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바람과 아티스트의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그룹이 재결합한 무대를 다시 보고픈 열망은 이따금씩 청춘을 그리워하는 ‘아재’들의 한숨 같은 소망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해하게 된다. 밴드 내부의 의견 충돌이 어떤 의미인지, 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다시 뭉칠 수 없는지, 솔로 아티스트가 되어 저마다 터전을 꾸렸을 때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데 사소한 오해로 틀어진 사이. 다시 뭉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걸 소녀시대는 해냈다. 데뷔 15주년을 기념하며 2017년 정규 6집 <홀리데이 나이트> 이후 5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국민 걸 그룹의 귀환은 조금 뭉클했다. 기자회견장에 일렬로 들어서는 소녀시대는 상기되어 보였다. 예전보다 조금 더 수다스럽고, 여유로웠다. 난해한 질문도 그 의도를 척척 이해하고, 컴백 의도를 자세하게 설명하려 애썼다. 그건 절박함보다는 배려였다. 5년간 개인 활동을 한 소녀들은 어른이 되었다.
<포에버 원(Forever 1)>은 정규 7집 앨범이다. 깜짝 이벤트 앨범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태연은 “멤버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선물세트 같은 앨범”이라며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앨범에선 티파니와 수영이 각각 작곡과 작사로 참여한 곡 ‘세븐틴(Seventeen)’과 ‘빌런(Villain)’도 인상적이었다. ‘세븐틴’에 적용한 코드를 어떻게 변주했는지 직접 설명하는 티파니의 모습에선 열정도 느껴졌다. 이외에도 ‘럭키 라이크 댓(Lucky Like That)’, ‘유 베터 런(You Better Run)’, ‘클로저(Closer)’ 등 다양한 장르의 10곡으로 구성된 앨범은 알차다. 가장 반가운 건 타이틀곡 ‘포에버 원’이다. ‘포에버 원’은 소녀시대의 충격적인 등장을 알린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청량한 에너지가 넘치는 댄스곡이다. 곡의 배경 이야기도 흥미롭다.
소녀시대는 완전체로 컴백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소녀시대는 ‘다시 만난 세계(Into The New World)’의 작곡가 켄지를 찾아가 ‘다시 만난 세계’를 떠올릴 수 있는 곡을 주문했다. 해당 곡을 부를 때는 몰랐던 것을 15년이 지나서 곡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 소녀시대라는 세계, 현실이 고달플 때 돌아갈 수 있는 지점이 되는 곡. 팬들만큼 가수 본인들도 절실히 체감했으리라 추측해본다. ‘포에버 원’은 영원을 약속하는 노래다. 소중함을 잊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자는 뜻을 담았다. 철없는 소녀들이 할 법한 소리가 아니다. 풍파를 겪어봐야 저 다짐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것인지 아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포에버 원’은 정말 신난다. 청량하고 힘 있다. 소녀시대는 여느 때처럼 힘이 넘치고 군무는 정확하며, 당당하게 노래한다. 그 모습이 비현실적이지만 어쨌든 지금 소녀시대는 다시 활동 중이다. 그룹으로서 개인으로서 병행한다.
개인 활동을 하며 그룹으로 활동하는 건 어렵다. 멤버들의 일정을 조율하려면 엄청난 수고가 뒤따른다. 서로 일정을 양보하면 맞출 수 있겠지만, 각 업체들이 서로 업무를 양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다. 그 어려운 일을 해냈고, 다시 소녀시대만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K-팝은 어린 가수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K-팝 아이돌 신에도 어른이 있다는 것, 그래도 된다는 것을 소녀시대는 증명하고 있다. 팬들에게는 희망을 전하기도 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더욱 끈끈한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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