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취하는 2030세대가 출연하는 유튜브 <자취남>을 매일 본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사용하는지 관음한다. 그러면서 나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매우 만족하며 산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렇다면 비혼이라는 선택이 정말 ‘즐거운 삶’일까? 경기도에 거주하는 서른세 살 비혼남 A씨는 결혼할 마음이 없다. 그래서 혼자 쓰기에 넉넉한 집 공간을 침실과 옷방과 서재 등으로 구분해 트렌드에 맞게 꾸며놓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요즘은 테니스를 배우며 여가 활동도 하고 있다.
A씨는 “온전히 나를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 삶을 절대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B씨는 연애를 안 한 지 오래됐으며, 결혼도 포기했다. 그는 저녁이나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하거나, 집에 만들어놓은 PC룸에서 게임을 하거나 가끔씩 게임 동호회에 참석한다. B씨는 “연애와 결혼은 장벽이 너무 높다고 느껴진다. 현재 연애도 힘들기 때문에 결혼도 포기하게 됐다. 차라리 막연하게 결혼을 꿈꾸느니, 현실을 즐기고 싶다”면서 “주변에 결혼한 친구도 많지만, 안 한 친구도 많다. 친구가 많든 적든 앞으로 혼자 사는 삶을 즐길 요소는 많아질 거로 예상한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연애 정도는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비혼이란,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결혼하지 않기로 한 사람을 말한다. 미혼보다 주체적인 단어로 결혼을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아닌 개인 선택의 문제로 생각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 결혼에 방점이 찍힌 단어로 인식할 수 있다. 주로 개인 가치관이나 경제적 부담, 결혼 후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그 이유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그 추세는 늘어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빠르게 바뀌고,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결혼은 안 하지만, 연애는 하겠다는 비혼주의가 있고, 연애와 결혼 모두 선택하지 않는 비혼도 있다. 결혼 문화에 대한 부담과 염증으로 동일한 결론을 낸 20~30대가 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비혼이라는 대안 혹은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혼자서 사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결혼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것이 그 요인이다. 특히 임신과 출산에 따라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경우 경제적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런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대신 점차 비혼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비혼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성격에 따라 생활 양식이 다르기 마련이다. 우선 내향적인 비혼은 집에서 취미 생활을 활용하거나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경향이 많다. 반대로 외향적인 비혼은 동호회 등 취미와 시간을 타인과 공유한다. 비혼도 성격에 따라 즐기는 라이프가 천차만별인 것이다. 그리고 경제생활도 성격에 따라 다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즐기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욜로주의는 비교적 자기 수입 내에서 화려하게 사는 모습을 보인다. 원하는 물건을 쇼핑하거나, 좋아하는 활동에 돈을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혼도 있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지금보다는 미래의 삶을 대비해 저축하거나 재테크를 한다. 이런 비혼들은 소소하게 살아가지만, 알고 보면 주택 청약을 기다리거나, 자동차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비장함이 있다.
그렇다면 현재 기성세대는 비혼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필자의 주변에서는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여행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하곤 한다. 한편으로 장년층은 이해 못할 것으로 판단했던 내가 ‘아차’ 싶었다. 기성세대 또한 비혼의 삶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어른이 많아졌다.
필자는 혼자 살게 되면서 나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결혼과 더욱 멀어진 기분이 든다. 오롯이 내 시간과 내 공간에서 나 혼자 하고 싶은 대로 시공간을 사용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사거나 해 먹고, 원하는 포스터를 벽에 붙이고, 노란 조명만 켜둔 채 혼술도 할 수 있다. 나만 쓰는 탁자, 나만 앉는 의자. 온전히 내 것. 그래, 가끔은 지인들이 놀러 온다면 기꺼이 양보할 수 있는 나의 공간. 그래, 이 정도가 좋다. 어쩌면 나도 혼자만의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해 비혼을 선택하게 될까? 비혼의 길은 외롭고 쓸쓸할 거란 부정적인 염려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에서 시달리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힐링하는 길도 나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으며, 나 혼자 사는 삶도 꽤나 안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어릴 적, 언제나 형제의 옷과 물건을 물려 썼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온전히 내 것을 갖겠다는 욕망이 더욱 앞선다. 내 색깔과 선택에 따라 내 삶의 시간과 공간을 사용하고 싶다. 온전히 혼자서. 어느 날을 타인과 공유하고 연대하면서.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무거운 갈고리가 잡히지 않고, 서로 존중할 수 있는 ‘틈’을 선택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비혼. 오늘도 비혼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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