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체앤가바나식 메타버스
흡사 머신 건 켈리의 콘서트를 앞둔 분위기. 그의 공연이 시작되고, 우린 그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 안에서 돌체앤가바나와 머신 건 켈리의 우주가 펼쳐졌다. 런웨이는 눈을 현혹 시키는 미디어 아트로 채워졌고, 해체주의를 연상케 하는 오버사이즈 코트, 가늘고 매끈한 블랙 수트, 눈이 부신 글리터 수트, 풍성하고 화려한 퍼 코트, 네오프렌 트랙 수트, 과감한 그래피티가 뒤섞인 프린트 등 자극적인 소재와 실루엣이 자유자재로 뒤섞여 등장했다. 이번 시즌 돌체앤가바나는 현시대의 기술, 그리고 새로운 세대와 메타버스를 아우르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또 종종 등장하는 스커트 룩을 통해 자신의 표현에 집중할 줄 아는 노젠더 세대들을 향한 애정과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쇼에 등장한 거창하고 커다란 퍼 소재들은 모두 에코퍼 소재를 사용했다.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행보인 동시에 전통적으로 퍼를 취급해온 장인들이 그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들의 기술력을 빌려 더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모든 요소가 현실과 우주, 미래의 경계를 뛰어넘어 끊임없이 확장하는 메타버스.
펜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밀란의 첫 번째 빅 쇼였던 펜디는, 2년간의 오프라인 쇼에 대한 갈증을 해갈하기에 더없이 충분했다. 펜디 자체로서도, 최근 몇 시즌 동안의 컬렉션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번 시즌 펜디의 관전 포인트는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전반적으로 간결한 실루엣과 블랙, 크림, 버건디, 모카, 토프 등 절제되고 고혹적인 컬러 팔레트를 살펴볼 것. 그다음은 본격적인 디테일 탐구. 펜디의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2020년대의 룩에 과거 남성복에서 볼 수 있는 영원불변의 우아하고 섬세한 요소들을 현명하게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탁월한 소재의 사용에서 그 매력이 한껏 증폭되었다. 비쉬 체크 트위드, 하운즈투스 체크 소재, 새틴 소재, 줄무늬 실크 자카드 소재를 비롯, 발목까지 오는 원피스로 등장한 케이블 니트 등. 또 알알이 진주를 엮은 초커와 크리스털 FF 펜던트, 재킷 라펠을 장식한 시어링 플로럴 브로치 등 섬세한 액세서리의 활용 또한 탁월했다. 그 외에도 플랫 디자인의 케이프와 스쿱 네크라인의 재킷, 쇄골 라인을 드러내는 키홀 니트, 포멀 팬츠와 레이어링한 하프 스커트, 길게 늘어진 어깨 라인과 돌먼 슬리브, 정교한 인타르시아 무늬의 시어링 소재, 스무드한 가죽 트리밍 등 특징적인 디테일들이 현대적 디자인과 매우 절묘하게 매치되었다. 또한 크롭 더블 브레스트티드 재킷과 함께 슈퍼 하이웨이스트 포멀 팬츠, 테일 코트, 손목시계 스트랩 장식의 메리제인 브로그 등 전통적 디자인에 혁신을 더한 고혹적인 이브닝 웨어, 솔리드 가죽, 그레인 가죽, 비쉬 체크 울 소재 등을 바탕으로 구조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피카부 백, 더욱더 작아진 이그조틱 미니어처 체인 백, 메탈과 플렉시글라스 소재 시그너처 리지드 트렁크 등 풍성한 디자인과 액세서리까지. 흥미로운 요소가 차고 넘친다.
루이 비통의 루이 드림하우스 (Louis Dreamhouse)
루이 비통은 2022 가을/겨울 컬렉션은 고인이 된 버질 아블로에게 헌정하는 컬렉션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파리 카로 뒤 텅플(Carreau du Temple)에서 열린 이번 컬렉션은 2018년 버질 아블로가 루이 비통에 합류한 뒤 선보이는 여덟 번째 컬렉션. 전체적으로 동화 같은 하늘색을 띤 쇼장에 반쯤 가라앉은 빨간 지붕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그의 마지막 쇼가 시작됐다. 관람 포인트는 버질 아블로가 창조한 초현실적인 파란색 집, 루이 드림하우스에서 8계절의 은유를 감상하는 것. 치네케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몽환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모델들은 캣워크를 하고 아크로배틱 댄스팀이 곳곳에 등장해 하나의 무대를 완성했다. 컬렉션 룩은 아이 같은 상상력 안에서 여러 장르가 충돌했다. 버질 아블로의 테일러링과 스포츠웨어, 베일을 덮은 볼캡과 화이트 셋업, 드라마틱한 레이스 날개 장식을 어깨에 멘 모델들까지 이채로운 룩들이 걸어 나왔다. 페인트 통 모양의 버킷 백과종이 꽃다발, 귀가 쫑긋한 바라클라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모노그램 케이스까지 유년 시절의 초상을 상기시키는 액세서리들도 현실과 상상 어딘가의 지점으로 풀어냈다. 버질 아블로가 늘 선물처럼 보여준 한계 없는 상상력을 집대성한 이번 컬렉션의 마지막은 그의 디자인 스튜디오 멤버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겐조의 처음과 시작
겐조의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새 명함을 단 니고는 파리 남성 컬렉션으로 성공적인 첫 데뷔 컬렉션을 마쳤다. 브랜드 창립자인 다카다 겐조 이후 최초의 일본인 디자이너라는 상징적인 공통점 말고도 둘 사이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평행 이론이 존재한다. 니고의 겐조 데뷔 무대는 파리의 갤러리 비비안에서 진행됐다. 이곳은 다카다 겐조의 부티크 ‘정글랩’이 있던 아케이드로 그의 첫 번째 컬렉션 장소였다. 다카다 겐조가 첫 번째 겐조 컬렉션을 소개한 1970년은 니고가 태어난 해이기도 하다. 실마리처럼 이어지는 연결 고리만 봐도 니고가 거의 필연에 가깝게 이곳을 선택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이번 컬렉션은 다카다 겐조가 이룩한 하우스에 경의를 표하는 무대로 삼았기 때문. ‘I know Nigo’ 사운드트랙이 울려 퍼지는 런웨이 위에 동양적 우아함으로 서양 복식의 전형성을 깬 아이템, 해체적 테일러링과 양귀비꽃 프린트로 장식한 워크웨어 스타일이 등장했다. 니고의 겐조는 이렇게 출사표를 던졌고,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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