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SBS <신기생뎐> 이후 2021년을 제외하면 매해 작품을 찍었어요.
2020년 MBC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끝내고 1년간 쉬었어요. 매년 작품을 하면서 거의 쉬질 못했죠. 그래도 1년에 하나씩,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하려고 해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는 연기를 굉장히 좋아하기에, 오래 쉬면 힘들어하는 스타일이에요. 작품에 들어가 집중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막상 연기를 안 하면 한 달 이상 쉬질 못 해요. 집에서 쉴 때 TV 드라마를 보며 대사를 따라 하기도 해요.(웃음)
연기의 재미가 뭘까 궁금했어요.
연기는 매력적이죠.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어요. 극 안에서 겪는 다이내믹한 삶을 실제라고 믿고 연기하잖아요. 굉장히 감정 소모가 심하고 예민한 작업이지만 그 안에서 해소되는 것도 많고 간접경험도 많이 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연기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시청자가 제 연기에 공감하고 반응해주면 또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전작을 본다는 건, 자신의 추억을 돌아보는 것과도 같나요?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작업은 힘들어요. 화가가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고, 작곡가가 악상을 떠올려 작곡을 하듯, 대본이 있지만 연기도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고 표현해 나가는 과정이 온전히 제 몫인 거죠. 이 과정이 괴롭기도 한데, 재밌어요.
때때로 괴로워도 연기가 즐겁죠? 종종 인터뷰에서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 계속하고 싶다고 했어요.
맞아요. 캐릭터를 창조하고 연기하는 과정이 괴롭지만, 완전히 제 것으로 흡수해서 잘 표현해낼 때, 그 순간 연기에 중독됐다는 느낌을 받아요. 배우는 대중에게 좋은 모습,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뭐든지 제 것처럼 잘해야 하잖아요. 못하면 안 되죠. 못하는 것은 연습을 통해 고쳐야 하고, 현장에서 실전에 투입되면 잘해야 하죠.
연기를 하면서 터닝 포인트였던 작품이 있나요?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할 때 작품 전체를 보는 법을 배웠어요. 그때는 내가 잘하고 돋보여야겠다는 생각보다 드라마와 주변 동료들이 시청자의 눈에 더 띄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어요. 동료 배우들이 저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했고 그들이 큰 주목받았을 때 저도 드라마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기뻤어요.
2011년 첫 드라마 주연이었던 SBS <신기생뎐> 당시 2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완~전히 신인이었죠. 그때 나름의 전략이 있었어요. 다른 작품(<파라다이스 목장>)을 찍고 있을 때, 오디션 마지막 날에 불쑥 찾아갔어요. 임성한 작가님은 신인 배우나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를 여자 주인공으로 기용했어요. 그래서 <신기생뎐>이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의 스타일을 분석했죠. 작가님은 배우의 이미지에 중점을 둬요. 오디션장에 들어갈 때부터 발랄한 제 진짜 모습을 벗고 작품의 여자 주인공처럼 몸가짐을 얌전하게 했어요.
그 전략이 통했나요?
‘수향 씨는 원래 이렇게 여성스러우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제 모습을 아는 회사 사람들은 다 웃었어요. 작가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하셔서 깜짝 놀랐죠. 나중에 제 성격이 발각됐어요.
돌아보면 임수향은 계획대로 성장했나요? 예측할 수 없이 흘러왔나요?
예측할 수 없이 지나가고 있어요. 하지만 계획대로 안 된 건 아니에요. 제 꿈은 드라마 주인공으로 사는 거였거든요.
꿈을 이뤘네요?
목표를 이루며 살아왔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상 제가 원하는 대로 되진 않았죠.
현재 배우로서 지금 어떤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머니 되어서도 연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작품의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은 오래 연기하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편인가요?
때때로 걱정을 사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미리 걱정거리를 생각하고 스스로 매를 맞으면, 걱정이 현실이 됐을 때 타격이 적어요. 일적인 부분에만 예민하고 일상에서는 긍정적인 편이에요. 자유롭되, 유연하게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유학을 가기 일주일 전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어요. 연기가 하고 싶어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부산과 서울 오가며 연기 수업도 받았고요.
‘제일 그립다’라고 생각하는 시기가 그때예요. 고향인 부산에서 기차 타고 서울까지 가서 연기 수업 받고, 막차를 놓치면 연습실에서 밤새 연습하고 아침 첫차를 탔거든요. 진짜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어린애가 당돌해 보였겠지만, 저한테 목표가 분명하게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목표가 뭐였나요?
연기자가 되는 것. 데뷔를 하는 것. 그리고 그때는 제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점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나요. 연기학원에서 제일 잘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사회에 나가니 세상에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존감이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단해지고 있어요.
우리가 임수향이란 배우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오해하는 것도 있나요?
역할 때문에 차가워 보이거나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되게 밝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예능도 종종 나가고 밝은 제 성격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10년 넘게 활동하니까 사람들이 저의 본모습을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아요.
이제 많은 사람이 배우 임수향을 잘 알고 있죠.
이전에는 대중이 좋아하는 모습에 저를 맞추고 싶기도 했고, 진짜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지금은 대중이 느끼는 대로 있자는 생각으로 바뀐 것 같아요. 분명한 건, 제가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거 하나는 자신할 수 있어요. 다이어트 빼고는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면도 있을까요. 비밀 하나 알려줄래요?
진짜 소심한 B형이에요.
B형이라는 건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소.심.한 B형! 소심하지 않은 척하는데 사람들의 말을 가슴속에 다 담고, 제가 뱉은 말도 두세 번 집에 가서 떠올려봐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소심한지 잘 몰라요. 창피해하거나 쑥스러워하면 놀라는 분도 있어요.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인데 기자님이 아는 여자분 중에 가장 많이 먹는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도 철저히 할 것 같지만 예상보다 느슨하게 산다는 거?(웃음)
소심하고, 예상보다 많이 먹는 임수향이라.
진짜 제 주변 사람들은 ‘너처럼 많이 먹는 사람 처음 봤다’고 해요.
최근에 관심이 생겼거나 푹 빠진 게 있다면요?
골프 좋아해요. 잘 치고 싶은데 제가 운동을 잘하지 못해서 .
골프는 운동도 되지만 같이 치는 사람과 필드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얼마 전 동료 배우들과 같이 새벽 5시에 골프를 쳤어요. 촬영 끝나고 골프장 주차장에서 ‘차박’을 했더니, 잠이 와서 골프를 제대로 못 치겠더라고요.(웃음) 그러다 필드에서 아침 공기 마시고, 끝난 뒤 막걸리 한잔하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어요.
올해는 어떻게 보낼 거예요?
일하면서 보내지 않을까요. 여행을 갈 수 있으면 가고 싶어요. 한 2주만 어디로 떠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가지고 싶어요. 지금은 제 앞에 주어진 드라마부터 잘 마무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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