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역 후 좀 더 여유가 생겼달까?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 올해 초 전역하자마자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 촬영에 임했다고.
전역한 다음 날부터 찍었다. 여전히 <사냥개들> 촬영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 복싱 선수 출신인 캐릭터를 맡아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비롯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까 보니 스마트폰 배경화면에 ‘예쁜 마음, 끝없는 책임감, 집중’이라는 글씨가 호령하듯 적혀 있더라.
직접 맡은 <사냥개들>의 김건우라는 인물이 항상 예쁜 마음의 소유자라 평소에도 그답게 행동하고자 한다. 끝없는 책임감은 작품에 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짐하게 된다. 힘들어도 함께하는 스태프나 배우들을 떠올리면 더 힘을 내게 된다. 항상 집중하게 되고.
세 단어를 합쳐 배려하는 마음이라 말해보면 어떨까?
군대에서 그런 마음이 더 커졌다. 데뷔 후 4~5년 동안은 신인이기도 했고, 나 자신을 챙기기 급급해서 주변 사람을 챙길 여력이 없었다. 전역 후 좀 더 여유가 생겼달까?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주변에서는 전역 후 더 착해졌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인상도 선해진 것 같고. 사람의 눈빛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거구나, 생각하게 될 만큼.
눈빛은 여전히 매섭다. 젊다는 뜻이다. 더 의젓해졌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예전처럼 날 선 느낌의 연기를 원하면 어떡하지?
몸이 기억할 거다. 언제든 그런 연기를 꺼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군대만큼 자신을 돌아보기 좋은 시기가 또 있을까. 부대 내에서 쉴 때는 어떤 생각을 했나?
태도나 성향이 조금 바뀐 걸 느낀다. 부담이나 강박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도 든다. 몇 년 동안 일만 하다 입대했으니, 어쩌면 연예계 외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린 게 처음인 것 같았다. 내게는 드라마나 영화계가 세상의 전부였는데, 그들에게는 관심 없는 세상일 수도 있으니까. 적당히 집중하고, 강박에 시달리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과한 욕심을 내려놓은 시간이었다. 인상도 더 밝아졌고, 가치관도 긍정적으로 달라졌다.
마침 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우도환 이름 뜻이 떠오르는 말이다. 노 도(棹)에 빛날 환(煥), 빛나는 방향으로 노를 저어 나아간다는 이름.
그런 것 같다. <사냥개들>의 김주환 감독을 비롯해 촬영 스태프 중 이름에 같은 한자의 ‘환’을 쓰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빛끼리 모였으니 더 밝은 세상을 만드는 작품을 만들자”라며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다.
<사냥개들>은 액션 신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이 있다.
달리는 신이 많다. 김건우가 최우진(이상이), 김현주(김새론)와 함께 사채업자들을 이겨내는 청춘의 이야기여서 원작처럼 생동감 있게 달리는 장면이 많다.
김건우는 복싱 신인왕전 우승 경력이 있는 유망주 출신이기도 하다.
프로 선수다워 보이려 신경을 많이 썼다. 거리에서 달릴 때도 프로 선수처럼 달리고 싶었다. 아직 촬영 중이라 작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건우라는 캐릭터의 액션 연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건우는 어떤 인물인가?
그야말로 바른 소년이다. 안 좋은 일을 당해도 복수를 목표로 하기보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발전하려고 한다. 좋은 마음을 먹으니 주변에 좋은 사람이 모이고, 개인의 이익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친구다. 나는 대체로 날이 서 있거나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지 건우가 더욱 새롭고 내 삶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기분이다.
원작 웹툰은 어떻게 봤나?
엄청난 사랑을 받은 웹툰답게 재밌었다. 다만 드라마는 원작과 다른 부분이 많을 것이다. 아주 새로운 요소도 더러 있다. 기대해도 좋다.
말해줄 수 있는 선에서 <사냥개들>의 기대 포인트를 꼽자면?
소년 만화 원작답게 성장 스토리. 마음뿐 아니라 액션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우진, 현주를 비롯해 허준호, 박성웅 선배가 연기한 김명길, 최사장 캐릭터도 흥미롭다. 아무래도 액션이 아닐까.
