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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

삶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가? 로맨스의 왕은 단순하게 사는 것이라 답했다. 일상의 루틴을 찾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 낭만을 좇아, 행복을 좇아 도전하며 살아온 정일우. 드라마 <굿잡>으로 돌아왔다.

UpdatedOn August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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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있는 흰색 셔츠는 라프 시몬스 by 무이, 레이어드 링과 시그닛 링 모두 스트레인져 by 스트레인져 피오브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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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건은 매글리아노 by 무이, 파베 세팅 목걸이는 스트레인져 by 스트레인져 피오브이 제품.

드라마 <굿잡>의 은선우는 어떤 인물입니까?
탐정의 매력이란 매력은 모두 결집된 인물이에요. ‘명탐정 코난’ ‘소년 탐정 김전일’ ‘셜록 홈스’의 복합체죠. 여기에 막강한 재력을 가진 재벌이라는 설정도 더 해져요. 또 이중생활을 하기에 일상과 수사할 때 극명한 차이가 있고요.

재벌, 이중생활, 수사의 달인이면 배트맨이잖아요?
그렇죠. 처음 감독님과 논의했을 때 배트케이브처럼 비밀 기지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오갔어요. 저희 비밀 기지가 크고 잘 지어졌어요. 은선우가 시시각각 변장하는 걸 보는 재미도 있는 드라마입니다.

히어로물을 가장한 로맨스 장르라고요?
‘히어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예요. 보통 장르물에는 로맨스가 잘 섞이지 않는데, <굿잡>에서는 로맨스와 장르물을 함께 시도했죠.

그나저나 제목은 왜 ‘굿잡’인가요?
칭찬하는 의미와 좋은 일이라는 이중적인 의미 때문에 제목으로 채택됐어요. 원래는 다른 가제가 있었는데, 제작진과 배우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권유리 씨가 굿잡을 아이디어로 냈죠. 정확히 인지된다, 입에도 잘 감긴다고 해서 ‘굿잡’을 제목으로 정했어요.

권유리 씨와는 <보쌈 - 운명을 훔치다>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에요. 어떤가요? 한 번 호흡을 맞췄으니 편할 것 같네요.
호흡이 잘 맞는 건 기본이죠. 전작과는 다른 캐릭터여서 유리 씨와 상의를 많이 했어요. 서로의 장점을 잘 알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도 알기 때문에 상대 연기를 최대한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어요. 전작을 보신 분들은 두 배우가 현대극에서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미디 요소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가 기대할 점은 무엇인가요?
이야기는 사건을 따라 전개되지만 극 안에서 배우 간의 케미가 굉장히 좋아요. 코믹하게 잘 그려졌어요. 무거울 수 있는 장르지만 배우들이 유쾌하게 그려냈어요. 그런 점에서 균형이 잘 잡힌 드라마입니다.

<굿잡> 예고편을 보면 일우 씨가 걸어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자뻑이 굉장해요.
(웃음) 자뻑이 강하죠. 세상에서 가잘 잘난 사람이라고 소개하죠. 자기 자신이 잘난 걸 알지만, 내면에는 온기가 있는 인물이에요.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는 탐정물은 에피소드를 회별로 만들 수 있죠. 단편처럼 만들거나, 긴 장편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굿잡>은 시리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1, 2부를 촬영한 지 얼마 안 됐어요. 빠듯한 스케줄로 촬영하고 있는데, 시청자가 좋아해주신다면 시즌제로도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굿잡>의 각본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각본에서 출연을 결정하게 된 부분이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로맨스보다 장르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장르물임에도 로맨스가 섞여 있다는 점에 굉장히 끌렸죠. 매회 은선우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회 변장하거든요. 변장할 때마다 조금 새로운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하고, 해보고 싶었던 연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여기에 플러스로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있어요. 초시력을 가진 여주인공 ‘돈세라’와의 케미가 어떨지도 궁금했고요.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제가 맡은 은선우보다 돈세라가 훨씬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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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수트는 앤 드뮐미스터 by 아데쿠베, 흰색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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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염색 무늬의 데님 세트는 메종미네드 제품.

