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사식 생활
물가는 나날이 승천하지만 임금은 제자리구나. 이 와중에 기댈 곳이 회사뿐이랴? 한참을 찾아보니 공짜로 커피 주고, 물 주는 곳은 회사 말고 카센터밖에 없더라. 그러니 마른 목구멍은 회사에서 회사의 자산으로 채우는 것이 지출을 아끼는 길이렷다, 하는 판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아 홀린 듯 옆 팀 탕비실로 가 맥심 커피 몇 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자 빠르게 등장한 단어는 ‘런치플레이션’이다. 한 달 사이 점심값이 올랐다. 1만원으로 점심을 해결하기 어렵다. 깍두기가 반찬의 전부인 곰탕 한 그릇도 1만1천원이다. 점심 식사는 최소 1만3천원에서 1만5천원 정도다. 1만원 이내 점심 식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저렴한 식당은 회사 구내식당이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면 거의 반값에 해결이 가능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사 내에 커피머신이 있다면 커피 값도 아낄 수 있다. 회사 식당에서 점심 먹고, 커피도 마시면 점심값을 1만원 이내에 해결하는 사식 생활이 인플레이션 시대 직장인의 점심 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하지만 사내 식당이 없는 회사라면 얘기가 다르다. 사무실에 커피머신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사식 생활이 불가능하다면 06번 솔루션을 참고하길 바란다.
02 | 빌리족
그 비싼 걸 뭐하러 사? 빌리면 되는데.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공산품 가격이 올랐다. 특히 수입품은 부가된 관세와 국제 배송비까지 부담된다. 골프를 즐기는 2030은 필드에 나갈 때 한껏 차려입는다. 하지만 유명 골프 브랜드의 티셔츠 가격은 약 25만원에서 30만원 정도. 한 번 사면 여러 번 입는다지만 안 사면 더 싼걸? 하여간 임금이 정체된 인플레이션 시대에 30만원짜리 티셔츠는 부담이다. 백화점보다 직구로 구입하는 편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일본 직구를 애용하는 골프족도 있다. 보다 더 합리적인 방법은 대여다. 빌리족은 구입보다 대여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약 50만원짜리 지포스 폴로 스웨터를 골프 의류 및 144용품 대여 사이트에서는 10% 가격인 5만원에 빌릴 수 있다. 라운드 나갈 때만 입는 골프 의류는 은근히 유행을 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또 구입하게 된다. 따라서 구입보다 필요할 때만 한 번씩 대여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한 벌 구입하는 비용으로 여러 종류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030이 주도하던 의류 대여 시장에 중장년층의 유입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이 아니라면 필요할 때만 대여하는 게 빌리족의 습성이다. 이를 겨냥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빌리플레이’는 라이카 카메라, VR, 인스타360, 포터블 모니터 등 필요할 때만 사용하게 되는 제품들을 빌리고 빌려주는 렌털 플랫폼이다. 빌려서 돈 아끼고, 빌려주며 돈 버니 일석이조다.
03 | 난소공
난소공은 ‘난 소유보단 공유를 원해’를 뜻한다. 공유경제는 1인 가구 증가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공유 플랫폼이 활발하게 전개되며 주거생활도 소유보단 공유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 네 곳에 위치한 ‘에피소드’는 1인 가구 플랫폼이다. 주거 공간인 룸은 생활에 꼭 필요한 기능을 간소하게 갖추었고, 대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많이 확보했다. 방에선 휴식이 우선이지만 방문을 나서면 일반 아파트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오피스나 라운지, 영화관과 마사지실, 주방과 세탁실, 운동실 등이 공용 공간으로 제공된다. 클래스도 열리고, 이따금 이벤트도 열린다. 혼자 살지만 심심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세탁기, 건조기, 안마의자를 소유할 필요 없다. 공유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자동차 역시 소유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만 공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카셰어링은 일회성 공유에서 월 구독형으로 진화했다. 지인들끼리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 ‘우리끼리카’도 등장했다. 최대 5인까지 지인과 함께 이용료를 나눠 내며 차량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내 차가 아니라 우리 차라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적다. 자동차 품앗이랄까.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공유는 효율적이다. 공유주방 업체인 ‘키친밸리’는 서울과 수도권에만 지점이 21개 있다. 업체들은 공유주방을 주로 배달 전용으로 운영한다. 홀이 없어 효율적인 운영관리가 가능하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소유보단 공유가 덜 쓰고 더 버는 방법이다.
