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 레드 라벨의 매운맛
조니워커 레드 라벨은 입문자용이라 불릴 만큼 스카치위스키의 특성을 고루 갖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스카치위스키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 위스키의 가벼운 풍미와 서부 해안 위스키의 짙고 무거운 풍미가 조합돼 매력적인 맛과 향을 품었다. 입안에 들어오면 생기 있는 맛으로 시작해 향신료 풍미가 가득 퍼졌다 스모키하게 마무리된다. 바다 같은 시원함과 매운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 시즌3(2017)에 칼리 카르텔의 2인자 ‘파초 에레라(알베르도 암만)’가 자수 결심을 엄장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발설하기 전 파초는 조니워커 레드 라벨을 병째 콸콸 마신다. 코가 저릿할 텐데도 콸콸 삼키는 파초의 모습에선 조니워커 레드 라벨이 그 비장함을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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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인 술 압생트
19~20세기 문학과 예술에서 압생트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쓴맛이 강해 달달한 각설탕을 넣어 음미했던 압생트는 당시 꽤 위험한 리큐어였다. 녹색을 띠어 ‘녹색 요정’이라고도 불렸을 만큼 많은 예술가를 매료시켰는데, 이는 첨가된 ‘향쑥’ 성분이 환각이나 중독 증세를 일으켜 예술 감각을 강화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토탈 이클립스>(1995)에서 ‘아르튀르 랭보(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는 문학가의 삶에서 느끼는 회의감을 늘 압생트로 위로받았다. 현대에는 유해 물질이 제거된 채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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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다니엘스의 향기
잭 다니엘스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다. 하지만 미국 위스키는 대개 버번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지만 잭 다니엘스는 달리 불린다. 버번위스키와 다른 생산법 때문. 증류한 원주를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기 전 단풍나무 숯으로 만든 필터로 여과해 잔여물을 제거한 후 풍미를 더하는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버번이 아닌 테네시 위스키라 불린다. 스모키한 버번보다는 대중적인 위스키 맛이라 어떤 방법으로 마셔도 좋다. <여인의 향기>(1993)에서 잭 다니엘스를 달고 사는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의 말을 기억하자. “탱고는 실수하면 스텝이 엉키지만 그냥 추면 돼요.” 스텝 엉킬 때까지 잭 다니엘을 죽 들이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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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짐 빔
짐 빔은 유명한 데다 역사적 배경이 굵직해 버번위스키로서 입지가 단단하다. 버번위스키의 풍미를 확실히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짐 빔은 균형 잡힌 맛을 자랑한다. 메이플 시럽의 달콤함에 이어 알코올의 알싸함이 입안을 잠깐 장악했다 곧이어 달콤함이 부활한다. 훌륭한 풍미, 오랜 역사, 저렴한 가격, 삼박자를 고루 갖춰 20대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다. 어쩌면 짐 빔은 청춘을 대표하는 술이 아닐까. 히피와 펑크 감성 가득한 <이지 라이더>(1969)에서 변호사 조지 핸슨(잭 니콜슨)이 짐 빔을 병째 들이켜고 괴상한 소리를 내는 히피적 행동을 보일 때, 자유를 갈망하며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이 스친다. 콧속을 파고드는 알싸함과 혈관에서 뒤엉키는 피의 흐름을 느꼈던 첫 위스키 경험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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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결정체 스미노프 레드
위스키나 럼 같은 독주와 달리 보드카 스미노프는 증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알코올 농도를 99퍼센트까지 끌어올린 다음 특정 도수로 맞춘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40도지만, 메탄올 찌꺼기나 불순물이 거의 없어 숙취로 두통이나 위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스미노프 라인업 중에서도 ‘레드’는 자작나무 숯을 이용해 10번의 여과를 거친 순수한 보드카로, 칵테일 베이스로 적합하며 샷으로 마셔도 훌륭하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에서 알코올 중독자 ‘벤 샌더슨(니콜라스 케이지)’은 자다 벌떡 일어나 마치 특효약 마시듯 스미노프 레드를 꿀떡꿀떡 삼킨다. 그의 음용 방식보단 스미노프 레드에 라임과 진저 에일을 섞은 칵테일 ‘모스코 뮬’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발렌타인을 가득히
오랜 역사와 대중성을 모두 챙긴 위스키는 발렌타인이다. 발렌타인 21년은 과거부터 고급 위스키로 칭송받아온 만큼 은은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발렌타인을 대표하는 위스키라 해도 무방하다. 반면 발렌타인 7년 버번 피니쉬는 7년간 숙성된 위스키로, 원액을 버번 캐스크에 가둬 스카치위스키의 깊이와 버번의 달콤함을 품었다. 꿀, 토피애플, 바닐라 향과 캐러멜이 느껴지며, 칵테일 제조에도 탁월한 술이다. 희뿌연 파이프 담배 연기와 다수의 위스키 보틀이 등장하는 <위스키를 가득히!>(1949)의 얼큰함에 발렌타인을 더해보는 것도 영화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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