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은근함
교토 국립박물관
교토 국립박물관의 증축동은 ‘다니구치 요시오’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뉴욕의 현대미술관을 설계했는데, 일하는 자세나 실력 면에서 참으로 닮고 싶은 건축가다.
박물관에 다다를 즈음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매표소인데, 도로에 접해 있는 매표소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낮은 판재로 덮여 있다. 언뜻 멋진 비례를 이루는 조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끔히 정돈된 진입구를 지나면 너른 마당을 거쳐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게 된다.
건물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좌측의 깊고 높은 로비는 소실점이 그려질 정도로 몰입감 있는 공간이다. 창의 루버를 통과한 햇빛이 바로 아이보리색 대리석에 떨어지는 광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해가 낮게 깔리는 시간대에 방문해서였을까, 더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층층이 구성된 전시를 관람하고 빛이 있는 곳으로 나오니, 나는 처음 마주했던 기다란 로비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었다. 폐관이 임박했다는 방송을 듣고 나온 터라, 사람들은 더 드물었고, 경쾌했던 햇빛은 낮게 깔려 있었다.
아이보리색이었던 대리석은 이제 붉은빛으로 색을 바꾸었고, 경쾌했던 공간은 아스라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산문선 <그늘에 대하여>에서 서술한 동양의 은근함이 이것을 말했던 건가.
WORDS 이진혁(소와요건축사사무소 소장)
숨 쉬는 건축물
도쿄 국제포럼
어떤 순간에 도시의 매력을 느끼나? 도시의 다채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이동할 때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와 전망이 확 열리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진정 도시의 호흡을 느끼고 도시가 숨기던 거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 수단을 통해 느끼는 도시의 ‘숨’은 도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도쿄는 유난히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전시 공간, 고층 빌딩, 세련된 상업 공간이 뒤섞인 도쿄역에선 고가도로 위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데, 마치 거대한 심장에서 혈관이 뻗어나가는 듯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향한다.
그처럼 생동감 있는 도시에 생동감 있는 건축물이 있다. ‘라파엘 비뇰리’의 도쿄 국제포럼으로, 도쿄역에서 긴자역 쪽으로 걷다 우연히 발견했다. ‘저 정도로 장엄하고 거대하게 지어야 했나’ 싶을 만큼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지만, 독특한 형태의 회전문을 통해 쉽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다.
가운데 높은 중정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기다란 복도가 이어진다. 마주 보는 복도는 공중의 브리지가 잇는다. 브리지를 오가면 복도들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배를 공간화한 건물인 도쿄 국제포럼은 이동 수단처럼 생겼다. 건물 내부 브리지도 어떻게 보면 맞은편 복도로 향하기 위한 이동 수단이다. 국제포럼은 마침 복잡하고 생동적인 도쿄역 근처에 있어 살아 숨 쉴 것만 같다.
WORDS 민세원(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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