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아레나>는 국내엔 흔치 않은 ‘영국’ 출신이다. 게다가 2006년 창간 당시, 우리의 상징인 ‘블랙칼라 워커’라는 개념은 생소하기만 했고. 이 두 가지 사실을 이 땅에 알리는 건 큰 숙제였다. 그래서 초창기엔 폴 스미스 형님께 빚을 많이 졌다. 그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이며 패셔너블한 ‘영국 출신 블랙칼라 워커’의 대표 주자였으니까. 우리는 그와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리와 그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 끝없이 증명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린 그와 수차례 아레나 굿즈를 제작했고, 그게 인연이 돼 북촌에서 만나 산책을 하고 놀았다. 그날, 우린 폴 스미스 스트라이프를 꼭 닮은 낙원동 무지개떡을 선물했고, 고무신을 신고 노을이 질 때까지 수다를 떨었다.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게 꿈같다. 다시 만난다면 최신 무지개떡을 건네며 말할 거다. “우리, 깐부잖아.”
Words 안성현(스티커 sticker 대표)
2010년 9월호
영화 <아저씨> 시절의 원빈이다. 그리고 그는 이후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았고, 어떤 매거진과도 화보를 찍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2010년 9월호 표지와 화보를 장식한 원빈의 얼굴은 일종의 박제인 셈이다. 리즈 시절 최고 잘난 원빈의 얼굴. 인터뷰 제목도 ‘원빈을 보았다’였다.
Editor 이주영(<아레나> 편집장)
2020년 5월호
전남쯤 가면 만개한 꽃무더기에서 봄의 절경을 담을 수 있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으로 도착한 순천만국가정원은 아직 겨울 티를 못 벗어난 상태였다. 넓기도 넓고 황량하던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사진가 레스와 고군분투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혼자 온 할머님 사진을 찍어드렸던 폴더 폰, 촬영을 마친 뒤 모두의 첫 끼였던 감자탕과 맥주 한잔이 아직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분명 두고두고 소환하고 싶은 기분 좋은 추억을 남기고 돌아온 것 같다.
Editor 이상(<아레나> 패션 에디터)
2013년 10월호
‘뉴욕 스타일’이 기억난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한 달 간 준비했고, 뉴욕에 가선 3일 간 10명의 인물을 만났다. 사진가와 통신원 그리고 나, 단출한 구성으로 움직였다. 그때 촬영 장비를 나눠 들고 지하철을 타거나 인터뷰 사이 남는 시간에 급하게 타코로 점심을 때우던 사소한 일들이 새삼 떠오른다. 생고생 속 피어오르는 희열, 느껴본 사람은 알 거다. 이게 얼마나 중독적인지.
Words 안주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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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호
잡지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이런 고민, 혹은 상상은 <아레나>를 다니며 관통한 화두였다. 이 상상은 무럭무럭 자라나 영화를 제작하는 데까지 닿았다. <아레나>의 이름으로 젊은 감독들을 후원해 단편영화를 제작한 ‘A-무비 프로젝트’는 그 고민, 혹은 상상의 정점이었다. 상상했는데 이게 되네?
Words 김종훈(콘텐츠 크리에이터) -
2011년 7월호
이달 촬영은 데님과 1950년대 레트로 무드를 접목한 것이 콘셉트였다. 날은 더웠고 시간은 눈치 없이 꾸준히 흘렀다. 완성도에 집착한 에디터의 욕심은 분명 모든 스태프를 지치게 했을 거다. 하지만 포토그래퍼 보리는 내색 않고 긴 시간을 온화한 미소로 기다려주었다. 결과물은 지금껏 그날의 모든 컷이 기억날 정도로 좋았다. 모두 그녀 덕이다. 저기 어디 하늘 아래 편히 쉬실 포토그래퍼 보리가 문득 그립다.
Words 정소영(웁스마이보이 대표)
2012년 11월호, 2019년 10월호, 2021년 9월호
몇 년 전에도 이런 기획이 있었다. 그땐 내가 진행하던 페이지를 콕 집어 기억에 남는다고 적었다. <아레나>를 떠난 지 이제 5년, 자잘한 것은 잊혔고 굵직한 것들만 머리에 남았다. 왕조가 바뀌면, 가장 고통받는 건 백성이다. 아무리 태평성대라 해도 새로운 편집장의 취향과 방식을 맞춰가는 건, 나름의 고난이니까. 오랫동안 <아레나>의 곁을 지켰던 나 같은 에디터들은 그 다름을 느낀다. 그리고 바뀐 편집장의 첫 번째 호가 편집장과 에디터들의 고뇌가 가장 짙게 드리운 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소중하고,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 그리고 기억에 또렷이 남는다.
Words 성범수(매거진 <인디드> 발행인 겸 편집장)
2020년 8월호
배우 김대명 인터뷰. 주말 오후, 뜬금없이 전화 걸어(평소 연락 잘 안 함) “우성아, 네가 인터뷰를 하는 거 어때?”라고 말했다. ‘슬의생’ 촬영이 끝났을 때다. 사십세가 된 소회, 배우로서 현재, 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끼리 안부 묻듯 대화했고 그대로 다 적었다. 음, 아, 작게 읊조리는 소리까지.
