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대상의 정면과 이면을 동시에 작품에 담는다. 허우중 작가가 세상을 관찰하고, 붓을 쥐는 이유에 대하여.
2019년 열린 개인전 <허우중 :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프랑스 유학 생활을 끝내고 2017년 귀국해 5년간 여러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작가와 평론가, 갤러리를 알게 됐고 작업에도 뚜렷한 변화가 있었어요. 현재는 개인 작업실을 구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트에 관심이 있다면, 웬만한 사람들은 허우중 작가에 대해 알 거예요.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스스로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라 소개하나요?
내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항상 고마움을 느껴요. 개인적으로 ‘어떤’ 작업을 한다고 소개하면 특정 카테고리에 갇혀버리는 것 같아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그냥 그림을 그린다고 하거나 작업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어찌 그리 색을 과감하게 쓸 수 있나요?
흰색을 주로 사용하다 최근 들어 색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작품의 주제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의 성격을 반영해 색을 선택합니다.
작품들의 색이 맹렬하면서도 심플해요. 작품의 특징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색이 심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가지 다른 색을 캔버스 표면에 순차적으로 칠해 완성해요. 그래서 제 작품의 특징을 ‘다의성과 유동성’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여러 겹의 색과 의미가 내포된 면에서 다층적이고, 공간의 특성과 전시 성격에 따라 작품이 유기적으로 변주가 가능한 면에서는 유동적인 특성이 있어요.
작업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계획적으로 작업하나요?
시기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지만 주제의 연속성과 나아갈 방향성은 항상 염두에 둬요. 아이디어의 경우, 구체적으로 정리할수록 작업 진행 과정에서 쉽게 흥미를 잃어요. 반면 작업을 하며 마주하는 우연한 발견은 저에게 긴장감과 더불어 재미를 주기 때문에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작업에 반영하려고 합니다.
그림을 그려야겠다, 마음먹게 되는 순간은 언제예요?
마음을 먹는다고 곧바로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 되도록 많은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내요. 작업하는 도중에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완성된 작품을 보다가 의도치 않은 구상이 샘솟기도 하고요. 현재의 작업이 미래의 작업을 부르는 것 같아요.
당신의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작가로서 제시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을 느끼기를 기대해요. 작가와 작품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성장하듯 관객과 작품, 관객과 작가 또한 무수히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요. 모든 영향력이 긍정적일 수는 없겠지만 부정적 흐름 역시 또 다른 측면에서 성장을 야기한다고 믿어요.
한국 관객 중에는 분석하는 분들도 있어요. 관객이 작가의 메시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경우도 있죠. 작가로서 경험한 한국 관객만의 특성이 있나요?
전시를 하고 관객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작업을 하며 계속해서 모호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명쾌해지거나 생각지 못했던 흥미로운 점에 대해 듣기도 해요. 모든 관객이 각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대하고 국가에 상관없이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갖기에 그 만남을 기대하게 됩니다.
작가님이 만든 작품의 공통점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면(裏面). 질문 덕분에 자문해보았어요.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작업하진 않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지금까지의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면’인 것 같습니다. 대상을 안과 바깥에서 바라보고 사각지대를 찾아 표현하는 것, 그리고 표현된 대상이 타자 앞에서 또 다른 이면을 드러내는 것. <정신적 태도>(2018) 전시에서는 빛과 그림자였고, <잔상의 깊이>(2020) 전시에서는 전경과 배경, <무게의 궤도>(2022) 전시에서는 개체와 전체의 관계를 통해 이면을 드러냈어요. 주제에 대해 작가가 제기한 양가적 질문을 토대로 독특한 의견과 다양한 해석이 번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작가란 불확실함과 가능성에서 창작해, 새로운 감상을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허우중 작가는 어떤가요?
불확실하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미지의 것, 변수에서 나오는 수많은 양상을 관찰하고 탐구하고 있어요. 작가로서 현실과 이상의 중간 지점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여러 이야기와 가치를 포착하고 싶습니다.
최근 발견한 아름다움이 있다면요?
정제되지 않은 날것, 직관적인 표현보다는 은유가 담긴 투박함에 매력을 느껴요. 구체적이고 이성적인 논리와 묘사에서 놓칠 수 있는 삶의 미묘함을 은유의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작품 제목은 어떻게 짓나요?
작품의 성격에 따라 하나의 일련번호처럼 정할 때도 있고 개별적인 제목을 붙일 때도 있어요. 개별적인 제목은 작품을 완성한 뒤 작품에서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반영하는 편입니다.
작가로서 한국 미술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작가를 위한 지원 역시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작가님이 주목하는 이슈는 무엇이에요? 또 그것이 작업에 어떻게 작용하나요?
특정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작업에 투영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해 보이던 이슈가 어느 순간 불확실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졌어요. 단순한 줄 알았던 것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 현재 이슈를 대하는 태도로 연결되고 작업에도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작가, 한국 작품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늘었다고 보나요?
작가 개인으로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고 아직 체감한 바가 적어 말하기 어렵지만, 최근 한국에서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만큼 프리즈 서울을 통해 오늘날 한국이라는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안고 살아가는 작가들의 메시지가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되기를 바랍니다.
목표가 있다면요?
계속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요. 매 순간 마주하는 사람들과 풍경, 생각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에 매진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작업들이 나를 새로운 발견으로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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