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K-서사
불평등, 연대, 갑을 관계, 일반인 히어로들, 치열한 경쟁. 한국형 서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5개의 키워드로 정리한다.
#비인간적경쟁 #도태 #기회
한국 사회의 치열함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개천승용의 시대는 지났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미꾸라지라도 되기 위해 경쟁한다. 최고가 될 수 없다면 상위권이라도, 그것도 힘들다면 중간이라도…, 중하위권에서도 경쟁은 벌어진다.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 국가적으로 본다면 교육열은 사회 발전을 앞당기는 동력이고, 직원들 간의 경쟁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업 간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과 질 좋은 상품으로 돌아온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회는 발전한다. 하지만 더 나은 세계에서도 패자는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패잔병들. 그들이 다시 전장에 설 수 있을까?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기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밀려나면 끝이고, 추락한 곳에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체득한다. 치열한 경쟁의 부작용도 잘 안다. 그래서 최고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은메달도, 동메달도 좋다고. 즐기기만 해도 된다고 말한다. 남에게는 응원의 말을 전하지만 내 밥그릇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어쨌든 한국형 서사에선 비인간적인 경쟁의 참혹함이 다뤄져왔다. 학업 스트레스로 그릇된 선택을 하는 전교 1등은 클리셰고, 진급에서 밀려난 가장의 소주 원샷도 클리셰다.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아닌 패자의 쓸쓸함이 한국형 서사를 관통하는 것은, 우리가 한 번쯤 패배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한들 우리는 어디선가는 패자로 존재했다.
01 <킹메이커>
속고 또 속인다.
열세한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은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를 만나며 선거에 연이어 승리한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때로는 유권자를 속여야 할 때도 있었다. 신념을 이루려면 작은 부정들이야 어쩔 수 없다. 서창대는 이기는 법을 알지만, 김운범은 그 방법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둘의 갈등은 깊어진다. 김운범은 대선 후보에까지 올라 정권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자 김운범 집이 폭파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서창대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누구든 속일 수밖에 없다.
02 <마이 네임>
생존 서사는 곧 상실의 서사다.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윤지우가 싸우지 못한 순간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뿐이었다. 윤지우의 목적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 복수하는 것. 복수하기 위해 조직에 가담해 훈련한다. 강인한 남성들과 싸우며 전투력을 끌어올린 윤지우는 조직 내 최고 수준의 실력자가 된다. 이후 경찰에 잠입해 스파이 생활을 하며 복수를 계획한다. 하지만 그녀는 잃는 것이 많다. 경쟁에서 이길수록, 살아남을수록 잃는 것이 생긴다. 윤지우의 생존 서사는 상실의 서사이기도 한 셈.
03 <오징어 게임>
게임의 규칙은 생존하는 것이다.
최후의 승자는 오직 한 명이다. 모두를 죽여야 살아남고, 상금을 얻을 수 있다. 이 잔인한 게임은 서로를 배신하고, 죽이도록 되어 있다. 경쟁자를 제거하는 살육 타임도 제공된다. 덕수(허성태) 무리는 많은 참가자를 죽이고, 우승 확률을 높인다. 연대해 생존한 기훈(이정재) 무리도 다음 게임에선 서로 죽여야 한다. 진심을 나눈 친구를 죽이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살아남으면 되는 것이다. 이 잔인한 게임을 종료하는 것은 스스로 게임을 끄는 것. 즉 플레이어의 자살뿐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던 상우(박해수)도, 배신에 치를 떨던 한미녀(김주령)도 비인간적인 상황에 계속되자 결국 스스로 게임을 종료한다. 2020년 한국 자살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36.1명에 달했다.
02 <펜트하우스 II>
상류층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상류층에서도 경쟁이 벌어진다. 당연히 복수극도 있다. <펜트하우스 II>에선 상류층의 비인간적 경쟁을 심도 있게 좇는다. 그들만의 세계는 치열하다. 자식에게 계급을 물려주기 위해 조작과 비리, 살인도 한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와 학벌주의, 즉 신분 피라미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과 결국 모든 특권 계층이 패자가 되어버리는 비현실적인 서사가 공존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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