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독 따뜻해요. 봄엔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요?
희망적인 음악이 좋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Mirrors’.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콜드플레이의 음악도 좋고요.
그나저나 몬스타엑스의 메인 래퍼,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주헌 씨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맞네요.
(활짝 웃으며) 감사합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와요?
음악에 대한 갈망이죠. 작사, 작곡, 프로듀싱. 뭐가 되었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냥 해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늘 강하거든요.
학창 시절엔 밴드부 활동도 했었죠.
드럼을 맡았어요. 당시 인디 밴드 타카피와 럼블피쉬를 좋아했죠. 메탈리카와 뮤즈도 빼놓을 수 없고요. 졸업식 때 드럼을 연주했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전람회의 ‘졸업식’에 맞춰 연주했고 선생님들이 노래해주셨어요. 그땐 정말 순수했어요. 음악에 대한 사랑의 크기를 체감했던 추억이죠.
그리고 현재, 곡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되었고요. 곡 작업하기 전 어떤 설계 과정을 거쳐요?
떠오르는 키워드로 마인드맵을 그리거나 일기처럼 써내려가요. 대개 곡을 만드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써놓은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거나, 작업해둔 멜로디에 가사를 얹거나, 혹은 두 작업을 동시에 하는 방법이 있는데, 저는 세 번째 방법을 활용해요. 키워드만 쓰고 앉은자리에서 즉석으로 만드는 방식을 선호하고, 그에 익숙해지도록 저만의 루틴을 구축하는 중이죠. 그 방식을 따르면 날것의 음악이 만들어져요. 날것이지만 메시지는 명확히 담아내야 해요. 메시지는 곡의 심장이거든요.
주헌 씨의 믹스테이프 <PSYCHE>의 ‘사이키’는 메시지가 명확해요.
그 앨범은 ‘주헌’ 그 자체예요.
일기도 써요?
매일 쓰진 않아요. 하지만 머릿속에 데이터로서 차곡차곡 쌓고 있죠. 어제, 오늘의 감정과 생각뿐 아니라 내일의 계획도 미리 정리해요. 써놓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하루를 체계적으로 살아가는군요.
그럼요. 스스로에겐 한없이 엄격하고 체계적이에요.
자작곡 중 가장 만족스러운 음악이 있다면요?
앞서 말씀하셨던 <PSYCHE>의 ‘스모키’. 너무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저는 음악에 심장이 존재한다고 믿는데, 그 심장을 제대로 넣은 곡이에요. 음악을 하는 이유가 고스란히 녹아 있죠.
거의 울부짖는 듯이 노래한 곡이잖아요. 슬프기도 하고요.
맞아요. 있는 그대로의 제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진짜 솔직한 감정이 깃든 곡을 많이 안 듣는 것 같더라고요. 슬픈 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잖아요. 근데 기쁜 건 다시 보고 싶어 하죠.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진심으로 쓴 곡들은 대개 슬퍼요. 그래서인지 오래 듣질 못하는 것 같고요. 거기서 의문이 생겼어요. 왜 내가 솔직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외면할까. 왜 나의 솔직함을 숨겨야 사람들은 더 쉽게 듣고 좋아할까.
저는 내면이 담긴 음악에 더 끌리더라고요.
정말요? 근데 제가 지금까지 대화 나눠본 사람 중 대부분이 이런 말을 했어요. 솔직하고 슬픈 곡보다는 쉽고 밝은 음악이 더 편하게 들린다고.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 항상 고민이 많아요.
작업 과정이 더뎠거나 힘들었던 곡은요?
몬스타엑스 첫 자작곡 ‘갬블러’요. 힘들었고 많이 고민했어요. 톱 라인과 멜로디도 자주 바뀌었죠. 함께 곡을 만드는 팀이 있는데 제가 그 팀의 선장 역할을 맡아 노선을 직접 결정해야 했고, 책임도 져야 했거든요. 매일 밤새며 만들었는데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왔어요.
‘갬블러’는 콘셉추얼하지만 담백해요.
적당히 하고 싶었어요. 너무 콘셉트에만 치우쳐도 안 됐고 단조로워서도 안 됐죠. 강약 조절이 필요했고 이 악물고 작업했어요. 연차가 쌓이면 대충 만들겠거니, 곡의 템포가 느려지겠거니 하는 사람들의 관념을 부수고 싶었거든요. 그다음 이어진 ‘러시 아워’의 템포도 빠르고 힘 있게 부르도록 작업했어요. 사운드가 강하면 안무도 강해져요. 고생한 멤버들에겐 미안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한 것 같아요. 몬스타엑스만의 색깔이 명확해졌고 오히려 확장되고 진화했거든요.
가장 주헌다운 곡과 가사도 있을까요?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스테이 스트롱’이요. 원곡자는 팔로알토 형이에요. 형한테 전화해서 이 곡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허락받았죠.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래퍼가 타이거 JK 형인데, 원곡을 피처링하셨거든요. 그래서 그 곡의 인스트(연주 버전)만 받아서 가사를 얹었는데, ‘난 돈 벌기 위해 음악 하는 거 절대 아니다. 음악 하기 위해 돈 버는 거다’라는 문장을 넣었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이 들어간 저다운 곡이에요.
요즘 꽂힌 아티스트는 누구예요?
도미닉 파이크요. 그리고 호미들. 호미들은 유명해지기 전부터 좋아했어요. 듣는 순간부터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좋은 행보를 걷는 듯하여 뒤에서 응원하고 있어요.
