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폭력적인 작품 셋
팩트로, 물리적으로 폭행한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제목은 유명한 밈이 된 웹툰의 한 컷에서 빌려온 것이다. 밈 수준의 현실 정치를 팩트 폭행하는 촌철살인 미니시리즈에 이보다 어울리는 제목은 없다. <SNL 코리아>(2021)보다 웃기는 정치쇼에 자지러지다가 작금의 정치 수준이 무자비하게 반영된 작품을 보고 있다는 사실에 현타가 올 것이다. Words 민용준(영화·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아미 오브 더 데드>
잭 스나이더 감독이 선사하는 헤모글로빈의 미학. 오프닝에서 탈출한 좀비의 초인적인 폭력(인간 사냥 장면)과 라스베이거스가 무참히 짓밟히며 좀비 세상이 되는 시퀀스는 유혈이 낭자한 스플래터 무비의 진수를 보여준다. 폭력 미학의 호불호를 떠나서 OTT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피의 향연(파괴지왕의 재림)이다. 시종일관 살갗이 뜯기는 기분이다. Words 전종혁(영화 칼럼니스트)
<소년 심판>
건재한 소년법 아래 형사 처벌에서 제외된 10대의 강력 범죄를 다룬다. 우선 미성년이 흡연하는 장면만 보아도 이질감이 느껴지고 구역질나는데, 물리적으로 가학 행위를 저지르며, 자해하는 장면은 꽤나 구체적이다. 폭력적인 장면도 많지만, 잔인한 피범벅보다는 청소년 범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보는 이에게 정신적 폭행을 선사한다. Editor 정소진
자극적이게 야한 드라마 셋
과감한 노출과 정사신들로 가득하다.
<검은 욕망>
끈적한 설왕설래보다는 노출과 섹스로 문제를 자주 해결한다. 시즌1에서 하룻밤의 일탈을 즐긴 위기의 주부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욕망에 눈을 뜬다. 사실상 욕정과 탐닉이며, 범죄 스릴러의 중요 요소로 기능한다. 문제는 멜로드라마와 스릴러의 연결고리로 작동하던 쾌락(에로티시즘)이 시즌2에서는 단순한 정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의미를 잃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섹스는 불필요하다. 이제 노출만 있을 뿐 욕망의 유효기간이 끝났다. Words 전종혁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는 1980년대 일본 AV의 제왕이라 불리며 업계를 지배한 무라니시 도오루에 관한 미니시리즈다. 버블 경제로 흥청망청하던 일본의 시대상을 병풍 삼아 비밀스러운 업계의 비화를 생생하게 들춘다. 실제 AV업계에 종사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며 노출 수위를 작정하고 높여주는건 제목에서부터 ‘살색’이라는 단어를 동원한 작품에 걸맞은 리얼리티나 다름없다. Words 민용준
<금붕어 아내>
작품성은 제외하고 선정성만 따지자면 단연 이 작품을 꼽겠다. 탄탄한 서사는 진작 고사했고, 외설적인 장면만 넣기로 작정한 것 같다. 정서적 소통은 부재한채 오직 육체적 관계만 가진다. 이렇다 할 노출 수위도 없다. <365일>(2020)에서처럼 커다란 음경이 불쑥 등장하진 않지만 완벽하게 벗고 나오긴 한다. <금붕어 아내>를 보기 전 주의할 점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직 선정성만 고려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Editor 정소진
F 언어가 난무하는 작품들
모든 대사의 절반이 욕설이거나 한 장면에 욕설만 있다.
<욕의 품격> <돈 룩 업>
<욕의 품격>에서 다양한 지식인이 진지하게 욕에 대해 설명하고, 진행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는 욕에서 강조해야 할 톤을 친절하게 발음해준다. <돈 룩 업>은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우주에서 날아오는 혜성을 발견한 두 과학자의 경고를 받아들이는 정부와 언론과 여론의 작태에 포복절도하다가 이 모든 개판이 너무 현실적이라 영화 안팎으로 욕이 풍년이다. Words 민용준
<유포리아>
<유포리아>는 욕설과 폭언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과다한 것은 사실이다. ‘ Fuck, Suck, Shit’ 같은 원초적인 영어(?)를 원활하고 적절하게 쓰고 싶다면 <유포리아>를 보면서 영어 완전정복을 하면 된다. 매편 ‘Fuck’을 30번 정도 세다가 포기하는 언어적 유포리아(희열)에 이른다. Words 전종혁
<애나 만들기>
맨해튼 매거진의 기자는 최악 중 최악의 조건에서 저세상 사기 행각을 벌인 애나 델비를 취재한다. 언제 양수가 터질지 모를 정도로 부른 배를 부여잡고. 서사가 진행되는 중간마다 남편과 산부인과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산부인과 신이 나올 때마다 ‘F’가 들어가는 비속어를 연속적으로 발설한다. Editor 정소진
경이로운 풍경을 담은 작품
지구와 우주의 경이로움을 감상하고 싶다면.
