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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와 원진아의 이 시대 시트콤 <유니콘>

거침없이 도전하는 스타트업의 좌충우돌을 다룬 <유니콘>이 공개됐다. 유병재 작가의 첫 시트콤 각본이자, 원진아 배우의 첫 코미디 연기가 담겼다. 두 사람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넓은 스펙트럼을 향한 기폭제나 다름없는 <유니콘>에 대해 대화했다.

UpdatedOn September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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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가 입은 셋업 마인드 시커, 이너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원진아가 입은 드레스 넘투, 부츠 레이첼 콕스 제품.

옛날 시트콤을 유튜브로 추억하는 저로서는 새로운 시트콤 <유니콘>의 등장이 반가워요.
유병재 지난 11년간 다양한 코미디를 선보여온 것 같아요. 코미디는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글, 공연, 영상 등이 있죠. 코믹한 시트콤 장르는 코미디는 언젠가 꼭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진아 씨는 서정적인 역할을 자주 맡았죠. 코미디 연기는 처음이죠?
원진아 그렇죠. 지금까지 사연 깊고 정적인 인물을 연기했어요. ‘애슐리’ 역을 제안받았을 때 ‘앞으로 이런 제안이 또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대본을 읽어보니 지금까지의 시트콤과는 약간 결이 다르더라고요. 그 부분에 대한 호기심도 컸죠.

<유니콘>은 ‘스타트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죠. 왜 스타트업을 소재로 정한 건가요?
유병재 스타트업과 관련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종종 들어왔어요. 직원이 아니니 직접적으로 경험하진 못했지만 에피소드들이 웃기더라고요. 그래서 스타트업이라는 외피를 빌려, 그 에피소드에서 영감받아 대본을 썼죠.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스펙 좋다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거나 웃긴 면모를 보이는 게 코미디 소재로서 굉장히 훌륭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극 중 회사명 ‘맥콤’은 ‘매콤하다’는 의미를 내포한 건가요?
원진아 저도 처음에는 ‘매콤하다’의 매콤인 줄 알았어요.
유병재 그야말로 짧은 기간에 지었어요. 원고 쓰다 보면 되게 사소한 것 때문에 오래 고민할 때가 많아요. 이번엔 회사명 짓기에 오랜 시간을 소요했죠. 원고 다 쓴 뒤 회사 이름을 뭘로 하지 고민하다가 맥콤이라 정했고, 이후에 맥시멈 컴퍼니라는 뜻을 붙였어요. 그리고 맥콤 대표 ‘스티브’는 왠지 촌스러운 작명을 할 것 같았죠.

스티브(신하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스타트업 CEO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 스티브 같아야 할까요?
원진아 스타트업을 경험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드라마 대본을 보고 느낀 건요, 스타트업은 마음 맞는 이들끼리 모여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끈끈한 유대감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CEO여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한 노고를 편히 나눌 수 있는 사람?
유병재 스티브는 장단점이 명확한 캐릭터죠. 그가 보여준 장점은 순수함이거든요. CEO에게 순수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꿈꾸듯이 스티브라는 인물을 그렸어요. 시트콤이 아니라 드라마로 접근하는 분들은 스티브에게 ‘왜 저런 선택을 하냐’고, 말도 안 된다고 말하시더라고요. 그 정도로 순수하고 착하고 좋은 사람이죠. 그런 자질을 CEO가 갖추면 좋지 않을까.

진아 씨가 연기한 애슐리는 어떤 인물인가요?
원진아 애슐리는 하기 싫어도 맡은 일을 누구보다 잘해내려는 인물이에요. 주어진 일이라고 다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인물이죠. 부당한 일도 하기 때문에 미련해 보일 때도 있거든요. 처음에는 스티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실하게 일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심으로 회사에 머무르고 싶어서 일하더라고요. 갈수록 회사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유병재 맥콤 구성원은 이상한 점이 하나씩 있는 부족한 사람들이에요. 그 속에서 애슐리는 그나마 땅에 발붙이고 있는 사람이랄까요? 애슐리를 여기저기 튀는 동료와 CEO를 꽉 잡아주는 사람으로 그렸는데, 시청자는 사실 제일 미친 건 애슐리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은은하게 광기를 띤다면서요.