액션 연기가 몸에 맞는 편인가? 과거 장혁 배우를 롤 모델로 꼽기도 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 장혁 선배와 3년 전 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함께했는데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액션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용기를 더해준 선배이기도 하다.
“ 전역하고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니 신중해지더라.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도 변한 게 있나?
더 신중해진 것 같다.
올해 서른한 살, 커리어로서나, 사회인으로서도 여러모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시기이기도 하다.
군대에서는 하고 싶은 걸 하나하나 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역하고 막상 선택의 순간이 오니 신중해지더라.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하고 싶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때로는 결정이 빠를 때도 있다.
그래도 배우라면 마음에 품고 있는 작품이나 배역 하나쯤은 있을 텐데?
자주 바뀐다. 최근에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나면 어떨까 생각한 적 있다. 배우에게 작품이란 인생의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 거라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소년부터 노인까지, 나이대별 배우가 한 남자의 일대기를 연기하는 거다. 나는 그중 내 나이대를 연기하는 거지. 어쩌면 수많은 작품이 캐릭터의 짧은 순간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셈이니까, 긴 호흡으로 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은 어떤 고민이 있나? 일기도 종종 쓴다고 들었다.
주로 반성하는 글을 많이 쓰게 된다. 그리고 지금 느낀 감정을 메모하는 편이다. 일을 마치고 밤에 하루를 돌아보며, 오늘 촬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나 보완하면 좋을 점들을 쓴다. 누구나 후회되는 것이 하루에 하나씩은 있지 않나? 타인을 더 배려하고 챙기고 싶다.
오늘 인터뷰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배려가 아닐까 한다.
어느 순간 ‘나는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구나’ 생각했다. 매니저 형이 없다면, 스타일리스트가 없다면, 회사가 없다면, 감독이 없다면 나는 지금의 배우 우도환으로 있을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럴 것이고,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
우도환은 데뷔 초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돌아보면 어느 순간부터 주연을 꿰차는 20대 젊은 남자 배우가 드물어졌다. 그래서 우도환의 등장이 더욱 반가웠다. 돌아보면 어떤가?
무너지지 말자는 생각을 자주 했다. 과한 욕심을 부리지 말자, 시야를 넓히자는 생각도 많이 했다. 멋진 선후배를 보며 나도 더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 되뇌었다. ‘무너지지 말자’라는 말은 여전히 내게 힘을 주는 단어다. 작품 촬영이 시작되면 나를 대체할 인력이 없는 셈이니, 몸이 아프면 누군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니 관리도 철저히 했다. 배우 일을 오래 하고 싶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떤가? 장르적으로, 캐릭터도 다양하게 만났다.
입대 전에는 색다른 작품을 선호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전역하고 나니, OTT 플랫폼이 대중화되기도 했고 정말 특이하고 흥미로운 작품이 많아졌더라. 우주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좀비물도 쉽게 볼 수 있으니까.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로맨스보다는 남자들끼리 벌이는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남성 팬이 많다. 사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참 고마운 일이다.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나?
작품에 따라 다르게, 역할에 꼭 맞으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신인 때를 돌아보면 유독 남자 배우 선배들을 좋아했던 것 같긴 하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선호했다. 그렇게 연차가 쌓이며 배우로서 나만의 개성이 생긴 것 같다. 스스로 원했던 모습을 좋아해주는 팬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차기작으로 시원한 멜로는 어떨까? 30대 초반 남자 배우만 할 수 있는 로맨스 연기가 있고, 그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건 큰 복이 아닐까?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잘생겼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하고 싶다. 전에는 시기가 안 맞기도 했고, 눈에 안 들어오기도 했다. 사실 군 복무 중에는 전역하자마자 멜로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냥개들>이라는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 선택하게 됐다.
올해 목표는? 전역 첫해는 가장 활발할 때 아닌가?
예비군을 아직 안 가는 해이기도 하지.(웃음) 올여름까지 예정된 <사냥개들> 촬영을 잘 마무리하고, 바로 차기작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 자주 작품을 만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여행을 가고 싶기는 한데, 팬데믹도 그렇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더 바랄 게 있나?
<사냥개들> 촬영팀이 고생이 많다. 액션 신이 많은 건 물론, 때때로 얼굴에 흉터를 세밀하게 그려야 해서 분장팀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면 내가 더 잘해야겠다, 실수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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