<파워 오브 도그> <로마>
<파워 오브 도그>는 몬태나의 장중한 산맥을 두른 광막한 평원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카우보이 형제와 여관을 운영하는 모자의 관계를 다룬 영화로, 자아의 정체성을 은밀하게 삼킨 인간 심리를 대자연의 험준한 풍광과 함께 경이롭고 생경하게 포착한다. 1970년대 멕시코를 흑백으로 재현하는 <로마>는 노스탤지어로 점철된 기억 위로 생생하게 환기되는 시대를 스펙터클하게 펼쳐 보이는 시네마틱한 체험이다. 바닥에 반사된 하늘을 지나는 비행기가 떠오르는 첫 장면부터 눈과 뇌를 사로잡는다. Words 민용준
<파운데이션>
설명이 필요 없는 SF의 대가, 아시작 아시모프의 평생 역작인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지금 만들어진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파운데이션>의 거대한 우주관을 담아낼 수 있는 눈부신 VFX(시각적 특수효과)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제국과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놀라운 학문 ‘심리 역사학’을 논하는 장면을 본 것은 즐거웠지만, 순전히 SF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시각적 예술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은하제국의 수도 행성인 트랜터가 맞이하는 위기, 즉 스타 브릿지의 테러 장면(파괴!)은 어떤 재난 영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Words 전종혁
<웰컴 투 어스>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가장 원초적인 미지의 세계는 자연이고. 디즈니 플러스가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웰컴 투 어스>를 내놓았다. 새로운 탐험가들과 윌 스미스가 함께 인간이 갈 수 없는 광활한 자연에서 모험하는 시리즈물이다. “1km를 잠수하여 심해 암벽을 마주한 장면은 경이롭다 못해 감동적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색채의 아름다움은 말할 것도 없고. Editor 정소진
여름을 위하여
보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마인드 헌터>
FBI 요원 출신 작가 존 더글러스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마인드 헌터>는 프로파일링이라는 언어를 만들어내고 이론을 정립한 FBI 수사관들의 집념 어린 사연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프로파일링을 설계한 FBI의 놀라운 활약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이코패스의 표정과 언어에 주목하고 이를 듣는 FBI 요원들의 심리를 리액션 쇼트처럼 대칭시킨다. 끔찍한 살인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닌데 마음이 뭉개지는 것 같다. 특히 시즌1의 결말부는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다. Words 민용준
<크라임 씬: 세실 호텔 실종 사건>
수많은 호러 영화를 봤지만 살 떨리는 경험을 한 경우는 별로 없다. <샤이닝>(1980) 속 오버룩 호텔의 위압감, <링>(1998)의 사다코가 텔레비전에서 기어 나오는 순간, <사일런트 힐>(2006)에서 크리처들의 핏빛 쇼 정도다. 그 리스트에 한 편을 추가한다면 <크라임 씬: 세실 호텔 실종 사건>(2021)이다. 여행자가 사라지는 사건에서 시작하지만, 끝엔 소름 돋는 공포에 이른다. Words 전종혁
<악몽의 룸메이트>
만일 개인적인 시간을 공유해야 하는 룸메이트가 소시오패스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악몽의 룸메이트>는 매회 역대 가장 잔인하고 최악인 룸메이트와 얽힌 실화 사건들을 다룬 다큐 드라마다. 그중에는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무단거주자 등 끔찍한 룸메이트들이 있다. 언젠가 일상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실화라는 점이 진짜 공포다. 웬만하면 혼자 사는 게 이롭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 Editor 정소진
과몰입 가능
몰입하기 딱 좋은 오리지널이다.
<비틀즈: 겟 백>
실화만큼 위대하고 드라마틱한 것은 없다. <비틀즈:겟 백>(2021)는 1969년 비틀스의 콘서트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그들의 마지막 라이브 공연인 런던 루프톱 콘서트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 로도 격정에 취할 수 있다. 1970년, 그들이 해체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무려 7시간 48분에 달하는 다큐멘터리는 참으로 소중하다. 파트3(루프톱 콘서트)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열광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Words 전종혁
<만달로리안>
<스타워즈> 스핀오프 드라마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를 모른다 해도 재미있게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작품이다. <스타워즈> 세계관에 크게 얽매이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다루는 각본과 연출 솜씨가 발군인 덕분이다. 현상금 사냥꾼 만달로리안의 여정은 스페이스 오페라 버전의 오디세이에 가깝다. 다 떠나서 ‘베이비 요다’라고 잘 알려진 그로구를 대면하는 순간 영혼도 빼앗길 것이다. Words 민용준
<시맨틱 에러>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해지했던 구독을 다시 신청했다. 정반대의 두 남자가 캠퍼스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다. 정반대 성향이라는 장치와 캠퍼스라는 배경은 청춘의 설렘을 느끼게 한다. 두 주인공의 키 차이는 장안의 화제일 정도다. 진짜 커플 같다. 러닝타임도 짧은데 8화가 마지막이라는 건 너무 아쉽다. 원작 웹소설을 보고 드라마를 보면 몰입감이 더하다는데, 드라마만 보아도 충분히 과몰입 가능이다. Editor 정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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