주헌 씨 가사에는 ‘순수’라는 단어가 강조되고, ‘순수함을 잃지 않고 열망을 좇는다’는 기조가 있어요. 순수와 열망, 어떤 쪽이 더 좋아요?
저는 순수한 주헌이 맞다 생각해요. 순수하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거든요. 아무도 더럽힐 수 없죠. 그런데 열망을 좇는 것 자체가 정말 순수한 행위 아닐까요?
치열하게 임하면 한계점에 닿는데, 한계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예요?
원하는 게 제대로 표현되지 못할 때요. 표현하고 싶은 걸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타인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변질되어 결과적으로 내가 원했던 걸 표현하지 못했을 때 한계를 느끼고 마음이 아프죠.
그 한계점을 넘긴 순간은요?
그게 ‘갬블러’죠. 우리 회사 역사상 아티스트가 타이틀 곡을 만든 일이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 ‘갬블러’로 그 장벽을 무너뜨렸죠. 결과물이 훌륭했고 이어서 ‘러시 아워’로 공중파 1위까지 했으니. 두 자작곡은 한계점을 넘긴 순간과 다를 바 없어요.
주헌 씨의 능력 중 가장 자랑스러운 건 뭐예요?
스스로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것과 끝까지 만족하지 않으려는 점? 자신을 정말 사랑하지만 채찍질을 멈추면 안 돼요. 채찍질하면 어떤 것이든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되고 아예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느끼면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평소 생각이 많아요?
너무 많죠.
지난 8년간 생각을 멈춘 적은 있어요?
태어나서 두 번째 고비와 맞닥뜨렸을 때요. <팔로우> 앨범을 마치고 <판타지아>로 넘어가기 전 2개월간 공백기를 가졌을 때 많이 힘들었어요. 그때 유일하게 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 그런데 도리어 큰 도움이 됐어요. 다만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요. 잠깐의 휴식만 있으면 돼요.
쉴 틈 없이 달렸으니까요.
7년 동안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만큼 열심히 살아왔어요.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멈추지 않는 기차에 탄 느낌이에요. 하루 이틀, 일주일이라도 먹고 싶은 거 먹고, 쉴 수 있잖아요. 근데 그게 참 어려워요.
어릴 적엔 어떤 아이였나요?
많이 울었대요. 그래서 엄마가 교회에 데려갔고 목사님이 저를 보자마자 무대에 세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대요. 무대에 세웠더니 정말 울음을 뚝 그쳤고 찬송가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대요. 그렇게 자연스레 CCM을 시작했죠. 장난꾸러기에다 눈물도 많았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자신감만은 넘쳤어요. 패기도 넘쳤고.(웃음)
그랬던 주헌 씨는 지금 얼마나 성장했나요?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몬스타엑스 팬덤 ‘몬베베’를 챙기는 내 모습을 봤을 때 가장 크게 와닿아요. 활동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좋아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니거든요. 팬분들은 우리를 성장시켜준 존재고, 그 도움에 대한 은혜를 갚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해요. 몬베베를 위해 단 한순간도 ‘그냥’ 해선 안 된다는 걸 느낀 후로 성장했어요.
요즘 믿는 건 뭐예요?
자신을 더 믿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나로부터 모든 믿음이 출발해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있고, 스스로를 믿어야 남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어요.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습관이 있어요?
하기 싫은 것에 지속적으로 부딪혀보는 거요. 시간이 걸릴지라도 해결하려는 집념을 갖고 부딪히다 보면 자존감이 높아지거든요. ‘이걸 내가 이겨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또 하나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거울에 비친 나에게 질문을 던져요.(웃음)
어떤 질문?
특별한 질문은 아니에요. “너 뭐 할 거야?” “무대에서도 그런 표정 지을 거야?” 같은 질문을 하면 되게 오묘해져요. 마음을 다잡고 대답을 하죠. 그러고는 표정이 싹 바뀌어요. 바로 피드백이 와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깊게 들여다보려고 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삶이 건강해져요. 어려운 방법이지만 해보세요, 진심으로.
2015년부터 함께 질주해온 몬스타엑스는 어떤 의미예요?
인생에 기름 같은 존재죠. 저를 차에 비유한다면 질주하기 위한 기름이 우리 멤버들이에요. 제2의 가족이자 평생 잊지 못할 사람들이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평생 얘기하고 다닐 거예요. 몬스타엑스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그룹이라고.
지금 주헌 씨는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나요?
제 기준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요. 거북이가 속도를 내봤자 얼마나 빠르겠어요. 다만, 꾸준히,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죠. 거북이처럼 포기 않고 점점 더 빠르게 달려나갈 생각이에요.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되었어요. 20대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정말 놀고 싶어요. 몬베베들이랑 공연하면서. 물론 서른이 되어도 똑같겠지만 올해는 20대만이 가진 에너지를 마음껏 불태우고 싶거든요.
최종 목적지는 어디죠?
‘하고 싶은 걸 즐기면서 살자’가 제 인생관이라 최종 목적지는 없어요. 하지만 목표는 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보다 잘되고 싶어요. 성공이라고 하면 정상을 떠올리잖아요. 근데 저는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직진하는 게 ‘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상은 낙하할 수 있지만 직진하면 떨어질 일은 없거든요. 그저 꾸준히 직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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