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상 사람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경험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모르는 분야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현재를 살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속물근성의 능글맞은 형사 류수열을 연기했어요. 배우 이동욱을 새롭게 발견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어요. 근데 사실 제가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유독 그런 작품들이 인기가 많았어요. <도깨비>의 저승사자 캐릭터도 멜로가 가미되었을 뿐이지, 멜로가 주는 아니었어요. 그런 캐릭터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멜로 이미지가 각인된 것 같아요. 류수열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연기 방향이 바로 떠올랐어요.
류수열은 매회 한 번은 웃겼습니다. 애드리브도 많았죠?
대본 그대로 한 것보다 애드리브나 상황 설정을 추가한 씬이 훨씬 많았어요. 감독님이 애드리브를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주셨고, 제 애드리브가 거의 다 방송됐을 정도로 많이 믿어주셨죠. 현장에서는 서로 개방적인 자세로 작업하면 마음이 편해요. 좀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거든요. 물론 대본의 틀은 당연히 가져가야 하지만, 틀 안에서 제가 연기하며 느끼는 감정이나 디테일한 변화들은 연기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느낀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에게 많은 자유를 주셔서 편하고 신나게 작업했어요.
그런데 극 중에서 너무 많이 맞아요. 안 맞는 날이 없던데….
그건 일종의 장치 같은 거였어요. 수열이가 지금껏 살아온 속물적 삶을 버리고 성장해나가는 이야기거든요. 매번 맞고 좌절을 겪는 것은 스스로 껍질을 깨나가는 과정의 험난함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실제로 맞는 건 아니니까. 괜찮아요. 그리고 액션 연기할 때는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게 편해요. 때리는 연기는 조금만 잘못해도 사고 나서 조심하거든요.
<배드 앤 크레이지>의 장르를 따진다면, 이동욱과 위하준의 버디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버디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버디물 성격이 가미되긴 했지만, 실제 두 명의 형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에요. 류수열의 또 다른 인격일 뿐이죠. 다만 극 중에서 1인 2역이 아닌 2인 1역을 해서 버디물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류수열의 양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성장기로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형사가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요? 그나저나 수트 핏이 ‘쩔’던데.
왜요. 멋있을 수도 있죠. 현장에서 일하는 형사들은 활동하기 편한 옷을 주로 입겠지만, 미국 드라마에선 수트 입고 근무하는 형사도 많이 나와요. 극 중에서 제가 애드리브로 이런 대사를 했어요. 아이가 제 경찰 공무원증 보면서 “아저씨, 진짜 경찰 맞아요?” 그러면 “야, 경찰은 다 깡패같이 생긴 줄 알아?”라고 답해요.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작품마다 결이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왔어요. 다른 연기를 시도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사람이 매번 도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어렵죠. 연기는 늘 어려워요. 연기하며 쉽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해본 것, 잘 할 수 있는 것만 연기하는 것은 너무 재미없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요. 연기를 24년째 해오고 있지만, 앞으로 언제까지 주인공을 연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죠.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저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에요. 하던 연기만 하면 시간을 버리는 기분이 들어요. 기왕 하는 일이라면 새로운 것을 하고, 도전해서 결과가 좋으면 기쁜 거죠. 잘못되면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도전에 실패하는 게 나쁜 건 아니더라고요. 올해 마흔두 살이 됐는데, 점점 더 느껴져요. 시도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책임지면 돼요. 실패하더라도 얻는 것은 분명 있어요. 그러니 계속 새로운 걸 해볼 생각이에요.
연기자는 창작자이기도 하니까요. 새로움을 갈망하는 것은 창작의 본성이겠죠. 시도 자체에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에는 이동욱이 조금씩 들어 있어요. 이동욱을 어떻게 변주했느냐 차이일 뿐이에요.
배우는 ‘나’를 꺼내 보여주는 사람이군요. 사람은 시간에 묶여 있어요. 세월이 지나 경험이 축적되면 이해가 깊어지기도 하고, 상황과 환경이 달라지면 관점이 바뀌기도 해요. 나이가 듦에 따라 꺼내어 보는 ‘나’의 면면들도 달라질 것 같네요.
