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즈는 도시의 오래된 여관을 매입해 청년들을 위한 코리빙하우스로 되살렸다. 낡은 건물, 오래된 물건 등 업사이클링이 필요하고 가능한 곳이라면 게릴라처럼 등장해 되살린다.
“저희 팀은 기본적으로 물건을 아껴 써요. 업사이클링은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고 생각해야 가능한 거예요. 폐자재를 보면 뭐 좀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요.”
서울은 개발되지 않은 것들을 품고 있다. 매년 마천루가 달라지는 것이 서울의 일상이라지만 신축 빌딩의 그림자에는, 열차가 통과하는 대지 위로는 낡은 건물들이 재생이라는 명목하에 남아 있다. 실상은 재생보다 생존에 가깝다. 개발 논리를 비켜간 건물들에는 서울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몸을 뉜다. 그림자 속에선 생존할 수 있지만 관심받을 수 없다. 누가 그들을 위해 서비스를 개발하겠나. 아무도 지켜보지 않은 곳에 게릴라즈가 게릴라처럼 등장했다.
게릴라즈는 뭐든 업사이클링한다. 오래된 건물을 힙하게 살 만한 곳으로 되살리고, 낙후된 지역을 수다 나누고 싶은 동네로 바꾼다. 물건들도 되살린다. 낡은 장판이나 비닐로 근사한 것을 만든다. 블로퍼나 슬리퍼, 카드지갑과 클러치, 키링과 휴대폰 케이스, PVC 의자도 있다. 게릴라즈는 실내 공사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재를 보고, 쓸 만하다고 느끼는 타고난 업사이클링적 관점을 지녔다. 그래서 뭐든 되살린다.
게릴라즈는 서울의 오래된 여관을 청년들을 위한 코리빙하우스로 재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관에 관심을 갖고 여관을 매입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한 것을 뛰어난 사업수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돈이 될까? 돈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사회에서 소외된 곳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한 것이다. 세금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도록 민간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그래서 게릴라즈의 프로젝트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인 속성을 갖는다. 뜨내기들이 한두 달 살고 나가는 고시원 개념의 공유주택이 아닌 몇 년을 살아도 될 만한 곳이다.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저희 팀은 기본적으로 물건을 아껴 써요. 업사이클링은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고 생각해야 가능한 거예요. 폐자재를 보면 뭐 좀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어요.” 게릴라즈의 염정업 대표가 말했다.
염정업 대표는 건축을 전공했다. 건설회사에 취직해 설계를 하다가 시공 파트로 옮겼다. 건물을 짓는 현실적인 과정을 습득한 다음에는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대기업에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스타트업에서 발견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서 일하며 발견한 것, 깨달은 것들도 많았다. 숙박 예약 플랫폼에는 근사한 모텔들이 올라오지만, 여관이나 여인숙은 없었다. 현실에서도 여관은 대부분 공실로 방치됐다. 염정업 대표는 공실인 숙박 시설에서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책을 발견했다. 매출 발생이 없는 빈 공간을 청년들의 주거 시설로 만든 것이다. 초기 아이디어는 보안여관에서 전시 형태로 공개했고, 뜨거운 반응을 얻어 사업화를 모색했다. 쉽진 않았다. 노후한 여관 건물을 청년들이 살 만한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보이는 것만 신경 써서는 안 됐다. 배관과 냉난방은 물론이고 IoT 세팅도 필수였다. 그러나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고려하면 많은 것들을 넣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감각의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배치해 적정한 수준을 맞췄다. 코리빙하우스를 만든 다음에는 수익화도 필요했다. 염정업 대표는 하이퍼로컬에서 대안을 찾았다. “공실이 발생하면 에어비앤비 등의 서비스를 적용해 거주자와 수익을 셰어링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어요. 청년들이 거주만 하는 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음습한 여관이 청년들의 공유주택으로 바뀌자 지역의 공기도 달라졌다. 이웃들이 더 반긴다. 게릴라즈는 청년들의 공유주택과 인근 지역을 커뮤니티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게릴라즈는 사회적 책임, 도시 재생을 목표로 시작됐으나 미래는 그 이상으로 혁신적인 모습이 기대된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게릴라즈. 염정업 대표가 사업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일까. “균형이에요. 디자인과 시공의 균형을 맞추는 거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프로젝트를 마치려면 협의해야 할 것이 많아요. 그러니 각 업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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