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이강석 / 스피드스케이팅
이강석은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이자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며, 현재 의정부시청 빙상단의 지도자다. 그는 선수 시절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부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의 코스레코드(34.80초) 보유자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 출신답게, 그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면밀한 분석과 정확한 예측을 더한 언변으로 해설위원으로서도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올림픽 해설도 저와 잘 맞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잘 아는 종목의 지식을 설명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해설위원으로서 단순히 기록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선수의 컨디션이나 기세까지 염두하고 다음 경기를 예측하고 어떻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지 설명하는 해설위원이 되고 싶어요. 많이 아는 것과 아는 걸 쉽게 설명하는 건 다르더라고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전문 용어보다는 쉽고 간단한 설명으로 올림픽을 더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해설위원이기 전에 선배로서
저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출전 당시 세계 신기록 보유자이자, 세계 랭킹 1위 선수였어요. 하지만 결과는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죠. 그 당시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영상을 안 보다가, 딱 한 번 봤어요. 제가 해설위원이라면 저 같은 선수에게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더라고요. 저라도 안타까웠을 것 같아요. 엄청난 주목을 받던 우리나라 선수가 4등 했으니까요. 그리고 사기를 진작하는 말을 해줄 것 같아요.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할 때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는 걸 아니까요.
경기마다 다른 맞춤 해설
모든 경기는 저마다 보는 재미가 있지만, 아무래도 스피드스케이팅의 꽃은 남자부 500m와 여자부 500m 경기죠. 경기 순서상 앞 차례에 진행될 텐데, 앞 경기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다음 경기의 선수들도 그 기운을 받아 잘할 수 있을 거예요. 해설은 경기마다 다를 거예요. 500m는 40초가 안 걸릴 만큼 짧은 시간에 끝나는 경기라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설명을 잘해야 해요. 반면에 1000m, 1500m는 호흡이 긴 편이니 경기가 지루하지 않도록 흥미로운 해설을 해야죠. 선수들의 장점과 경기 상황을 전문적이지만 쉽게 설명하려고 해요.
기대주들
남자부 500m는 차민규와 김준호. 차민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준호 선수도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어요. 두 선수 모두 타고난 승부사 기질이 있죠. 여자부 500m는 김민선 선수가 제2의 이상화라 불릴 만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요.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선수죠. 그리고 남자부 1500m의 김민석 선수는 월드컵에서 1등을 했을 만큼 컨디션이 좋고, 눈빛이 매섭죠.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큼요. 그 외 매스스타트의 이승훈, 정재원도 메달을 노려볼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죠. 모든 선수가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요.
후배들을 위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해설위원을 맡았는데, 후배들을 보니 가슴이 움찔움찔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훈수를 두듯 말하기도 했고요. 저는 해설위원이지만, 지도자이기도 하니까요.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후배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서 선수의 눈을 보면 얼마나 긴장했는지, 투지에 불타는지 알 수 있죠.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량부터 작은 부분까지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요.
고민은
우리나라 선수들의 현재 성적이 세계 최고가 아니에요. 어쩌면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들의 규모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고요.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저는 해설위원으로서 우리 선수들을 위해 얼마나 좋은 설명과 위로, 격려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요.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풀 엔트리’라고 해서 종목마다 선수를 꽉 채워 출전했는데,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그렇게 되길 바라야죠.
공감하는 바
저도 현역 시절 메달도 따봤고, 실패도 해봤어요. 그래서 선수에게 격려와 칭찬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죠. 어이없는 실수라면 냉정하게 해설해야겠지만,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요. 그럴 때 격려를 해줘야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면 근소한 차이로 4위를 기록한 선수는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만큼 선수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응원하며 다음을 기약해야죠.
목표
첫 번째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 제가 지도자로 있는 의정부시청 소속 차민규, 김민선, 정재원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 도전해요. 모두 메달을 딸 수 있는 기량을 갖췄죠.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에 많이 참가하면 좋겠어요. 참가하는 선수들이 많아야 국민의 관심도 커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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