그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현재를 살자’예요. 과거의 영광, 과거의 실패는 의미 없어요. 그런 프로그램 많잖아요. 2000년대 초반에 인기 있던 가수분들을 초대하는 거요. 그럼 한동안 화제가 됐다가 또 어느샌가 기억에서 슬슬 지워져요. 그런 걸 볼 때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어요. 경험이 누적되어 관점이 달라지면 쉽게 가는 길을 알 수도 있겠죠. 그런 변화는 당연한 것들이에요.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동시대 시청자들, 지금 나를 활용하는 제작진과 잘 맞춰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저는 어린 나이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어른처럼 느껴지지도 않아요. 제가 세상 사람들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경험을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모르는 분야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현재를 살자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저도 올해 서른아홉인데 이상해요. 마음도 생각도 20대 때 그대로인 것 같은데, 함께 일하는 진짜 20대들의 생각은 달라요.
그러니까요. 저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주변이 변해요. <배드 앤 크레이지> 현장에서도 저보다 연장자가 감독님과 조명감독님뿐이었어요. 저와 동갑인 카메라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어리고,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도 대여섯 분 빼면 전부 후배였어요. 사회적으로 연장자에게 바라는 시선이 있잖아요. 현장에서 그런 걸 느껴요. 그래서 참고 살게 돼요. 마음은 20대 그대로이지만…. 어떤 행동이 어리석은 짓인지 알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갖춰져요. 만약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기면 그에 따른 책임감이나 생각의 방향들, 삶의 부딪침이 달라질 테지만, 아직은 그런 걸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20대 마음 그대로 살고 있어요.
20대 때는 나다워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해요. 나답게 굴면 철없어 보이는 나이가 된 거죠. 마음도 시선도 20대 때와 다르지 않은데, 20대 시절의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면 시대정신에 어긋난다는 소리도 들어요. 현재의 시대정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따라야 하고, 20대의 마음과 시선을 숨기기도 해야 하죠.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요. 이제는 제가 꼰대할 차례가 된 거예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를 살려고 하는 맥락 속에는 이런 것도 있어요. 지금 대중이 바라는 캐릭터,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이렇게 말하면 ‘꼰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먼저 산 사람들의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경험해서 아는 거니까. 그 길은 위험하다, 가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런 소리를 하면 ‘꼰대’가 되는 세상이 된 것 같아서 후배들에게 말 한마디 하기가 쉽지 않아요.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의 저만 그렇게 느꼈겠어요? 20년 전 선배들도 후배 눈치를 봤겠죠. 예전에는 현장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떼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니까요. 자연스럽게 시선이 높아지는 기분이에요. 축구 중계 보면 사이드 팔로우하는 카메라에는 빈 공간이 안 보이잖아요. 그런데 높은 곳에서 축구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카메라에는 공간이 다 보이죠. 과거에는 현장이 사이드 팔로우 카메라처럼 제 주변만 보였다면, 지금은 시선이 점점 높아져 후배들의 고충, 스태프들의 고충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잘 절충하면서 살아가야죠.
후배들이 어려워하지 않아요?
어려워해요. 저는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나한테 반말해도 괜찮아, ‘야’라고만 안 하면 돼”라고 늘 말하는데, 말 놓는 것도 어려워해요. 먼저 와서 말 거는 것도 어려워하고요. 후배들이 다가오기 어려워하는 이유가 제가 어렵게 느껴지는 행동을 하고 살아서 그런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참 어려워요. 대본 리딩 첫날에 사람들 모아두고 “반말해도 괜찮습니다. ‘야’라고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소리칠 수도 없잖아요. 제가 얘기하고 다니는 것도 너무 웃긴 일이잖아요. 다행히 요즘은 드라마를 6개월 이상 촬영하니까. 자연스레 후배나 동생들이 제 성향과 진심을 알아주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과 각별하게 지내게 되고, 그 친구들이 저한테 스스럼없이 다가와주는 게 너무 고맙고 그래요.