Words 이우성(시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에이전시 미남컴퍼니 대표)
2013년 3월호
나이는 지금보다 아홉 살이 적었고 패기는 곱절가량 많았던 패션팀 어시스턴트 1년 차. 생애 첫 배당인 이 ‘수선집’ 취재 기사는 대통령 선거 취재보다 중요한 일생일대 기회이자 빛이었다. 청담동·논현동·홍대·이대·을지로 일대를 돌아다니며 사진가도 없이 직접 디지털카메라로 기록. 다시 보면 낯 뜨거운 구도와 조명의 사진이지만 <아레나> 시절을 떠올리면 늘 어김없이 생각나는 소중한 첫 기사. <아레나> 16년의 한 페이지를 함께 기억할 수 있어 영광이다 .
Words 송수경(마켓 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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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호
<아레나>가 뭐 내 개인 계정도 아니면서, 그냥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을 새겨놓게 된다. 문장 하나에도 내 말투가 묻어난다. 당시의 취향이나 관심사, 유난히 아끼던 존재들도 슥 남겨둔다. 종종 꺼내어 보기도 한다. 이렇게. 매 순간 그리운 웰시코기 최고 미녀 천사 같은 내 금자. 내가 12년간 남긴 기록 중 가장 아련한 노랗게 잘 익은 화보 한 컷.
Editor 최태경(<아레나> 패션 디렉터) -
2018년 6월호
설탕을 넣고 푹 삶아낸 강낭콩과 연유를 얹어 먹는 오키나와 빙수 ‘젠자이’처럼 수수하고 달짝지근하던 이른 여름의 오키나와 취재기는 어제처럼 생생하다. 바다 수영은 고사하고 물에 발 한 번 못 담근 채, 조그만 승합차 2열 좌석 한 줄에 성인 4명이 끼어 앉아 동분서주 다니면서도 함께한 스태프 모두가 시시콜콜 하릴없이 즐거워하던 그날들. 사랑과 평화의 <아레나>이기에 가능했던 일.
Words 이경진(<ELLE> 피처 에디터)
2018년 7월호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면, 2018년 <아레나>는 일류들의 집합소였다. 매달 힘든 마감을 웃음으로 견뎠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우리가 각자 팔도를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걸 찍고 담고 취재했던 2018년 여름은 그래서 가장 <아레나>답고 좋았다. 그해 우리는.
Words 서동현(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13년 9월호
갑작스럽고 무리한 선배의 부탁이었다. 신인 아이돌인데 6페이지 인터뷰 화보를 찍어야 했고, 선배는 패션팀 막내인 나에게 세트랑 의상 스타일링을 요청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는데 인원은 7명이나 됐다. 저예산이었지만 세트도 만들고 그룹 스타일링도 어찌어찌 잘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훗날 나는 그때를 회상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된다. 그들은 바로 BTS, ‘방탄소년단’이었다.
Words 이광훈(프리랜스 에디터)
2020년 10월호
잡지가 하던 것들이 다른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그럼 잡지가 뭘 할 수 있을까. 과거에 한 작업들을 계절이 돌아오면 변주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느꼈고,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들의 한계도 어렴풋이 알았다. 하나 더 알았다. 화성 탐사 60주년을 맞는 해라는 것. 내가 만약 화성에 이주한다 해도 이런 고민을 하겠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해서 먹고살아야 하나 인생의 영속성 같은 질문들. 그래서 화성 이주 계획을 세웠고, 미래 화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했다. 전문가들을 취재해 기사를 완성하고서야 조금은 감이 잡혔다. 잡지가 해야 할 것은 이런 게 아닐까. 관점을 달리하고, 상상을 실체화하며, 엉뚱한 발언에 논리를 보태 독자를 설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잡스러운 읽을거리다. LIFE ON MARS 이후 확신이 생겼다.
Editor 조진혁(<아레나> 피처 디렉터)
2015년 3월호
내가 <아레나>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잡지다. 오래 사귀던 애인과 헤어진 기분이 이러할까. 함께한 추억이 소중하고 잘되길 바라면서도 내가 없는데도 잘 먹고 잘 살면 배가 살짝 아플 것도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 그 시절 <아레나>는 감히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의 대단하던 선배들과 한마음으로 같이 잡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분명 축복이었다. 여전히 <아레나>는 건재하고, 섹시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스타일 좋은 남자들이 ‘최애’하는 잡지. 이러한 명성이 영원하길.
Words 안언주(FNC 비주얼커뮤니케이션팀)
2019년 5월호
서울 촌놈이라 그런가? 나고 자란 서울을 좋아한다. 그러니 서울 특집으로 꾸린 2019년도 5월호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어떤 기획을 할까 하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고 싶었다. 서울의 각 장소에서 예전 사진을 구해 현재와 절묘하게 조화시켜 촬영했다. 이때만 해도 마스크 없이 서울을 돌아다니는 게 당연했는데…. 자유롭던 날이 새삼스레 그립다.
Editor 김성지(<아레나> 패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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