로맨스가 더해진 탐정 드라마에선 남자 주인공이 능글맞게 그려집니다. <블루문 특급>의 브루스 윌리스나, <레밍턴 스틸>의 피어스 브로스넌처럼요. 은선우도 능글맞을까요? 은선우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작품 할 때는 레퍼런스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저만의 색을 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배우는 생화 같아요. 다양한 색과 다양한 향이 있지만 그걸 얼마나 지속하느냐, 또 얼마나 자신만의 색과 향을 갖느냐가 중요해요. 캐릭터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고요. 다양한 히어로물과 히어로가 있지만 누구와 비교하기에는 애매한 캐릭터예요. 아픔이 있는 친구고, 아픔 때문에 탐정 일을 시작했어요. 은선우에게 내재된 아픔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일우 씨의 작품 활동 외의 활동을 찾아보니까.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취미도 많고요. 활동만 보면 자신을 몰아붙이며 사는 것 같아요. 한순간이라도 인생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처럼요.
맞는 말씀이에요. 저는 전형적인 INFP예요. 호기심 많고, 타인을 만족시키는 걸 좋아하고, 지루한 걸 참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어려서부터 잡생각이 많았고, 집에만 있었는데, 그 습관을 한 번 깨고 나서는 현재를 즐기기로 했어요.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고요. 산티아고 순롓길을 다녀왔고, 요리도 하고, 골프도
미친 듯이 하고요. 다양한 경험이 배우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근데 싫어하는 건 너무 안 하고, 꽂혀야만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일할 때는 일만 열심히 합니다.

그러고 보면 배우들은 관찰력이 좋더군요. 사람을 유심히 보면서 특징을 빨리 발견합니다.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지하철 타는 걸 선호하는데요. 요즘은 다들 마스크 쓰고 있으니 자세히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승객을 보고 생각해요. 저 남자는 무슨 일을 할까,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왜라는 질문을 이어가요. 이 습관이 연기로 이어져요. 캐릭터 분석할 때 이 인물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왜 이런 대사를 할까. 생각하죠. 그리고 요즘은 화제성 있는 예능 방송을 찾아봐요. 저 사람이 왜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분석하면서 배워가요.

포착한 사람들의 특징을 연기에 적용하나요?
‘케바케’인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를 맡느냐에 따라 도움을 받기도 하겠죠. 연기는 저에게 축적된 것들, 내재된 것을 바탕으로 해요. 누군가를 모티브 삼아서 연기하진 않아요. 그건 창작보다는 모방에 가깝겠죠.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요. 사람들로부터 받은 인상이 제 안에 어떤 식으로든 남겨질 거예요. 그리고 연기하면서 제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 사용해야 할 때, 제가 만난 사람들의 흔적이 나타날 순 있겠죠. 요즘은 사전 제작을 하다 보니 지인분들에게 모니터링을 많이 부탁해요. 내 연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계속 묻는 거죠. 그렇게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려고 해요. 그리고 감독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눠요. 조언을 하는 배우들도 있고요. 보통 배우들이 남의 연기를 신경 쓸 여유가 없거든요. 그래서 동료 배우가 하는 조언은 귀하죠.

조언해주는 배우가 누군가요?
제가 이준혁 선배님을 굉장히 존경합니다. <보쌈>에 이어 이번 작품 <굿잡>에서도 함께 연기하게 되어 매우 행복해요. 위트 있고 순발력도 너무 좋아요. 제가 놓친 것들을 알려주고, 아이디어도 던져주세요. 그럴 때마다 자극을 많이 받아요.

좋은 형이네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님입니다. 쿠바 여행 함께 가자고 2년 전부터 조르고 있어요. 형님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하세요. 작가로도 활동하시거든요. 형님과 함께 사진 찍으러 가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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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점퍼 디자인의 아우터는 아미리, 데님 팬츠는 비이커 제품.

야구 점퍼 디자인의 아우터는 아미리, 데님 팬츠는 비이커 제품.

산티아고 순롓길은 어땠어요? 걸으면서 무엇을 생각했나요?
너무 힘들어서 걷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안 났어요. 지나고 나면 그때가 그리워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온전한 정일우로서 보냈거든요. 그런 날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네요.

오토바이로 대륙을 여행하는 사람들, 자전거, 보트, 자동차로 세계 일주하는 사람들에게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들은 이동하다 보면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순롓길에선 무엇을 발견했나요?
저도 세계 일주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걷기도 했어요. 그들의 공통점은 굉장히 행복해 보인다는 거예요. 우리처럼 현실에 쫓기고, 조급한 게 없어요. 자유로워 보여요. 다 이룬 사람 같아요. 그들이 가진 여유, 삶을 즐기는 태도, 행복한 모습이 굉장히 부러웠어요. 그들에게 중요한 건 많지 않아요. 단순하게 사는 것. 행복을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루틴 자체가 주는 행복도 있고요.

