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는 세계 최대 디자인 및 가구 박람회다. 소위 디자인 위크라 불리는 이 시기 밀라노는 한 해 중 가장 분주하다. 전 세계에서 모인 미디어와 디자이너, MD들의 호기심과 취재로 박람회장은 시종일관 바쁘다. 그중 주방 가전 및 가구와 관련된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유로쿠치나’는 격년으로 개최되어 특별함을 더한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전시회에서 약 800m²(약 242평)의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처음으로 비스포크 홈(Bespoke Home)을 공개했다. 유독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 사람이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시종일관 인파가 몰려 유럽 내 삼성전자 가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
유럽 관람객이 만지고 들여다보고, 설명을 요청한 것은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이었다. 감도 높은 유럽인에게도 남다른 감각과 혁신적인 기술력은 놀라워 보였다. 특히 3D 정밀 가공으로 지문이 묻지 않고 매끄러우며 우아한 타임리스 알루미늄 패널의 비스포크 냉장고는 익숙한 냉장고와는 모양이 달라 이게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터치로 슬며시 열고 닫는 도어의 기능도 신선했다. 또한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은 천연 소재에서만 드러나는 우아한 질감의 세라믹이나 차가움은 덜어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럭스 메탈 등 차별화된 소재로 빌트인 룩을 구현했다.
신제품도 공개됐다. AI 기술과 스팀 기능이 적용된 ‘비스포크 빌트인 오븐’이다. 오븐 내부는 상·하단으로 구분되어 각각 공간 온도를 다르게 설정하고, 스팀이나 베이킹, 로스팅 등 두 가지 요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듀얼 쿡 스팀’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열풍을 순환해 가열하는 에어 수비드 기능도 제공해 전자레인지와 오븐, 에어프라이어, 찜기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앱과 연동된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제품 내부 카메라를 통해 식재료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고, 최적의 조리값을 설정하는 ‘AI 프로 쿠킹’ 기능으로 조리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음식이 덜 익거나 과하게 익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비스포크의 선구자들
비스포크 홈은 어떻게 가전 디자인의 혁신을 이뤘을까. 가전 디자인의 미래와 가치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부민혁 디자인팀 팀장을 비롯해 비스포크의 시작을 함께해온 양태오 디자이너, 문승지 디자이너와 함께 그 해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스포크의 탄생부터 짚어볼까요? 2019년이었죠?
부민혁 단순한 아이디어였어요. 작은 모크업(Mock-up) 하나 만들어서 경영진에게 보고했죠. 디자인 보고는 개발이나 제조 과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에 통과되기 어려운데, 비스포크 아이디어는 통과됐어요. 문제는 양산이었어요. 제조 과정에서 해결할 사항이 너무 많았어요. 패널 색을 전부 바꿀 수 있으면 모델 코드가 무한정으로 늘어나잖아요. 그걸 양산 전에 어떻게 관리할지가 문제였죠. 경영진은 아이디어가 좋으니까 문제 해결에 나섰고, 해결만 되면 우리만의 프로세스 경쟁력이 확보되는 상황이었어요. 누구도 성공한 적 없었거든요.
비스포크 개발 당시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이 담긴 냉장고를 갖길 원한다고 파악했던 것이죠? 같은 시기 디자이너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요?
부민혁 생각은 비슷한데 어떻게 구체화해서 산업 시스템을 만들지가 문제였어요. 모든 소비자가 창조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백 투 베이직’을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죠.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도 무난한 쪽으로 돌아서는 게 가능하다면 소비자는 용감해집니다. 패널 교체가 가능한 비스포크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의 심리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해요.
문승지 가구 디자이너로서 “제품 코드는 무한정인데 전부 어떻게 개별 조정하지?” 이 말에 공감했어요. 삼성이 기발한 시도를 하니, 디자이너들도 이 도전에 발맞춘 아이디어들을 제품에 녹이자는 생각이 들었죠. 당시 저는 빌트인과 비스포크에 집중한 작업을 했어요.