04 | 휴포할래?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는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해외 물가 상승으로 여행지에서의 소비를 주춤하게 되는 가운데, 항공료도 급격히 인상됐다. 이를 가리키는 베케이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베케플레이션’도 등장했다. 그래서 결론은 뭐냐. 돈을 아껴야 하니 과감히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연유는 이렇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국내 물가 역시 상승하긴 마찬가지다. 수도권 펜션 숙박비가 1박 2일 기준 1백만원이 넘는 경우가 많고, 워터파크는 보이는 것 몸에 닿는 것 모두 돈이다. 호캉스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다고 호텔 숙박비가 저렴하다는 뜻은 아니다. 차차차선택으로 차박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한동안 유행했던 차박은 캠핑의 연장선일 뿐이다. 보다 편한 잠자리를 선호하게 되니 차박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차박이 가능한 공간이 줄어든 것도 있고, 주민의 민원도 상당하다. 여행은 비용이고, 휴가는 휴식이 아니다. 차라리 여행 대신 도시에 남거나, 집에서 쉬며 휴가를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조금만 방심해도 월급만큼 비용이 발생하는 휴가를 포기하는 건 인플레이션 시대의 웃픈 현실이다.
05 | 쇼핑은 無無
쇼핑에서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대면해서 카드 결제? 아니다. 무료 배송이다. 자장면 배달도 배달료를 받는 시대다. 배달료를 아끼려고 테이크아웃을 하니, 포장비가 등장했다. 이러나저라나 요금이 나가긴 마찬가지. 이런 시대에 공짜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건 은혜로운 서비스다.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전개된 무료 배송은 중소형 업체로까지 번졌다. 배송비를 내면 손해보는 것 같아 괜히 상품 하나 더 넣어 무료 배송 가격에 맞추는 것도 새로운 쇼핑 습관이다. 배송만이 아니다. ‘무(無)’는 새로운 소비 풍속의 중심 가치가 되고 있다. 2030 중심으로 소비생활을 아예 안 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인기다. 돈 한 푼 안 쓰고 일주일을 생활하는 챌린지다. 어떻게 가능하냐고? ‘냉장고 파먹기(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로만 버티기)’를 하거나, 부모님과 함께 생활할 경우 집밥만 먹으며 지내는 것이다. 외출을 자제하는 것. 외출하더라도 소비는 절제하는 것. 플렉스를 외치던 2030의 변심은 빛처럼 빨랐다. 나아가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쇼핑을 이어가는 방법이 등장했다. 마케팅 사이트에 가입해 쿠폰을 받는 것. 개인 정보를 팔아 번 쿠폰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이는 온라인 폐지줍기라고 불린다. 없어도, 아무것도 없어도 어떻게든 생존한다.
06 | 선배 찬스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숙고의 시간이 있었다. 무지출 챌린지하는 2030세대 중 내 돈은 안 쓰고, 남의 돈만 쓰는 이들이 있다. 회사 상사와 함께 음식점에 갔을 때 얻어먹는 것이다. 그게 나쁘냐고? 나쁜 건 아니지만 얄밉다. 음식값은 윗사람이 계산하는 게 미덕 아닌가. 형 누나가 관습처럼 계산하는 걸 악용하는 후배들은 미워할 순 있지만 대놓고 더치페이하자고 말하긴 여전히 어렵다. 호구, 아니 다정한 형 누나의 카드로 배를 채우는 것을 선배 찬스라고 부르겠다. 참고로 선배 찬스는 자주 사용해선 안 된다. 한 번은 먼저 카드를 내미는 액션이라도 취해야 찬스가 지속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인플레이션을 피하려면 돈을 아끼는 아주 기초적인 방법들.
1 신중하게 결제하라
티끌 모아 태산이다. 커피값도 한 달이면 꽤 큰 돈이다. 작은 소비도 잦으면 큰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소비해야 한다.
2 자산 규모를 계산해라
승진했다고 사회적 지위에 맞게 소비하면 소비 규모가 급여 인상분보다 더 커질 위험이 있다. 임금 인상은 세금 인상이라는 것. 실수령액은 별 차이 없다.
3 저축 자동화
그럴싸해 보이지만 별것 아니다. 저축 통장을 하나 만들고, 급여가 들어오면 일정 금액을 자동 이체한다.
4 빚지지 마라
소비 패턴은 규칙적인데, 할부가 쌓이면 생활에 무리가 온다. 새로운 빚을 지기 전에 자신의 경제 상황과 수입을 계산해야 한다.
5 가계부를 써라
지출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예산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라. 하지만 재정 상황을 데이터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애초에 이 팁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6 소비 습관이 비슷한 친구
소비 규모가 비슷한 친구와 어울리고, 재정 목표를 설정하면 돈을 적게 쓰고도 즐겁게 노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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