옛 건물을 재활용한 사례들도 많은 영감을 준다.
큰 규모의 제약 산업, 은행이 있는 도시지만, 옛 모습과 현재의 풍경이 어느 하나 희생되지 않게 조화된 느낌이랄까. 이렇게 조화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이 획일화된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이곳이 건축가의 도시, 디자인의 도시로도 불리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언젠가 1년 정도 살아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바젤에서 묵었던 호텔 ‘노마드 디자인 앤 라이프스타일 호텔’, 무채색의 딱딱한 입면은 도시의 맥락을 담담하게 담아냈지만, 내부는 너무나도 다채로웠다. 민트색을 메인으로 한 색감과 따뜻한 조명이 자칫 삭막해 보일 노출 콘크리트 마감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여행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은 저녁이면 지역민이 즐겨 찾는 힙한 공간이 되었다.
여행객에게 내어주는 자전거와 우산 등 도움될 것들이 항상 준비돼 있었다. 건축가로서는 참고할 만한 디테일과 공간이 많아 지금도 설계할 때 레퍼런스로 삼고 있다.
WORDS 강지호(아뜰리에오 건축사사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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