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다양한 도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2020년 1월의 나는 설원 속을 달리는 열차 안에 있었다. 흰 눈을 마음껏 보고 싶었고, 시간이 많아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탄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무려 8박 9일 동안 달렸다.
모스크바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도착한 과거 러시아의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지난 열흘간의 러시아와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장식이 화려한 창문과 기둥에서 이곳이 유럽과 매우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고, 도시는 과거 공산국가의 흔적과 러시아 정교회 건물들의 독특한 분위기가 어우러졌다.
성당 안에서 본 초대형 벽화는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모자이크 타일로 이루어져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파스텔 톤을 좋아하나’라고 생각하며 우리나라에는 없는 색깔을 입은 건물들 사이를 산책했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으로 유명한 겨울 궁전은 러시아 바로크풍 장식을 바탕으로 민트색과 금색으로 뒤덮여서 무채색 육면체 건물에 익숙한 나로선 왠지 쾌감을 느꼈다. 압도적인 크기의 궁전과 그 앞 광장에서 눈을 맞으며, 겨울밤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난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러시아 여행이 쉽지 않지만,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추워지고 눈이 오면 그 때 보고 느꼈던 그 도시가 그리워진다. WORDS 이도훈(건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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