애슐리의 어떤 점이 단번에 원진아 배우를 떠올리게 했나요?
유병재 진아 씨의 낮은 목소리가 이 캐릭터와 아주 잘 맞겠다 생각했어요. <유니콘>이 좌충우돌 비현실적인 회사의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애슐리까지 너무 통통 튀면 어지럽겠죠. 하지만 진아 배우의 저음이 그 어지러움을 잡아줄 것 같았어요. 애슐리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이 진아 배우 속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고요.

진아 씨는 맥콤처럼 미친 사람들로 가득한 회사에서 일하면 어떨 것 같아요?
원진아 애슐리처럼 맡은 일을 계속 열심히 하겠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못 빠져나가고요. 회사에 소속되면 바깥세상을 보기 힘들잖아요. 이 회사에서 나의 능력이 빛을 발할 것 같다면, 다른 곳에 가기를 두려워할 것 같아요.
유병재 저는 그만두고 유튜브를 시작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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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벨트 모두 럭키슈에뜨, 부츠 찰스앤키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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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패턴 수트 오포, 레드 컬러 로퍼 톰 브라운, 이너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 분께 질문드리자면, 구상하거나 연기하는 단계에서 고민은 없었나요?
유병재 글쎄요. 솔직히 없었어요. 최근 작업 중 가장 마음이 편했거든요. 대본 쓰는 기간에 제일 신났었어요. 그나마 고민이라고 하면, 제작 발표 일정이었어요. 예능 제작 발표회는 하루에 끝나지만, 드라마는 여러 차례 진행되더라고요.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새삼 배우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원진아 제가 ‘밈’이나 유행에 좀 무뎌요. 웃긴 밈이 포함된 대사가 많았는데, 그걸 잘 표현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 의문이 들었어요. 대중이 익히 아는 밈을 이런 리듬으로 표현하는 게 맞나? 싶은 거죠. 작가님, 감독님께서 대중적으로 살리기보단 애슐리가 말하듯 편하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말씀해주시긴 했지만요.

<유니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까요?
원진아 처음에 작가님과 이야기 나눴을 때 하신 말 중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셨거든요. <유니콘> 속 대표와 직원들은 계속 좌충우돌하고 실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것에 거침없이 뛰어들 줄 아는 사람들이죠. 두려워하지 않고 앞만 보고 시작하는 용기가 있죠.
유병재 맞아요. 이 작품을 쓰다 제 자신이 희망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임을 알았어요. 진아 씨가 말한 것처럼 부족한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 끝엔 희망이 존재해요.

두 분의 커리어 시작점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인가요?
유병재 올해가 시작한 지 대략 11년쯤 돼요. UCC로 시작했을 당시에 저는 딱할 정도로 열망이 컸더라고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성공과 목표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어요. 제일 웃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진아 씨는요?
원진아 배우가 된 것만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한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시작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었죠. 한 작품 끝나면 연이어 새로운 작품을 연기해야 하는 직업이라 시작을 거듭하는 기분이에요. 작품마다 접근법이나 현장 분위기가 달라서 더 그렇죠. 매번 새로우니까. 이 일을 하는 한 매번 새로운 시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매 순간 도전인 거죠.

두 분 모두 모험을 즐기는 타입일 것 같아요.
원진아 저는 완전. 새로운 게 눈에 들어오면 무조건 배우고 봐요.
유병재 저는 안정적인 걸 좋아해서 모험은 되도록 피해요. 성향만 보아도 저는 내성적인 INFP거든요. 그래서 자주 울죠. 어제도 울었거든요. 우리 드라마 보다가.

작가님에게 <유니콘>은 자식 같은 작품이니까요.
유병재 네, 자주 ‘자식’에 비유했어요. 짧다면 짧은 기간에 완성한 작품인데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니 설레더라고요. 그 감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죠.