디자이너 작품은 독특한 제품을 소량 생산하기에 기능과 미관 외에도 희소성의 가치가 부여돼요. 대기업과 함께 디자이너의 취향을 담아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는 냉장고를 선보인 것을 어떻게 보았나요?
양태오 몇 년 사이에 소비자가 비판적 시각을 갖추게 됐어요. 내 집 공간은 내가 더 잘 꾸밀 수 있다는 의지가 싹튼 것이죠. 그럼에도 대형 가전은 선택지가 좁았어요. 주어진 것만 사용해야 하고, 또 트렌드가 생성되는 것도 아쉬웠는데요. 일관된 유행보다 소비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선택지를 제시하는 비스포크 개념은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얻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았어요.
비스포크 개념은 매우 창의적이었습니다. 제조사가 작가적인 시도를 했다고 봐요.
양태오 저희도 학교에서 시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내놓는 게 좋은 디자인이지, 꿈을 만들어내는 게 디자인은 아니라고 배웠어요. 그런 점에서 비스포크는 디자인 과정에 충실한, 지금 시대에 필요한 움직임이었어요.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공간을 만들 때 비스포크를 선택하게 돼요. 고객과 함께 세밀하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디자인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도였어요.
비스포크는 시대적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이었다?
문승지 필요한 움직임이었다고 생각해요. 비스포크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새로운 리빙 트렌드가 시작됐어요. 그리고 비스포크가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향상된 것 같아요. 주어진 것을 구매하던 상황에서 내 취향을 반영한 것을 만들어 구입한다는 점에서요. 이와 관련된 연구가 계속되면 소비자의 안목도 더 높아질 것이고 그 수준에 맞는 시장이 형성되리라고 봅니다.
“ 본질을 보는 것 자체가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뜬금없이 무언가를
복제하거나, 추상적인 아름다움만 좇는 건 과거가 되었어요.”
비스포크 출시 당시 사람들이 주목한 건 매력적인 패널 색상이었어요. 비스포크 패널 컬러군의 구성 비법이 궁금합니다.
부민혁 저희가 운영하는 ‘비스포크 프리즘 360’에는 매우 다양한 색상이 포진해 있어요. 컬러 전문가들과 논의하며 새로운 색을 만들기도 하고, 올해는 이런 색이 좋다고 고객에게 제안하기도 하죠. 의외로 제안을 따라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패널은 유행이 지나면 바꿔도 되기 때문이죠.
과거에도 냉장고가 창의력을 발휘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나요?
부민혁 냉장고의 넓은 패널을 보며 “도화지에 뭘 하지?” 생각한 거죠.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림을 그리거나 소재를 더할 수도 있고, 금속을 부식시켜 붙여도 그만이에요. 표현 방식에 따라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요.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소개할 뿐이고, 개인이 활용할 때는 경계선이 없어요.
개인도 창조적인 작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례를 보여주는 건 작가의 역할이었죠?
문승지 처음 작업을 의뢰받았을 때는 솔직히 어려웠어요. 냉장고는 가전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공간의 영역이었어요. 비스포크가 공간으로 넘어왔다는 생각도 들었고, 공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비스포크를 보면 제품 하나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보게 돼요. 제품을 정밀하게 관찰하다 보니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닌데 왜 이제야 시도하게 됐는지 궁금하더군요. 패널 교체를 시스템화한 단순한 개념이잖아요. 형식을 이해한 다음부터는 재밌게 진행했어요.
양태오 더 이상 냉장고는 그저 냉장고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냉장고 파사드가 바뀌면 공간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또 다른 가전들은 어떻게 달라질까. 저도 카펫이나 3D 프린트한 커튼 형태, 조명, 빛, 질감 다양한 요소를 만들어 새로운 영역으로 변환시키는 협업을 진행했기에 색다른 자극이 되었어요. 기존의 것을 기존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것으로 바라본다. 그 안에서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게 재밌었어요.
