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음이 중요하냐고? 포뮬러E의 취지가 친환경이기 때문이다. 매연 없이, 소음 없이도 자동차는 빠르고 정교하게 달릴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산골짜기의 레이스 서킷보다는 인구가 밀집된 도심 한가운데서 경기를 치른다. 도심 한복판에서 경기해도 아무도 소음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8시즌 동안 증명해왔다.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보여줬다. 잠실 종합운동장 관중석에 앉아 있어도 차들이 언제 들어오는지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했다. 조용하지만 빠르다. 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자동차들은 다 지나가고 코스는 텅 빈다. 뭐 이런 허탈함이 다 있나.
시즌 8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디리야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뉴욕, 런던 등 굵직한 대도시를 거쳐 대단원의 막을 서울에서 내렸다. 서울 대회가 포뮬러E 통산 100번째 경기였다는 것도 의미 있다. 100번째를 찍었으니까. 200번째에도, 300번째에도 서울에서 경기하는 전통을 만들면 어떨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물론 이번 ‘서울 E-프리’ 대회가 쉬운 건 아니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1백15년 만의 폭우가 내렸다. 잔치나 치를 수 있겠나?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실제 대회 전날까지 비가 마르지 않아 아스팔트 포장에 난항이 있었을 것이다. 레이싱 대회에서는 이따금 우천으로 노면이 미끄러울 경우 사고가 발생한다. ‘서울 E-프리’에서는 이틀 연속 세이프티카가 등장했다. 경기 중에도 비가 내렸으니, 날고 긴다는 세계 톱 수준의 드라이버에게도 어려운 코스였다.
찜질방 같은 8월 날씨, 미끄러운 노면 상태에도 불구하고 ‘서울 E-프리’에는 이틀 동안 4만9천5백여 명이 모였다. 한국에서 모터스포츠 인기가 이 정도로 많다고? 티켓 값이 비싼 편이지만 관중석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경기장 입구 앞 ‘알리안츠 E-빌리지’에는 자동차 제조사의 부스가 있었다. 미래 콘셉트카와 최신 모델들을 전시하고, 경주용 시뮬레이터로 포뮬러E 스트리트 서킷을 경험하는 ‘게이밍 아레나’ 존도 있었다. 전부 다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 길었다. 인상적인 건 아버지 손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것. 자동차 경주를 보러 온 부자들의 행복한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 둘이서만 다니는 게 보기 좋기도 하지만 워낙 많아서다. 하여튼 아빠와 ‘포뮬러E 챔피언십 2022 하나은행 서울 E-프리’에서 모터스포츠의 미래를 보았다. 함께 자동차 경주를 보러 간 경험은 아들에게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경기 결과도 언급해야겠다. ‘서울 E-프리’는 2021/2022 포뮬러E 챔피언십 우승자를 꼽는 중요한 대회였다. 16라운드 우승은 ‘로킷 벤추리 레이싱’의 에두아르도 모타라에게 돌아갔다. 그가 여유롭게 결승선을 지났을 때 가장 크게 환호한 사람은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 소속의 스토펠 반도른 선수였다. 챔피언십 타이틀은 1라운드부터 16라운드까지 누적 점수를 합쳐 우승팀을 꼽는데, 스토펠 반도른 선수가 총 213점으로 챔피언십 타이틀을 쟁취했다. 팀 우승 또한 승점 319점을 획득한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에게 돌아갔다.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우승하며 2년 연속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메르세데스-EQ 포뮬러E 팀은 이번 포뮬러E 대회를 마지막으로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다. 다음 시즌은 기대해도 좋다. 현재 포뮬러E의 자동차들은 2세대 모델인 젠2(GEN2)다. 내년부터는 한국타이어를 장착한 차세대 레이싱카 젠3(GEN3)를 선보인다. 디자인과 기술, 효율 모두 대폭 향상된 모델이다. 또한 다음 시즌에는 맥라렌과 마세라티가 참여해 더욱 흥미로운 대결 구도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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