다시, 현재에 충실한 삶에 대해 얘기해보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일에 진정성을 가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죠. 연기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또 일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건 굉장히 경이로운 일이에요. 팬들에게 진짜 고마워요. 아무 목적 없이 저를 좋아해주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제는 잘 알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사랑도 받고 그러니까 현재를 살 거라고 말할 수 있겠죠.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부러운 점은 시간을 모은다는 거예요.
저도 그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 쉬고 일을 하는 편이에요. 지금의 저는 지금밖에 없잖아요. 지금의 모습을 최대한 많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또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역할들을 4~5년만 지나면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수도 있고요. 그것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작품을 많이 하는 건 좋아요. 그러니까 이동욱만의 아카이브가 생기는 거죠. 1999년부터 지금 2022년까지의 아카이브가 인터넷 뒤져보면 다 나와요. 제가 그때는 어떻게 생겼고, 연기를 어떻게 했고, 작품을 보면 그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떠오르거든요. 그 점에서만큼은 배우는 축복받은 직업이 아닌가 합니다.
본인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였다고 생각해요?
화양연화?(웃음) 글쎄요. 아직 안 왔다고 생각해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요. 물리적으로 내달려도 요즘 세상에 1년에 두 작품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에요. 작년에는 1년 반에 걸쳐 세 작품 정도 했는데, 그건 <해피 뉴 이어>라는 작품이 옴니버스식이라 등장인물이 워낙 많았고, 제 분량이 적어서 가능했어요. 1년에 한 작품, 2년에 세 작품 정도를 할 수 있는데, 말하다 보니 진짜 아쉬움이 남네요. 좀 더 기다리고, 더 달려봐야겠습니다.
인터뷰 준비하다가 <학교 2>를 봤어요. 이동욱씨 모습이 너무 풋풋해 생경하더라고요.
저도 가끔 내가 저렇게 생겼었나? 생각 들 때가 있어요. 매일 거울로 보는 지금 제 모습이 아니거든요. 19, 20살 시절 보면 당시에는 스타일리스트도 없고, 헤어 메이크업도 드라마 팀에서 받던 시절이라 완벽히 준비돼 있는 모습은 아니었어요. 근데 그게 그 시절의 제 모습이었고, 그 시절만의 감성과 분위기가 느껴져요.
배우 이동욱하면 성실함, 책임감 이런 단어들이 이어져요. 책임감이나 성실함은 노력으로도 얻지만 타고난 기질이라고 생각해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고마운 존재지만, 정작 본인은 잃는 게 많더라고요.
확실히 타고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책임감이 강한 제 모습이 싫었어요. 나는 왜 이렇게 가족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고, 쉬면 불안해할까. 안 그래도 되는데…. 지금은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리고 그게 제 삶의 원동력, 또 다른 에너지라고 생각을 하니까 편해지더라고요. 생각을 바꾼 기점부터 여유로워졌어요. 가족들에게 책임감 갖고, 좋아하는 일을 성실하게 하면서 살면 아주 좋은 일이잖아요? 지금은 오히려 이런 제가 좋아해요. 팬들은 쉬엄쉬엄하라고 하지만 계속해서 일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체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연기의 즐거움은 뭐예요?
집중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리던 것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대본 받으면 연습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먼저 공간을 떠올려요. 공간에 저를 집어넣고, 여기서 어떻게 행동을 할까, 대사를 어떻게 할까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요. 그리고 현장에 갔을 때 제가 생각한 것만큼, 혹은 그 이상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오면 성취감이 굉장하죠. 이 작업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카메라 앵글, 조명, 상대 배우, 감독님의 디렉팅 등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순간인 거죠. 단체 활동에서 딱 맞아떨어졌을 때 오는 성취감이 정말 좋아요.
연기하면서 성취감을 얻지만 그게 끝은 아니죠. 작품을 공개해야 하잖아요. 압박이 상당할 텐데, 그럼에도 계속 작품을 해나간다는 것은 압박감에 익숙해졌다고 봐야 할까요?