큼직한 텀블러를 휴대하는 걸 보니, 기후변화에도 관심이 많은 듯합니다.
현장 스태프가 다섯 명이에요. 그들한테 텀블러를 사줬어요.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다섯 명의 커피를 타요. 사실 제가 커피에 관심이 많아요. 커피머신도 이번에 새로 샀고요. 좋은 원두도 사용하고 있어요. 아침에 한 20분 일찍 일어나면 스태프들 커피를 내릴 수 있어요. 이제는 습관이 돼서 커피를 꼭 내려줘야 한다는 강박도 갖고 있어요.

정말 ‘스윗’하시네요.
당일 로스팅한 원두를 받고 있어요. 좋은 퀄리티의 커피를 팬들, 스태프들과 함께 먹으면 비용도 절감되지만 환경적으로도 굉장히 좋아요. 플라스틱을 덜 쓰게 되거든요.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것은 물론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는 작은 성취감이죠.

일우 씨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뭔가요?
행복이에요. 20대 때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살았어요. 그러다 보면 자신이 없어져요. 그리고 제가 질병을 앓다 보니, 인생관도 달라졌어요. 남보다는 나를 위한 인생을 살겠다는 거죠. 내가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하고, 여유가 생겨야 인생을 즐길 수 있어요.

배우 정일우는 로맨스 장르에 특화된 배우가 아닐까 싶네요. 로맨스 장르에 정말 많이 출연했어요.
아무래도 현대극에서는 로맨스가 많죠. 로맨스를 하면 설렘 포인트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지문이나 대사에 없는 건데요. 상대방을 설레게 만들어야 시청자도 셀렘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설렘 포인트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게 로맨스 장르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여심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된다는 얘기군요.
그런가요?(웃음) 다들 사소한 행동에 감동받잖아요. 문을 열어주거나, 수저를 먼저 놔준다거나 하는 기본 매너에 가까운 것들이요. 현실에선 사소한 거 챙기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사소한 것들을 챙기려고 노력해요.

배우에게는 매 작품이 도전이죠. 도전 목표나 과제를 정한다면 무엇인가요?
정해놓는 편은 아니에요. 작품 할 때는 꽂히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도전할 때는 성공을 바라지 않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않고요. 저는 회복 탄력성이 좋아요. 실패했을 때 복구하는 능력이 좋아요. 그게 저의 장점인 것 같네요. 실패에서 얻는 것도 있거든요. 잘 안 됐다고 해도 배우로서 느끼는 것이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도전에는 좌절이 따르기도 합니다. 절망을 극복하는 일우 씨만의 방법이 있나요?
20대 때는 혼자 꿍해 있었어요. 몇 달 동안 집 밖에도 안 나갔고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한 적도 있어요. 각자 저마다의 방법이 있더라고요. 그걸 딱 정리해서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많이 아픈 게 좋다고 생각해요. 좌절도 많이 하고, 실패도 해보고, 아파보면 더 단단해질 거예요. 20대 때 더 깨지고 실패해야 30대에 성공하고, 40대에 더 발전할 수 있어요.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20대를 돌아보면 어때요? 구설수도 없고, 주연도 일찍 했고요. 탄탄한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여요.
더 아팠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 많았죠. 작품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아픔도 있었고요. 아팠기 때문에 지금 단단해졌어요. 20대 때는 두려움이 컸고, 작품도 많이 못 했어요. 매년 한 작품씩 했지만 더 많이 했어야 했죠. 경험을 다양하게 쌓았다면 지금 더 좋은 배우가 되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있네요.

지금의 목표가 궁금하네요. 30대 중반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진정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아직 배우로서 부족한 게 많아요.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느껴야 하죠. 저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과분한 사랑과 기회를 얻었으니 감사한 마음도 있어요. 그러니 30대에는 더 많이 깨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나이 들수록 실패가 두렵잖아요.
앞서 말했듯 제가 회복 탄력성이 좋습니다.(웃음) 그리고 아파야 단단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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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지색 터틀넥 톱과 올리브색 팬츠는 모두 마르니, 주얼리는 모두 스트레인져 by 스트레인져 피오브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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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영준
Stylist 이진규
Hair 보리(아우라)
Make-up 단비(아우라)

202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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