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라이프를 위하여 | 권민석
당신은 누구인가?
을지로에 위치한 바 에이스포클럽과 부암동에서 에이스포스튜디오라는 렌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권민석이다. 그리고 에이스트리맨이라는 아가베와 괴근식물에 기반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이 식물들을 인용한 행사를 기획하고, 화분이나 삽, 티셔츠 같은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식물을 모으나?
아가베와 괴근식물. 그동안 다양한 취미를 거쳤는데, 진정 내 취향과 맞다고 느꼈다. 몇 가지 사업을 하며, 빈티지 소품이나 가구를 수집한 적도 있는데, 물건은 결국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느껴 싫증이 났다. 반면에 식물은 구매한 뒤로도 보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질리지 않고, 조형미가 특별해 소유욕이 커졌다.
괴근식물과 아가베의 매력은 무엇인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반려식물이라는 점, 조형미, 그리고 흔하지 않다는 것. 벌써 50개쯤 모았다. 개인적으로 괴근식물보다 아가베에 더 매력을 느끼는데, 아가베는 생명력이 강해서 몇 달간 물을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이 식물들에 빠진 계기가 있다면?
문화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함량 높은 브랜드 네이버후드와 깊은 연관이 있기도 하고, 세계 곳곳의 멋쟁이들이 괴근식물과 아가베를 집에 들인 게 매체를 통해 공개됐고, 조금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
괴근식물과 아가베를 통해 해보고 싶은 게 있나?
내 브랜드 에이스트리맨을 더 알리고 싶다. 그리고 괴근식물과 아가베 관련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10년이 안 돼 태동기에 있는데, 이 문화를 함께 일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최고나 최단 기록은 깨지기 마련인데, 최초의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관련 시장이 자리 잡지 않은 지금부터 이 식물의 매력을 널리 알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목표가 있다. 사실 그냥 이 식물들이 너무 좋다.
관련 문화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좋아하는 취미라 낙관적으로 보는데, 더 알려질 거라 생각한다. 감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지게 될 만큼 멋진 식물이니까. 사실 전망은 내게 중요하지 않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다량 생산된 물건에 싫증을 느끼기도 했고, 개체마다 다르게 생긴 이 식물들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직 내게 없다.
불편한 건 없나?
식물이 늘어날수록 집이 좁아진다는 거? 물론 습도 조절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겨울에도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괜찮다. 상관없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계획이 있다면?
최근 아가베와 괴근식물 관련 팝업을 비롯한 행사를 개최했다. 앞으로도 이 식물들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릴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이 식물들을 좋아하는 컬렉터와 정보를 나누며 즐겁게 지내고 싶고. 사실 취미에 목표가 있겠나? 앞으로도 식물과 함께하는 ‘그린 라이프’를 오래 즐기고 싶다.
한옥과 괴근식물 | 손재영
당신은 누구인가?
코덱스(괴근식물)를 좋아하다 못해 직접 수입까지 하게 된 괴근식물 애호가 손재영이다.
괴근식물은 어떻게 접했나?
어머니께서 파키포디움 그락실리우스를 농장에서 사 오셔서 처음 봤다. 독특한 생김새에 매료됐고 수집을 좋아해 하나 더 구매하게 됐다. 그렇게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매달 조금씩 컬렉션을 늘렸다.
괴근식물의 매력은 무엇인가?
처음엔 타원 형태가 좋았고, 인스타그램이나 책을 살펴보다가 찌그러지고 납작한 개체들도 있다는 것에 빠졌다. 사람처럼 식물도 생김새가 다 달라 수집하는 열망이 끓어올랐다. 괴근식물은 세상에 많아도, 이 모양의 개체를 가지고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특별함도 수집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 재미가 괴근식물 문화의 매력이다.
얼마나 수집하고 수입했는가?
매년 수입하고 있는데, 올해는 약 1백20개를 수입했고, 아직 보유하는 것은 40~50개 정도다. 개수가 많아져서 내 집은 물론 부모님 집에도 여럿 가져다 두었다.
수입 과정이 궁금하다.
팬데믹 기간에는 해외에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식물의 자생지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였고, 그곳에서 판매처를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고민했다. 수소문 끝에 마다가스카르 정부 허가를 받고 멸종위기종에 속한 이 식물들을 정식으로 판매할 수 있는 셀러를 찾았다. 그에게 메일을 보내서 구매 의사를 전달했고, 답장이 와 주문해 물건을 받고 있다.
수입한 괴근식물은 어떤 상태로 오나?
현지에서 채집할 때 긴 뿌리를 온전히 뽑기 힘들어 어느 정도 잘라 수출한다. 뿌리가 잘린 것을 ‘벌크’, 그 상태에서 심어 뿌리를 안정화하는 걸 ‘루팅’이라고 한다. 벌크보다 루팅 개체가 2~3배 더 비싸다. 다시 살린 셈이니까. 그렇다고 온도, 습도, 환경 모두 일정하게 맞춰야 해서 루팅 상태로 수입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체로 벌크 상태로 가져와, 루팅해 판매하고 있다.
그나저나 한옥에 살고 있다. 괴근식물과 한옥의 조화라니, 새롭다.
신혼집을 차렸는데 가구나 인테리어 아이템이 없어서 빈 공간을 뭘로 채울지 고민했다.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어 괴근식물을 두게 됐다. 갖다 놓고 보니까 잘 어울렸다. 한옥도 나무로 만들어진 집이니 어떤 식물과도 조화로울 수밖에.
수집하는 것과 판매하는 건 다르다. 직접 해보니 어떤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정식 허가를 받고 수입한 벌크 개체를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외국에는 ‘벌크 마켓’이 활성화돼 있는데 한국은 사실 없다고 본다. 벌크 마켓을 시작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져 마니아도 늘고 벌크 식물을 루팅해 나만의 식물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더 하고 싶은 게 있나?
서울 시내에 괴근식물 전용 매장을 차려 사람들이 직접 볼 기회를 만들고 싶다. 그런 환경을 구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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