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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청년 사업가-고성배

좋아서 시작했고, 재밌어서 열정을 쏟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만난 사업가들은 물성을 다룬다. 공간과 가구, 음식, 식물, 책을 만드는 남자들이다. 20대는 아닐지언정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개척하기에 그들은 젊다. 마음만큼 생각도 청춘이라 청년 사업가라 부른다.

UpdatedOn February 02, 2022

 

THE KOOH
- 2 -
더 쿠
고성배

고성배 편집장은 2014년부터 독립 출판물을 만들고 있다. 시작은 취미였다. 재밌어서 책을 만들었고, 어느덧 업이 됐다. 책에 대한 진정성은 초지일관이다. 잘 팔리는 책보다는 재밌는 책을 만든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의 유머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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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목표를 정하고 일하면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이 아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게 돼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반응이 별로예요. 잘되는 건 잘되는 대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선택하며 산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때로는 감정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선택 기준은 상황에 따라 바뀌고, 대부분의 선택은 기호나 취향을 따른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만 직업 선택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미래, 책임, 적성, 현실적인 요인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다. 종합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선택을 책임지는 과정 또한 험난하다. 간결할 수는 없을까. 좋아서 하는 일에는 진심이 담기게 마련이다. 진심을 누가 알아주겠냐 싶지만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준다. 물론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거나,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쳐 진심은 손톱만큼만 남기도 한다. 손톱 같은 심정으로 <The Kooh> 매거진의 고성배 편집장을 만났다.

고성배 편집장은 취미로 책을 만들었다. 카피라이터를 하던 당시 취미가 있으면 회사를 더 열심히 다니리란 생각에 독립출판제작 수업을 들었다. 당시 강사는 고성배 편집장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잡지에 올인하지 말라고, 돈이 안 되니 취미로만 하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웃어넘겼으나 이듬해 고성배 편집장은 퇴사하게 된다. 이직을 준비하며 재미로 독립 출판물을 만들었고, 어찌어찌 시간이 흘러 9년 차 편집장이 됐다.

“이걸 왜 사지? 이해가 안 되는데? 더 이상한 걸 만들어볼까?” 고성배 편집장이 <The Kooh> 매거진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B급 감성의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모아서 책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구입했고, 안 팔리겠다 싶은 콘텐츠만 모아서 3백 부를 찍어도 전부 판매됐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만드는 재미도 있었다. 취미였으니 수익 구조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만든 만큼 팔아서 번 돈으로 다시 또 만들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수익을 늘려야 했다. 고성배 편집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의 중간 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대중성을 염두에 둔 마지막 한 권을 만들고 취업하기로 결심했다. 책 제작비 모금을 위해 크라우드펀딩도 시도했다. 1백50만원이 목표 금액이었으나 1억4천만원이 넘는 금액이 모금됐다. 먹고살 만큼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고성배 편집장은 수익 구조를 확립한 이후 취업은 잊고 다시 책 제작에 몰두했다. 주변에서는 디지털을 해야 한다고, 유튜브가 필수라고 부추겼다. 그래서 시도는 했으나 업무가 분산되니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현재는 다른 곳을 기웃거리지 않고 책 만들기의 재미에만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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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oh> 매거진과 <괴초록(이상한 식물사전)>.

<The Kooh> 매거진과 <괴초록(이상한 식물사전)>.

  • <The Kooh> 매거진과 <괴초록(이상한 식물사전)>.<The Kooh> 매거진과 <괴초록(이상한 식물사전)>.
  • 의외로 쓸모 있는 정보들로 알차게 구성한 <The Kooh> 매거진.의외로 쓸모 있는 정보들로 알차게 구성한 <The Kooh> 매거진.
  • <동양 요괴 도감> <한국 요괴 도감> 등 단행본.<동양 요괴 도감> <한국 요괴 도감> 등 단행본.
  • 의외로 쓸모 있는 정보들로 알차게 구성한 <The Kooh> 매거진.의외로 쓸모 있는 정보들로 알차게 구성한 <The Kooh> 매거진.

취미로 시작한 작업이 일이 되고,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사업을 확장하진 않더라도, 미래를 계획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싫어도 해야 하는 것들이다. 좋아하는 일만 해서는 먹고살 수 없다는 정론에 고성배 편집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계획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매출 목표를 정하고 일하면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이 아닌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게 돼요. 그러면 결과적으로 반응이 별로예요. 잘되는 건 잘되는 대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업 초기에는 지갑 사정이 어려웠으나 9년 차에 이른 지금은 먹고살 만큼은 번다고 한다. 책 반응이 안 좋아도 낙심하지 않는다. 만드는 동안 즐거웠으면 됐다고 말한다.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며 산다.

누군가는 그의 책을 보고 나무가 아깝다고 한다. 그래? 근데 왜 사? 고성배 편집장이 쾌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구매가 이어지면 쓸모없는 것도 쓸모 있게 느껴진다고 한다.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The Kooh> 매거진을 기웃거린다. 그러다 책을 펼치면 비웃는다. 그 비웃음을 보는 것은 그의 즐거움이다. 만들어서 재밌으면 된 거고, 웃기면 된 거다. 만드는 과정도 즐겁다. 쓸모없는 콘텐츠이지만 그 콘텐츠에는 진심이 담겼다. 진정으로 웃기고자 하는 마음이.

현재 그는 단행본 제작에 충실하고 있다. 주제는 한국 요괴나 한국 고유의 별자리, 조선 시대 민간 사주법, 전 세계 악마 등이다. 그냥 재밌어서 만든다. 주제를 논문 수준으로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 대신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큼 정제해서 만든다. 그래서 결과물은 쓸데없이 고퀄리티다.

현재는 <SF 괴수 괴인 도해 백과>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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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이수환

202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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