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위원 이상화 /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거듭 바꿨다. 고등학생 시절인 2005년 세계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 대회 500m에서 처음 대한민국 신기록을 썼고, 2007년에는 신기록을 경신했으며, 2009년에는 500m와 1000m에서 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또 이상화는 올림픽의 여왕이다. 2010년, 2014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여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녀가 거둔 메달 수를 세는 것은 의미 없다. 이상화는 10년 넘는 세월 동안 1인자로 군림했다. 여왕이 은퇴 후 처음으로 올림픽을 맞이한다.
선수 시절에는
선수 시절에는 올림픽이 정말 무거웠어요. 무조건 꼭 메달을 획득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올림픽을 단 한 번도 즐겨본 적이 없어요. 선수 시절에는 올림픽이 두려웠어요. 긴장도 많이 됐고요. 그런데 은퇴한 지금은 정말 마음이 가벼워요. 이제는 올림픽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친밀한 소통
올림픽은 메달 사냥하러 가는 곳이었어요. 선수 시절에는 메달 생각뿐이었죠. 이제는 해설위원이 되어 선수 시점으로 경기를 설명하고 싶어요. 선수들이 어떻게 스케이트를 타는지, 아직 현역으로 있는 제 친구들이 경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자세히 알려주려고요. 또 어려서부터 운동해온 선수들은 어려운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할 거예요. 시청자분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잘 아는 선수들
즐기는 마음으로 편하게 경기를 설명해드리고 싶어요. 또 출전 선수들 중에는 친분이 있거나 잘 아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 선수들의 특징을 아니까 분석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또 해설하면서 어느 선수가 메달을 획득할지 관전하는 게 큰 재미일 거라고 생각해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설명한다는 게 저에게는 큰 영광이에요.
올림픽은 똑같아
올림픽은 항상 똑같아요. 굳이 변화를 꼽자면 소치 동계올림픽까지는 500m 경기의 경우 1차와 2차를 합산한 총점으로 순위가 정해졌는데, 평창 동계올림픽부터는 한 경기로 순위가 결정돼요. 스피드스케이팅은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선수 본인이 준비한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중요하죠.
선배의 팁
올림픽 기간에는 선수들을 건드리면 안 돼요. 선수들이 굉장히 예민한 시기예요. 조언은 경기 한두 달 전에 해야죠. 지금 말해봤자 선수들은 혼란만 생겨요. 지금 잘하고 있는데, 옆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대로 놔두는 게 가장 좋아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4명과 연락은 하고 있어요. 12월에 김민정 선수에게 팁을 줬어요. 그 친구에게 보완할 점이나 고칠 건 없어요. 또 고치라고 해서도 안 되고요. 그냥 팁만 전해주는 거죠. 알아서 잘할 거예요. 자주 연락하면 선수는 부담만 돼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그래요. 물론 다 고마운 말이지만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놔두어야 해요. 지금은 선수를 믿어야할 때예요.
긍정적인 태도
운동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기록이 기대만큼 안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고, 괜히 스케이트 날에서 핑계를 찾게 돼요. 하지만 이건 선수 본인이 감내해야 할 문제예요. 결국에는 멘털 싸움이에요. 스스로 좋은 컨디션이라고 생각하고, 올림픽 다가오는 날짜에 맞춰 잘 준비한다고 믿으면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풀려요. 스스로가 부족하다거나 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100% 안 돼요. 올림픽의 중압감을 견뎌내기 위해선 스스로를 응원해야 해요.
은퇴 이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어요. 살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다 이뤘어요. 그래서 은퇴 이후 제 목표를 생각해봤는데, 없더라고요. 당면한 목표는 해설을 완벽하게 끝내는 거고요. 25년 동안 운동만 해서 그런지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즐겨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강박 같은 게 남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못 먹어요. 운동은 선수 시절처럼은 안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요. 운동해야 엔도르핀이 돌고 몸 상태도 좋아지니까요. 지금은 이 삶을 즐기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현재에 충실한 삶
꿈은 없어요. 이룰 건 다 이뤘어요. 결혼도 했고요. 현역 시절에는 올림픽 금메달이 간절해서 운동에만 매진했어요. 그런데 은퇴하고 나니까 목표가 사라졌어요. 정체성에도 혼란이 왔고, 제 자신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면 될지 고민해봤는데, 선수 시절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살려고 해요. 먹고 싶은 것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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