각본 완성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됐죠?
유병재 편마다 다른데, 한 편 쓰는 데 3주 정도 소요되는 게 저한테 딱 맞더라고요. 총 12편이니까 한 10개월 정도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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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재가 입은 레더 코트 디아뎀, 이너 셔츠 타미 힐피거, 레더 팬츠 스페로네, 첼시 슈즈 로맨틱 무브 제품. 원진아가 입은 드레스 보테가 베네타 by 육스, 슈즈 크리스찬 루부탱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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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아가 입은 드레스 포츠1961 제품. 유병재가 입은 니트 타미 힐피거, 팬츠 디아뎀, 안경 래쉬 제품.

드라마 작가로서 디렉팅하는 병재 씨 모습이 궁금하네요.
원진아 캐릭터를 설명할 때 동물에 비유하셨어요. 처음 경험한 묘사였죠.(웃음) ‘애슐리를 연기할 때 래서판다같이 하라’는 디렉팅의 의미를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근데 대본이 상황과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보니 ‘왜 래서판다인지’ 해답이 풀렸죠.
유병재 동물에 비유해 추상적으로 설명했던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 애슐리 역을 래서판다에 비유한 건, 애슐리의 내면에는 화와 욕망, 살려고 하는 마음이 존재하지만 표면적으론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길 바랐던 이유에서죠. 그런데 그걸 진아 씨가 잘 이해하고 표현해줘서 시청자도 애슐리에 대해 저와 동일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신기하게도.

코미디를 다루는 만큼 촬영장은 활기로 가득했겠어요. 인상적인 에피소드 있을까요?
유병재 저는 사실 촬영장에 잘 붙어 있지 않아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는데 말이죠.
원진아 전 작가님이 현장에 자주 오셨던 게 에피소드예요.(웃음) 원래 작가님들은 촬영 현장에 거의 안 오잖아요. 몰래 방문하거나, 배우한테 이야기하지 않는데, 병재 작가님은 그 반대였어요. 배우들은 대본 보고 장면에 대한 궁금점이 많았는데, 작가님께 직접 질문할 수 있었어요. 다른 촬영 현장에선 없던 특별한 상황이죠.
유병재 간혹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흐름 타서 물어보는 척하는 분들도 한두 명 봤어요.(웃음)

별안간 방문이 큰 도움이 됐군요.
유병재 아유, 그냥 잠깐 머물다 갔어요.
원진아 밥이랑 커피차도 자주 보내셨어요. 자식 같은 작품이니까요.

<유니콘>을 통해 소통한 두 사람은 서로 어떤 느낌이었나요?
원진아 병재 작가님은 마냥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지만 첫 만남에 느낀 건, 대본에 대한 진지함과 프로페셔널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죠.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해주셨고, 일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작품이 나왔을 때 진담으로 ‘제가 잘 써서 재밌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모습이 멋있었죠. 스스로 ‘내가 잘해서’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큰 애정과 노력, 확신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말이더라고요. 그 자신감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유병재 바로 앞에서 말하는 게 약간은 쑥스러운데요, 저는 원진아 배우의 높은 공감 지수를 리스펙트해요. 공감 지수가 높고 착한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더 훌륭한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유니콘>이 어떤 시트콤으로 남길 바라나요?
유병재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네요. 그냥 소박하게 전설 같은 시트콤이라고 할까요.
원진아 소박하게 전설이라고요?(웃음)
유병재 마니아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저희 이야기가 계속 진행되면 아마 많은 분들이 알아주겠죠, 그러길 바라고요. 이 작품은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인 만큼 그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게 기억되는 시트콤으로 남았으면 좋겠네요.
원진아 ‘예전에 그거 재밌었잖아’라고 말했을 때 듣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요. 추억 속에 유쾌하게 남으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어, 맞아. 그거 재밌었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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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송난새
Stylist 선희후지(원진아), 신소윤(유병재)
Hair 경혜(원진아), 오드샵(유병재)
Make-up 박선미(원진아), 오드샵(유병재)
Assistant 김나현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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