한국적인 미감을 다뤄왔는데, 냉장고를 작업 대상으로 마주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양태오 한옥은 가전제품이 안 보일 때 가장 예쁜 공간이에요. 하지만 비스포크는 공간과 카무플라주가 돼요. 자신을 드러내는 오브제가 아니라 공간에 묻히는 감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전통적인 공간, 가전제품이 놓이면 안 되는
곳에도 비스포크는 존재할 수 있어요. 가전제품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일부가 된다는 개념도 굉장히 멋있죠. 모던 디자인에서 건축할 때도 그런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런 점에서 비스포크는 멋스러웠던 시대의 미학을 다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문승지 작가는 가구 모듈과 결합된 비스포크를 선보였어요. 냉장고를 가구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문승지 비스포크이기 때문이었어요. 취향을 담는 선택지로서 비스포크는 무한하다고 생각하는데 한 번 더 나아가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선택지가 많아졌으니 공간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죠. 제가 던진 질문은 ‘주방 가전은 왜 주방에만 있어야 되나?’였어요. 비스포크 시스템이기 때문에 벽이 아닌 가구에 빌트인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도출됐죠. 그리고 가구 소재와 같은 패널을 사용하는 개념도 제시해보고 싶었고요. 비스포크가 가진 장점과 제가 느낀 인상을 잘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패널에서 색상을 이야기한 비스포크는 이후 질감을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질감을 주제로 잡은 배경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부민혁 질감은 지금도 중요한 트렌드입니다. 팬데믹 이후 주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는 시대가 됐어요. 한 공간에 여러 가지 욕구가 모였기 때문에 그 공간을 다양하게 나눠서 사용하고 싶은 욕망도 일어났죠. 따라서 한 공간에 다양한 재질이 믹스 매치된다는 건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의 특징은 재질감이고, 저희가 트렌드 예측을 위해 주시하는 건 사회 현상이에요.
ESG도 중요한 트렌드입니다. 비스포크에서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부민혁 교체 가능한 패널을 재활용 재질로 제작하고, 소비자의 심미적인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작업 방법을 고민하죠. 사용한 패널을 재창조해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작업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패널은 교체하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재활용이 이루어진다고 판단하는데, 더 적극적인 방법도 고민하고 있죠.
물성을 다루는 작가에게도 질감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작가라면 비스포크에 어떤 질감을 사용할 건가요?
양태오 오늘 전시된 글라스 소재들이 아름다웠어요. 색 자체를 뛰어넘어 손만 갖다 대면 문이 열린다는 것도 신선했고요. 제품에 사용자의 행동 양식을 담는 것도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전제품이 진화하면 사람도 함께 변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문승지 질감이 부각된 ‘비스포크 인피니트 라인’을 보고, 처음에는 선택지를 넓혀놓았던 비스포크가 점점 밀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가구화되고 있다고요. 시각적 요소에만 의존하던 것이 이제는 행동까지 영역을 확장했죠. 냉장고는 사람 손이 많이 닿는 것이고, 또 만졌을 때 촉감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밀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냉장고 외 다른 제품에 비스포크 디자인을 녹여내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을 것입니다.
부민혁 그렇습니다. 단순히 색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들도 있습니다. 제품이 사용되는 환경에 어울리는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색상이나 심미적인 부분에 가치를 녹여내려고 노력하지만, 그 외 물성이 있는 재질의 강렬함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품이 환경 자체에 구속돼 있다면 그 구속력에 맞게끔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무엇이 맞는 소재인지 정의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리빙과 주방을 아우르는 정체성이 성립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크고요.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제품의 기능일 겁니다.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통해 기대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인가요?
