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월드컵의 시험 범위가 발표되었다. 대한민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이상 H조)를 상대한다. 알다시피 이번 월드컵은 6월이 아니라 11월에 열린다. 예전보다 준비 기간이 길다. 벤투호는 이런 시간적 여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개막 전까지 평가전을 6경기 잡고 있다. 6월 초에 4경기, 9월 말에 2경기를 치른다. 수험생 부모처럼 생각하면 간단하다. H조 3개국과 플레이 스타일이 닮은 팀 혹은 벤투호에 오답 노트를 작성해줄 강팀이면 된다. 그런데 이 작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2018년 출범한 UEFA 네이션스리그가 큰 훼방꾼이다. 앞서 말한 두 번의 A매치 기간과 일정이 딱 겹친다. 용빼는 재주를 부려도 유럽 강호들을 끌어올 수가 없다. 네이션스리그 탓에 전 세계 A매치 평가전의 부킹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남은 일정 슬롯은 보통 1년 전부터 일찌감치 마감된다. 대부분 국가의 2022년 평가전 일정이 카타르월드컵 조 추첨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대략적으로 잡혔다는 뜻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상대국은 미정이지만 후보국들과 1년 전부터 교감해놓은 상태다. 강팀과 치르는 평가전만큼 좋은 준비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한국의 평가전 6회 소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벤투호는 6경기를 통해서 장점이 얼마나 먹히는지, 단점은 어떤 부분인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최우선 과제는 수비 라인의 안정화 작업이다. 뻔하지만 어쩔 수 없다. 한국에게 월드컵은 공격보다 수비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대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아 3차 예선 10경기에서 3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월드컵 무대는 다르다. 수비 조직력 극대화가 가장 현실적인 준비다. 지금까지 벤투호는 월드컵 수준 팀과 네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멕시코와 브라질에 패했다. 우루과이와 콜롬비아를 잡긴 했는데 모두 한국 안방이었다.
한국의 ‘약한 고리’는 좌우 풀백과 홀딩미드필더 포지션이다. 오른쪽 풀백에 이용, 김태환, 김문환이 있고, 왼쪽은 홍철과 김진수로 압축된다. 전원 K리그 소속이다. 국내파 풀백들이 바르셀로나의 주전 라이트백 로날드 아라우호(우루과이)를 봉쇄할 수 있을까? 포르투갈의 측면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브루누 페르난데스, 베르나르두 실바가 있다. 이곳 방어가 허술하면 승산이 없다. 인근 포지션과 간격을 유지하면서 수비 블록이 깨지지 않도록 조직 훈련이 필요하다. 앞에 있는 선수들이 내려오든 최종 수비 라인이 전진하든 일단 종방향 거리를 줄여야 한다. 월드컵 무대에서 버티려면 수비 위치 선정이 지금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2, 3선 선수들까지 압박하지 않으면 벤투호의 풀백은 혼자 호날두를 상대하는 위기에 처한다. 이런 관점에서 벤투호의 평가전 상대로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하는 팀을 골라야 한다(전술했듯이 이미 거의 정해졌겠지만).
홀딩미드필더의 운용은 한국의 오래 묵은 월드컵 오답 노트다. 벤투호의 기본 포메이션은 4-2-3-1 이다. 3선 홀딩미드필더를 두 명 세우는 더블피봇 시스템이다. 정우영이 수비적으로 기능하고, 황인범은 앞선 위치에서 볼을 소유하며 공격 템포와 방향을 조율한다. 그런데 월드컵 무대에서는 한국이 이런 스타일을 고수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은 점유에서 앞설 확률이 낮다. 볼터치 횟수가 감소하면 황인범이 수행하는 딥라잉미드필더 효율이 떨어진다. 차라리 황인범 대신에 정우영을 두 명 세우는 편이 실용적이다. 정우영 옆에 백승호나 김진규를 세워 3선 자체를 두텁게 만드는 방법이다. 강팀을 상대하기에 이론적으로 3-4-3 포메이션이 낫지만, 과거 평가전에서 벤투호는 백3 전술 실험에 실패했다. 익숙한 4-2-3-1 틀 안에서 최대한 튜닝하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풀백과 함께 홀딩미드필더 포지션은 빌드업 과정에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수비 블록을 형성하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든, 양쪽 모두에서 전술적 위치 선정과 움직임이 필수적이다. 해당 포지션에 있는 자원들은 모두 국내파다. 세계적 수준과 일상적으로 맞붙는 유럽파가 포진한 공격진과 비교해서 벤투호의 3, 4선이 불안한 이유다. 과거 한국은 유럽 수준에 도달한 홀딩미드필더 기성용의 덕을 크게 봤다. 기성용의 월등한 기량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월드컵 전까지 3, 4선 자원의 개인 능력을 급상승시킬 방법은 없다. 벤투 감독은 이 문제를 전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월드컵 40년 개근사에서 한국은 2002년 대회를 제외하곤 언제나 약자였다.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준비해야 할 공격 과목도 변하지 않는다. 역습과 세트피스다. 역습 참고서는 이미 나와 있다. 아시아 3차 예선 이란 원정에서 나왔던 선제 득점 장면이다. 자기 진영 스로인으로 시작한 플레이가 이재성의 빠른 스루패스를 거쳐 손흥민의 골로 마무리되었다. 토트넘 홋스퍼의 단골 득점 콤비네이션이다. 벤투호의 칼끝은 황의조, 손흥민, 황희찬이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신경을 써야 하는 선수들이다. 상대 마크맨을 끌어내 생기는 공간을 다른 동료가 노려야 한다. 이재성과 권창훈이 정확한 패스를 찔러줄 수 있다. 김민재의 빠르고 정확한 롱패스도 기대해볼 만하다. 중원 점유에서 뒤질 것으로 예상되는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경기에서 특히 벤투호는 이런 득점 패턴을 노려야 한다.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팀 득점 절반 이상이 세트피스였다. 미국 NBA의 스크리닝 움직임을 참고한 덕분이었다. 벤투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코너킥과 측면 프리킥을 전담하는 손흥민을 보유했다. 정교한 데드볼 크로스를 갖췄으니 문전 움직임만 가다듬으면 세트피스 득점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3경기 2백70분 중 한 개만 들어가도 성공이다. 월드컵은 그런 무대다.
카타르월드컵까지 7개월 남았다. 대한민국은 월드컵 사이클을 처음 완주한 감독과 함께 통산 11번째 도전에 나선다. 한국 축구가 천지개벽했던 2002년 대회부터 따져도 벌써 여섯 번째다. 그 정도 경험했으면 이제 한국은 월드컵 무대에서도 100% 능력을 발휘하는 팀이 되어야 한다. 평가전 6경기가 그런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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