언젠가는 압박감이 너무 커서 악몽을 꾸기도 했어요. 길거리 다니면 온 세상 사람이 저에게 손가락질하고, 비웃는 꿈을 세 작품 연속으로 꿨어요. 제가 압박을 많이 받고 고통스러워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다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잘 안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드 앤 크레이지>도 그랬어요.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원하는 점수만큼 안 나왔다고 예전처럼 괴로워하고 악몽을 꾸는 정도는 아니에요. 압박감은 분명히 있지만 도전을 했고 이 도전을 사람들이 나쁘게 봐주진 않았어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박스 오피스에서 얼마나 흥행했는지를 주요 지표로 삼던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흥행작만 보는 건 아니죠. 인생 영화로 꼽는 것들은 수치와는 관계없는 작품들인 경우도 많아요. 지금 한국 드라마도 그래요. 르네상스라고 할까요. 장르물도 많아지고, 해외에서 신선하게 여겨져요. 수치와 상관없는 드라마들도 의미 있어요.
지금이 르네상스이기도 하고, 과도기인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퀄리티가 보장 안 되는 것들을 남발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아무튼 잘 넘어가야 하는 시점임엔 분명해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앞으로 더 뻗어 나가면 나갔지 수그러들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업계 종사자로서 기회가 많아지니 좋습니다. OTT가 늘고, 채널이 다양해져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이 좋은 일이라고 봐요. 방송국 3개만 있을 때는 일할 곳 없는 배우가 많았어요. 그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훨씬 여유롭고, 기회의 장이 넓어졌죠. 그럼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퀄리티는 좋아져야 한다’.
요즘 한국형 서사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와요.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해외 드라마와는 다른 특징들이 있고 그 특징이 시대와 잘 맞아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공감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에요. 이 업계에 23년 종사한 입장에서, 한국형 서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지리적 위치가 다르니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특징들이죠. 우리는 너무 익숙한데, 해외에서 보기에는 새롭고 신선한 거죠. 앞서 말한 것처럼 퀄리티가 좋으려면 반복하면 안 돼요.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야 해요. 꼭 시대가 잘 맞아서 주목받았다기보다는 결국은 이렇게 될 일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국뽕’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는 굉장히 대단해요.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논외로 하더라도, 흥이 많고 창작력이 뛰어난 것은 우리 민족의 특징이에요. 그리고 한국사람 되게 성실해요. 엄청 일 열심히 해요. 그렇게 했으니까 이렇게 된 거죠. 우리가 휴가를 1년에 세 달씩 가고 그랬으면 지금 이렇게 됐을까요. 물론 너무 열심히 살아서 겪는 부작용도 많지만, 높은 생활 수준으로 살기 때문에 느끼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해요. 왜 우리는 못 쉴까,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할까, 왜 OECD 국가 중에 근무 강도가 높을까를 이제 와서 생각하게 된 거죠. 살 만해졌으니까. 근데 만약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면 OECD 가입을 못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안 되었을 수도 있어요. 그럼 사회문제도 지금과 반대 아니었을까요. 왜 우리는 늘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해, 우리는 언제 풍요로워져, 우리나라 언제 강대국이 돼. 따라서 이쪽의 반대편, 저쪽의 반대편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고 환경이 잘 조성이 되었고 그래서 점점 결실을 맺어가는 시기가 지금부터 시작 아닌가. 앞서 말한 부작용들은 해결해나가야죠. 몇 세대를 거치면서 일궈나가야겠죠.
오늘 뉴스를 보니 2050년이 되면 지구 평균기온이 2도가 올라간대요. 지구 멸망까지 28년 남았습니다.
28년 뒤라고 해봐야 우리가 아직 활동할 때일 텐데.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예전에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고 했는데, 이제는 오래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워낙 빨리 돌아가는 세상이고, 많은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세상이에요. 오래 기억되려면 뭐, 제가 더 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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