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이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죠?
그렇죠. 아직 시즌이 끝난 건 아니어서 훈련과 외적인 활동을 겸하고 있어요.
베이징 올림픽을 마친 소감은요?
준비한 건 대부분 보여드렸어요.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해요.
아쉬움보다는 홀가분함이 더 클까요?
평창 올림픽보다는 베이징 올림픽의 홀가분함이 더 커요. 평창 올림픽 때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경기라 많이 긴장했거든요. 이후 4년간 베이징 올림픽만 바라보고 달려와서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더욱 홀가분한 것 같아요.
평창 올림픽 때보다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차준환이라는 사람으로서도 성장했고, 선수로서도 꽤 성장한 것 같아요. 베이징 올림픽까지 4년 동안 국제 경기에도 참가했었거든요. 그래서 경험치가 많이 쌓였어요. 그 경험 덕분에 베이징 올림픽에서 긴장감을 잘 조절할 수 있었어요. 또 한국에 온 후로 자주 느끼는 중이에요. 지난 6년간 캐나다에서는 곁에서 늘 도와준 팀이 있었지만, 한국에는 없거든요. 그래서 스스로를 더 돌보고 들여다볼 수밖에 없어요. 지금 이곳에 있는 내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고,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됐어요. 부족한 점과 채울 점도 선명하게 알 수 있고요.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요?
올림픽에 임하는 과정은 즐거웠어요. 다만 올림픽 개최 전, 훈련 기간 동안 감정을 다스리는 게 어려웠어요. 꽤 흥분해 있었거든요.(박장대소) 즐거운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지 못해 연습 때 어이없게 웃긴 실수도 했었죠. 올림픽 경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그냥 한없이 행복했어요.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경기가 코앞에 닥쳤을 땐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었지만요.
선수 생활 중 실패했던 경험은요?
너무 많죠. 피겨 스케이팅은 기술과 유연한 동작,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하는 스포츠잖아요. 평창 올림픽 끝난 이후에 지속적으로 난도 높은 기술들로 채워진 프로그램을 구성했었어요. 후반에는 다시 제가 잘하는 것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려서 안정적인 경기를 했지만요. 어려운 기술을 자주 시도하면 실패를 피할 수 없는데도, 마음 한편에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싶은 갈망을 품었나 봐요. 그렇지만 실수도 실패도 많이 경험해야 결국 내 것으로 만들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서 어려운 기술에 치우치면 실패할 걸 알지만 고집했던 것 같아요. 도전이죠. 아픈 적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후회는 없어요. 다음 시즌에도 더욱 도전적인 구성을 선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좌절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어요?
저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이에요. 하지만 실수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의 면모를 너무 내세우진 않아요. 실수하면 당장은 아쉽고 후회스러운 감정이 몰려오지만 그 이후에 닥칠 것들이 더 많으니 앞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 해요. 그리고 저만의 방법이 하나 더 있는데요, 좌절을 맞닥뜨린 직후 10분간 심호흡을 해요. 뇌에 산소를 공급한 후에 다시 직면하려 하죠. 그렇게 하면 마음의 피로도 줄어들어요.
잊을 수 없는 경기는 언제예요?
이번 시즌 경기인 2022 ISU 사대륙 선수권 대회와 베이징 올림픽이죠. 진심으로 즐겼기 때문이에요. 물론 두 대회 모두 첫 점프가 아쉽긴 했지만 나머지를 잘 수행했거든요. 2022 ISU 사대륙 선수권 대회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다가 이번에 다시 열렸어요. 그래서 더욱 반가웠고, 지난 사대륙 선수권 대회에 대한 아쉬움이 컸었는데 이번 시즌에 메달을 획득해서 그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었어요.
준환 씨만의 루틴이 궁금해요.
특별한 루틴이 있다기보단, 계획성이 철저해요. MBTI가 ENTJ여서 아주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죠.(웃음) 링크장에 도착하는 시간부터 세분화하기 시작해요. 지금부터 몇 시, 몇 분까지는 달리기, 이 시간에는 계단을 뛴다. 옷 갈아입는 시간도 정해놓을 정도죠. 만일 계획한 것보다 시간이 남으면 자유롭게 음악을 틀고 동작을 맞춰봐요.
식단도 철저한 계획 아래 따르죠?
주로 고기를 먹는 편인데, 한국 온 뒤로 식단이 살짝 틀어지긴 했어요.(웃음) 캐나다에서 훈련했을 때는 집에서 링크장까지 고작 15분 거리였는데, 한국에선 링크장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게 됐죠. 그래서 제 시간에 식단을 챙겨 먹기 힘들어요. 점심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먹기도 하고요. 많이 먹었거나 간식을 먹었다면 그만큼 운동량을 늘려요.
영원히 딱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무엇을 택할 건가요?
꼭 하나여야 하나요? 뭐가 있지…. 진짜 어렵지만, 차라리 고기가 낫지 않을까요? 굽거나 끓여서, 혹은 다져서 불고기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잖아요.(웃음)
경기장 밖의 준환 씨는 무척 밝고 유쾌한 사람이네요?
스케이트 탈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해요. 비시즌에도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여유가 생기면 어떤 것이든 배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배운 건 뭐예요?
춤이요! 확실히 일반 춤은 박자를 많이 쪼개더라고요. 피겨 스케이팅과는 다른 매력이었죠. 악기나 요리도 배우고 싶어요.
준환 씨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올까요?
음악이요. 음악을 들으면 몸이 자연스레 움직여요.
어떤 음악 좋아해요?
팝송도 좋아하고요.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등 여러 장르를 들어요. 피겨 스케이팅은 매번 새로운 음악에 새로운 안무와 기술을 버무려야 해서 다양한 음악을 알아야 해요. 곡을 들으면서 내게 어울리는 움직임을 상상해보고 만들어봐요. 요즘은 ‘콜드플레이’랑 ‘이매진 드래곤스’ 음악을 좋아해요.
다음 올림픽까지 4년 남았어요. 유념해야 할 게 있을까요?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고 밀고 나가고 싶어요. 4년의 시간이 제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모르기 때문에 그저 현재 감정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느낀 것들을 품은 채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준환 씨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치유하는 선수요. 누구든 제 경기를 보고 힘을 내고, 치유 받았으면 좋겠어요. 피겨 스케이팅은 감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감정 연기를 통해 감동을 선사하니까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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