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몇 시간 전까지 일본에 있었죠?
후쿠오카랑 도쿄 다녀왔어요. 제가 뒤늦게 합류했거든요. 좋은 기회를 얻어 마지막 공연에 임했어요. 다 같이 공연하는데 울컥했어요. 벅차고 감격스러워서. 역시 여섯 명이 최고다 싶었죠. 무대에 서면 팬분들과 하나가 된 순간이 느껴지거든요. 팬분들과 함께 절정에 오른 그 시점이 있어요. 그 느낌이 짜릿했어요.
고향에서의 공연이라 더 유의미했죠.
엄청 잘하고 싶었어요. 내가 살았던 곳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그 꿈을 이루어서 행복했어요.
소극적인 레이가 아이브 활동하면서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들었어요.
어릴 땐 조용하고 소극적인 아이였어요. 말하는 게 어려워 엄마 뒤에 숨어 있었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릴 때 제가 엄마보다 먼저 잠에서 깼는데 일어났다고 말하는 게 미안하고 이기적으로 느껴진 거예요. 그래서 4시간 동안 천장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 정도로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하게 했었어요.
혼자 놀기도 잘한다면서요?
혼자 상상을 하거나, 멍 때리는 것도 잘해요.(웃음) 아무 물건이거나 던져주면 혼자서 잘 놀아요. 이리저리 만져보고 관찰하면서.
레이가 상상하는 세계는 어떤 풍경이에요?
음, 맑지만 컬러풀하고 행복한 세계. 꿈처럼요.
게임이 취미죠?
예전에는 닌텐도 게임을 자주 했어요. 근데 게임하면서 생각대로 안 되거나 잘 안 풀리면 스트레스 받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게임을 끊었어요. 대신 책 읽거나 음악을 자주 들어요.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떤 책이요?
시집을 자주 읽어요.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작품을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나태주 작가님 시는 정말 좋아해요. 메타포라고 하나요? 의미를 다른 단어나 문장으로 돌려서 표현하잖아요. 그래서 시가 재미있어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보고 뜻을 알면 더 오래 기억에 남고요. 한국어 공부에도 도움돼요.
얼마 전 새 앨범 <After LIKE> 콘셉트 사진이 공개됐어요. 기억나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어요?
요트 위에서 찍었는데, 계속 요트가 흔들거리는 거예요. 다행히 멀미는 안 했어요. 대신 눈이 너무 건조해 자주 깜빡거린 게 신경 쓰였죠. 렌즈가 저절로 튀어나와서 너무 신기했어요. 우와, 나한테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이전엔 귀여운 느낌이 강했는데, <After LIKE> 콘셉트 포토에선 레이가 성숙해 보였어요.
맞아요. 더 성숙해졌죠. 컴백할 때마다 팬분들께서 항상 레이가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게 보여서 다행이에요.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성숙함이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콕 집어주시니까 기분 좋았어요.
콘셉트 포토 속 레이의 깻잎머리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즐거워요. 저희는 깻잎머리 대신 명이나물 머리라고 부르거든요. 제가 명이나물을 좋아해서.
레이는 젤리가 들어간 초록색 소다만 마실 것 같은데요?
정말요? 명이나물은 부대찌개랑 먹어도 맛있고, 고기와 먹어도 맛있어요. 어떤 음식과도 최고의 짝꿍이죠. 명이나물은 부대찌개랑 처음으로 먹었어요. 부대찌개를 먹다 느끼함이 느껴질 때쯤 명이나물을 먹어주면 행복해져요. 훌륭한 반찬입니다.
그래서 <After LIKE>에서 레이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면 좋을까요?
네, 자연스러운 성숙함이 묻어나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숨 참고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처음으로 타이틀곡 랩 메이킹에 참여했어요. 그래서 더 특별하고 자랑하고 싶어요.
이전에도 랩 메이킹을 선보였죠. 소재나 영감은 어디서 얻어요?
일상에 숨어 있는 사소한 것에서 영감을 얻어요. 물이 담긴 컵의 투명함과 아름다움이나, 책에 쓰인 예쁜 문장이 영감을 줘요. 작업을 잠시 미루고 싶어질 땐, 예쁜 말이나 문장을 찾아보거나 좋은 음악을 듣거든요. 그럼 마음을 다잡게 되고 머릿속에 이야기가 그려져요.
타이틀곡 ‘After LIKE’의 랩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요?
서지음 작사가님께서 설명해준 아이브 세계관 스토리에 맞춰 작업했어요. 힌트를 드리자면,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사에 담았어요. ELEVEN’에선 사랑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가 펼쳐졌고, ‘LOVE DIVE’에선 사랑할 용기가 있다면 감히 뛰어들라는 포부가 담겨 있죠. 곧 공개될 ‘After LIKE’는 사랑을 표현하는 단계예요.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 자신감 넘치는 아이브만의 솔직함이 세계관에 듬뿍 담긴 게.
그런 설렘을 느껴보고 싶어요. 레이는 언제 설레요?
티저 사진이나 새로운 앨범이 세상에 공개되는 게 가장 설레는 일이지만요. 고깃집 갔는데 명이나물이 반찬으로 등장하면, 그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없을 것 같아요.(웃음)
랩 메이킹에 참여한 만큼 레이가 듣는 힙합도 궁금해요.
