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도 믿기지 않는다. 제16회 에이어워즈. 우리가 한국에서 가장 멋진 연말 시상식을 16년째 펼쳐오고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에이어워즈 시상식장은 언제나 믿을 수 없었다. 비현실 아니 초현실이었다. 우리는 여름이 저물기 시작하면 에이어워즈를 생각한다. 밤공기가 차가워지면 에이어워즈를 준비해야 할 때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무더기의 스트레스. 인물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어렵다. 그가 왜 올해의 배우야? 그의 음악적인 업적은 뭐야? 왜 그 작가가 올해를 대표해? 우리는 치열하게 논의하고 토론하며 수상자 목록을 만든다. 시상하는 우리는 상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수상자도 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수상자를 만나서 인터뷰하고, 화보 촬영하고, 시상식 행사장을 꾸리는 일련의 과정도 어렵다. 매년 어려웠다. 이게 잘 될까? 우리만의 잔치는 아닐까? 행사 직전까지 근심이 앞서지만 우려와 달리 수상자들은 에이어워즈 행사장을 찾아왔다. 밝은 표정으로, 수트를 입고 한껏 모양새를 갖추고, 기쁨을 감추지 않고, 시상대에 오르곤 했다. 행사장을 채운 인파는 어땠던가. 언젠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오도가도 못 하고 갇혀 있었던 기억이 있다. 지하 1층으로 내려오라는데, 사람이 워낙 많아서 이동이 불가능하던 시절. 다 꿈이다. 이제 보니 예쁜 꿈이다.
올해는 시상식 없이 화보와 인터뷰만 진행했다. 그렇다고 에이어워즈의 의미가 퇴색된 것은 아니다. 에이어워즈를 수상해야 할 사람들을 찾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누는 대화는 씁쓸하게 마련인데, 에이어워즈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는 근사하다. 그들의 업적이 대단하기에 그들의 활동과 생각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글은 읽을 만한 가치가 생긴다.
올해는 세 명의 배우와 뮤지션, 영화감독, 디자이너가 에이어워즈를 수상했다.
먼저 디자이너에게 수여되는 ‘CREATIVE’ 상은 팀 포지티브 제로가 받았다. 플라츠로 잘 알려진 팀 포지티브 제로는 성수동 일대에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상업과 문화가 융화된 공간을 디자인해온 공을 인정받았다. <D.P.>로 군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펼친 한준희 감독에게는 ‘INSIGHT’ 상을, 진정성 있는 음악을 꾸준히 보여온 새소년의 황소윤에게는 ‘PROGRESSIVE’ 상을 전했다. 배우들의 면면도 강렬하다. 올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에서 조상우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는 ‘CONFIDENT’ 상을,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이끌어온 배우 이지아는 ‘IMPRESSION’ 상을, 그리고 그 어느 해보다 바쁘고 많은 작업을 한 배우 이병헌은 ‘INFINITE’ 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수상자들의 화보와 인터뷰를 멋지게 완성했다.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사진과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상상했다. 여섯 수상자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모습. 예년처럼 묵직한 에이어워즈 트로피를 받으며 당황하는 모습(굉장히 무겁다). 그리고 조금 촌스럽지만 수상자가 다 함께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떠올려봤다. 믿기지 않는다. 에이어워즈는 늘 믿을 수 없이 놀라웠다. 뒤에 이어질 사진들도 비현실적으로 놀랍다. 아니 초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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