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영
연진영은 우리의 관심으로부터 단절된 것들을 주재료로 삼는다. 재료의 변주를 이행하며 기존의 질서를 전복하는 작업을 한다. 재고로 남은 패딩, 종이, 체크판, 산업용 앵글, 덕트테이프 등 주목받지 못하거나 무심결에 지나친 의외의 재료들을 주목하고, 재료 고유의 물성을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결핍된 상태의 것들을 이용해 만들어낸 조형 언어는 모순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이며, 작품을 통해 다시금 가치를 부여하고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하는 것이 작업 목적이다.
Q 최근 들어 흥미롭게 보는 버려진 물건이나 재료가 있나?
A 항상 새로운 작업을 좋아해서 재료를 발견할 때마다 바로 작업하는 편이다. 곧 리움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데, 방충망을 이용한 작업이다. 안이 보이고 장력이 있는 재료를 구하던 중, 을지로 방충망 가게에서 매력적인 걸 찾을 수 있었다. 스케일이 큰 작업을 준비 중이라 완성되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나조차도 상상이 가질 않는다. 새로운 소재를 활용할 때는 매번 기대가 크다.
Q 최근 코오롱 스포츠와 협업을 진행했다. 어떤 작업인가?
A 캠핑 용품을 재해석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제작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로토타입 혹은 불량으로 나오는 텐트를 활용해 아트피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제주도에 위치한 코오롱 스포츠 솟솟 리버스에서 전시하는데, 솟솟 리버스는 이름부터 ‘리버스’로, 즉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물부터 시작해 모든 것들이 새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콘셉트 스토어다. 그에 맞게 판매하지 못하는 캠핑 용품을 의자, 테이블, 소파 등 다양하게 해석했다.
Q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기존에 판매하지 못하고 남은 구스다운 재킷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 작업물을 보고 코오롱 측에서 연락을 주었다. 근래에는 캠핑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그만큼 다양한 캠핑 아이템이 출시되고 있다. 그 이면에 있는, 우리가 간과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Q 작업 기간과 과정은 어떠했나?
A 전시 공간이 제주도에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평소 제주도를 자주 가고, 좋아한다. 그래서 지역색을 적용한 작업을 선보이고 싶었다. 현무암은 제주도에서 반출이 불가능해 전시 설치 전날 서귀포에 위치한 현무암 공장을 찾아가 장인과 협업했다. 주로 다루는 소재와 대비되는 무겁고 단단한 머티리얼이라 애를 많이 먹었지만 힘든 만큼 기억에 남는다. 또한 리서치 중 일제강점기 시대에 사용했던 유리 부표를 발견해 조명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가장 마음에 남는다.
Q 작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디올 메종 컬렉션에도 참여했다. 어떤 프로젝트였나?
A 크리스찬 디올은 패션쇼에서 관람객이 앉는 의자까지도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는 루이 16세 스타일의 메달리온 체어를 쇼에 사용했고, 그것이 디올의 시그너처가 되었다. 시그너처 의자를 동시대 세계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였다. 디올은 평소 가장 협업해보고 싶은 하우스 브랜드였다. 전시 직전까지도 꿈만 같았다.
Q 알루미늄, 모래, 주물 소재를 사용했던데,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다.
A 평소 작업 스타일로 메달리온 체어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명품 브랜드가 지향하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민 끝에 구부러지고 왜곡된 파이프를 주물로 뜨는 시도를 했다. 주물로 표현하기 힘든 작업이었지만, 장인과의 협업, 오랜 기술 노동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방식과 스타일, 그리고 장인만이 구현할 수 있는 디테일한 부분을 통해 명품 브랜드의 가치관을 담고 싶었다.
Q 다양한 협업이 본인에게 긍정적으로 미친 영향이 있다면?
A 협업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패딩이나 텐트같이 개인 작업으로 쉽게 다룰 수 없는 재료로 다양한 작업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의미 깊다. 또한 협업 과정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작업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다.
Q 또 다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다면?
A 현재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가방을 디자인하고 아트피스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가방이라는 매개체를 다루는 것이 흥미롭다.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으며 8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로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영역의 브랜드들과 협업하고 싶다. 근래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자동차와 주얼리인데, 기회가 된다면 나의 스타일로 풀어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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