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화석연료 수출국이 화석연료 사용 종식을 기다리며 친환경 도시를 짓는다. 석유 팔아 번 돈으로 화석연료 없이 지속가능한 메트로폴리탄을 만든다. 희극 같은 현 상황은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Neom)은 사막에 도시를 짓는 프로젝트다. 그중 ‘더 라인’은 사막을 가로질러 홍해로 이어지는 일직선 형태의 도시다. 아니 건축물이다. 정확히는 170km 길이의 ‘성’이다.
지속가능한 도시의 요건은 무엇인가? 탄소 배출이 제로에 가깝고, 에너지는 자급자족해야 하며, 그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운영되어야 한다. 쾌적한 생활을 위해 인구 밀도를 낮춰야 하고,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실현하려면 풍요로운 자연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이야말로 미래 도시의 가장 큰 자원이다. 하지만 네옴은 사막에 도시를 짓는다. 사막에서 얻을 자원은 없다. 모래폭풍도 분다. 친환경 도시를 건설하기에는 허들이 많다. ‘더 라인’은 이 걸림돌을 어떻게 파쇄할까?
‘더 라인’은 폭 200m, 길이 170km, 해발 500m로 면적이 26,500km2에 달한다. 서울의 44배 크기다. 인구는 서울 시민보다 조금 적은 9백만 명을 수용한다. 도시는 넓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다. 도시가 성장한다는 것, 대도시가 된다는 것은 더 넓은 대지를 사용함을 뜻한다. 하지만 ‘더 라인’은 수평 대신 수직으로 확장된다. 황폐한 사막의 대지를 넓게 사용하기보다 밀도 있게 사용하고, 대신 수직으로 도시를 계층화해 자원 낭비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도시 기능을 수직으로 계층화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은 시민의 생활 방식도 바꾼다. 더 라인에서 시민은 도시를 위아래, 혹은 가로질러 이동하며 산다.
여기선 도시 개념이 바뀐다. ‘무중력 도시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 고층 건물은 단순히 높은 것이 아니라, 공원과 보행자 구역, 학교, 집, 직장 등을 포함하게 된다. 이로써 도시에서 낭비되는 공간을 줄이고 극도로 효율적인 도시 생태계가 구축된다. 도로도 자동차도 필요 없다. 오송역처럼 큰 우회 구간이 없어 고속철도는 종단 환승이 20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위아래 대각선으로 이동하니 자동차가 끼어들 틈이 없다. 도시는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운영되며 교통 기반 시설보다 웰빙이 먼저다. 개발보단 자연이 앞선 초효율적인 도시다. 이 희극의 결말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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