최근에 푹 빠진 곡이 있어요. DPR 이안의 ‘무드’라는 곡이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악은 처음 들었을 때 인트로에서 확 꽂혀요. ‘무드’가 그랬어요.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은 누구예요?
힙합 R&B를 자주 듣는데, 엘라 메이가 ‘최애’예요. 되게 진하고 묵직한 보이스를 가졌거든요. 시저의 음색도 좋아해 창법을 따라 해보기도 하죠. 연습할 때 자주 참고하는 뮤지션들이에요.
의외의 아티스트 음악을 듣네요. 디깅을 자주 하나 봐요.
음악 앱이 추천해주는 플레이리스트를 거르지 않고 들어봐요. 그럼 보석같이 끌리는 뮤지션을 많이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꺼내 듣는 것도 좋아해요. 옛날 생각이나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거나 계절이 바뀔 때 생각나는 곡들을 다시 듣곤 하죠.
레이는 쫀득한 보이스로 유명하죠. 가장 좋아하는 본인 파트 있어요?
‘LOVE DIVE’에서 ‘참을 수 없는 이 끌림과 호기심’ 부분 진짜 좋아요. 제 자신도 이 곡을 부르면 뿌듯해요. 가사와 음절도 훌륭하지만, 그 부분의 의도를 제가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서울살이 5년 차예요. 서울은 레이에게 어떤 곳인가요?
이제는 정말 고향 같아요. 서울 안에서도 잠실을 좋아해요. 호수공원도 있고, 쇼핑몰도 있잖아요. 왜인지 평화로운 동네예요. 롯데월드에서 후렌치 레볼루션도 탔어요. 저는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는데 막상 타면 꽤 즐겨요.
머지않아 활동을 재개할 텐데, 어떤 부분이 가장 고민인가요?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점점 커져요. 표정이나 제스처, 행동 하나하나가 고민스러워요. 다양한 변화를 끊임없이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그럴 땐 멋진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무대를 보며 따라 해보죠. 패션이든 무대 위 애티튜드든. 저와 맞는 걸 발견하면 무대에서 적용해보기도 하고요.
레이를 자극한 아티스트는 누굴까요?
시저였어요. 무대 첫 등장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영상을 본 순간 나도 이런 아티스트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모험 좋아해요?
예전엔 도전하는 걸 싫어했는데, 활동하면서 점차 성격도 밝아지고 모험을 즐기게 됐어요. 저는 지도 보면서 산책하거든요. 하루는 시간이 많아서 지도 없이 무작정 끌리는 대로 가봤더니 정말 예쁜 카페 거리가 펼쳐진 적이 있어요. 성공적인 모험을 했다고 생각했죠. 그곳이 어딘지 아직도 몰라요. 그렇지만 훌륭한 경험이었어요.
아직 어리지만 스스로 언니처럼 느껴질 때도 있나요?
아무래도 이서랑 함께할 땐 ‘내가 언니구나, 잘 이끌어줘야겠다’고 생각하죠. 좋은 곳만 보여주고 싶고 좋은 것만 알려주고 싶어요. 자상하게 가르쳐주고 싶고요.
‘갓기(아기)’끼리 다독여주는 모습이 귀엽네요.
갓기가 아기죠? 그런 유행어도 이서한테 배웠어요. 어쩔티비 같은 거. 오늘 집에 가서 또 배워야겠어요. 업데이트가 필요해요.
동갑내기나 언니한테 스스로 든든한 모습을 보인 적은요?
누군가의 고민에 답을 잘해줬다고 느꼈을 때 스스로 든든한 사람으로 느껴요. 고민을 들어주는 데 나름 순서가 있어요. 먼저 고민에 공감을 해준 뒤 해결책을 알려줘요. 그런 다음 현실을 알려주죠. 그러고 나서 칭찬해줘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한 뒤 마무리해요.
최고의 솔루션 아닌가요. 며칠 전에 공감 능력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문제라는 기사를 봤거든요.
제가 그 공감 능력을 모조리 흡수했나 봐요.(웃음)
요즘 즐겨 보는 영화나 드라마 있어요?
요즘 애니메이션을 자주 봐요. 아기들이 보는 <마이 리틀 포니>요. 너무 귀여워서 힐링하고 싶을 때나 멍 때리고 싶을 때 보죠. 틀어놓고 다른 일 할 때도 있고요. <부탁해! 마이멜로디>에 등장하는 캐릭터 ‘피아노’도 좋아해서 오늘도 피아노가 그려진 마스크 꼈어요.
아이브는 쉴 틈 없이 달려왔어요. 바쁜 와중에 생기는 자유 시간에는 뭐해요?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는 걸 모르고 있었어요. 감사함을 느끼고, 매일 더 소중하게 여기게 돼요. 빈 시간에는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누워 있어요. 그러다 스르르 잠에 들죠.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웃음)
업데이트된 취미도 있을까요?
최근 요리에 관심이 생겼어요. 만들어보고 싶은 요리를 유튜브에 검색해서 레시피 영상을 저장해놓죠. 며칠 전에 토마토 파스타 만들었는데 성공적이었어요. 도전하고 싶은 요리가 몇 가지 있어요. 한국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밀키트나 파스타 소스처럼 만들어진 걸 요리하기보단, 재료들을 준비해서 찌개 국물을 직접 우려내보고 싶어요. 부대찌개가 제일 도전하고 싶은 요리예요.
레이의 목표는 뭘까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행복을 느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제가 먼저 행복하고 즐기면서 살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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