부민혁 경험의 확장입니다. 우리 제품으로 누리지 못했던 경험들, 새로운 경험을 하며 사용자의 경험이 확장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희 목표가 소비자에 대한 배려 인데, 그 배려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가능하다면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하겠다는 것입니다. 내부에서는 개발, 제조,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지만, 그것들을 관통하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그것이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저희는 제조사의 편의보다는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며 아쉬워하는 점을 찾고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당연한 소리지만 어렵습니다.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방대할수록 기준은 명확할 필요가 있겠죠.
부민혁 그렇죠. 여러 협력 부서가 모여 협업하는 과정에서 기준과 목표가 되는 것은 결국 소비자의 목소리입니다. 소비자의 피드백은 계속해서 쌓여요. 저희는 축적된 소비자의 목소리를 기준 삼아 진화해나가겠다는 겁니다.
가전제품 디자인의 핵심은 기술일 겁니다. 디자인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야 할까요?
양태오 처음 인테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가전제품을 가리기 급급했어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어요. 기술 개발하는 회사에서 가전제품을 아름답게 만들어줘요. 앞으로는 다양한 취향이 많이 생길 거고요. 새로운 기술을 거부감 없이 접하고 사용하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승지 저희끼리는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농을 주고받기도 해요. 무슨 의미냐면 소비자가 저희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이런 비스포크가 있으니 디자인에 반영해달라 요구하는 분들도 계세요. 제가 제안해야 하는 것을 소비자께서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하는 시대가 됐죠.
부민혁 기술에 의해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환경이 많이 변해요. 예전 1940년대 주방 평면도부터 변화해온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제품이 하나 나올 때마다 주방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왔어요. 우리 삶을 바꾼 건 결국 기술이에요.
‘유로쿠치나 2022’에서 비스포크 홈을 선보였어요. 비스포크가 유럽 시장에 매력적으로 다가가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문승지 북유럽에 살면서 느낀 게 있어요. 이들에게 너무 좁은 가이드를 주면 안 된다고요. 그들은 스스로를 스타일리스트라고 인식해요. 내 집은 내가 꾸며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죠. 언제든 블랙 앤 화이트로 돌아갈 수 있는 안전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끔 선택의 폭을 열어줘야 해요. 가이드를 주는 순간 그들은 돌아설 거라고 생각해요. 비스포크는 열려 있어 가능성이 보여요.
양태오 비스포크 자체가 국제적인 언어를 가지고 있어요. 세계 어디서든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고요. 기술적으로 앞서고 트렌드에 예민한 동시대성을 지닌 한국 가전의 내러티브 자체가 그들에게는 매력적일 거라 생각됩니다.
어느 시대에나 부유하는 감각과 정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세계에서 목격되는 동시대적 감각은 무엇일까요?
양태오 본질을 보는 것 자체가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뜬금없이 무언가를 복제하거나, 추상적인 아름다움만 좇는 건 과거가 되었어요. 시대가 그렇습니다. 이유 있는 디자인이 지금 시대의 흐름이죠. 그에 발맞추는 것이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문승지 물건에 비유하자면, 내가 이것을 소유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소비자도 이 물건이 출시된 이유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요. 그런 맥락에서 지금 비스포크 홈 라인업을 보면 비스포크 전체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단단한 기조가 있어요.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비스포크라는 커다란 세계 안에서 많은 이야기가 파생되며 소비자가 함께 학습해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부민혁 동시대성을 좇다 보면 클리셰로 빠질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나 사회 현상을 유심히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요구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솔루션을 찾으려고 노력해야겠죠. 내부적으로 안 보이는 곳에는 재활용 재질을 쓰려고 노력하고 실제 적용도 하는데, 이를 심미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계속 의미를 둬야 하기 때문에 노력은 계속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했다. 더 나아지려면 단순해져야 한다고.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고 저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단순하게 생각하면 생각의 결정체가 맺힌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어렵고, 복잡하기에 성공했을 때 우리는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비스포크는 이렇게 가전제품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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