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르 자키 Amir Zaki
아미르 자키는 스케이트보더가 없는 스케이트파크를 찍는다. 오랜 시간 건축과 사물 등 물성을 카메라에 담아온 그는 캘리포니아 스케이트파크에 대한 사진집 <California Concrete: A Landscape of Skateparks>를 발표했다. 베니스 비치의 스케이트파크 사진과 전설적인 스케이터 토니 호크의 에세이를 담았다. 아미르 자키는 스케이트파크를 건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낯설고 고독한 순간을 완성한다.
중년이 된 지금도 종종 스케이트를 타나?
난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자랐다. 30대에는 콘크리트 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탔지만, 이제는 집 주변에서 전동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게 전부다. 재미를 느끼고 싶을 때, 쉬고 싶을 때, 위안이 필요할 때 스케이트보드를 집어 들고 집 밖을 나선다. 스케이트를 타면 지면에서 서핑하는 듯 자유롭다.
<California Concrete: A Landscape of Skateparks>에 담긴 스케이터 없는 스케이트파크 이미지는 낯설다. 대부분의 스케이트 사진은 스케이터의 트릭을 주제로 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관찰에 대한 것이다. 스케이트보드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사진을 접했는데, 모두 스케이트보더에 중점을 둔다. 오랫동안 건축물과 자연 경관에 관심을 가져온 나에겐, 보더들이 트릭을 선보이는 콘크리트 파크가 새롭게 다가왔다. 동시대적 풍경이 낯설고 아름답게 보였다. 관찰할수록 아름다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나는 인물 사진은 절대 안 찍는다. 건축물에 대한 흥미, 자연 경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인물 사진을 안 찍는다는 세 요소를 종합하니 ‘캘리포니아 콘크리트’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익숙한 환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언제인가?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친숙한 환경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이다. 세상을 보는 나만의 방식은 친숙함 속에서 낯섦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걸 스케이트 문화에 비유하자면, 대답하기 어렵다. 특정 문화나 서브 컬처를 단정짓는 건 어렵다.
‘캘리포니아 콘크리트’ 시리즈에선 고요와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콘크리트 굴곡에 새겨진 자국들에서 스케이트보더들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에게 고요란 무엇일까?
공허하고 조용한 사진을 좋아하고 만들어내려 한다. 공허한 사진은 보는 이마다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있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몇 가지 단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하면서도 낯선 무언가 혹은 광경을 보며 모험하는 걸 좋아하는데, 내 사진이 그런 역할을 하길 원한다.
당신이 촬영한 스케이트파크는 외계 행성의 우주선 같기도 하다. 스케이트파크의 구조를 보며 무엇을 떠올렸나?
나는 대개 자연 경관의 굴곡을 떠올리고 상상한다. 스케이트파크를 바라보면 언덕이나 계곡이 떠오른다. 자연 속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촬영한다.
베니스 비치는 평소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릴 텐데, 어떻게 사람 한 명 없는 베니스 비치를 포착할 수 있었나?
대부분의 스케이터가 자고 있을 아주 이른 아침에 촬영했다. 아무튼 비밀이다.
케케 르팔라 Keke Leppala
케케 르팔라의 스케이트 사진에선 북유럽 감성이 느껴진다. 그는 북유럽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덴마크와 핀란드, 아이슬란드에 적을 두고 살아온 그의 사진은 기존 스케이트보드 이미지와는 다르다. 조금 더 먼 곳에서 포착한다. 스케이터들의 트릭이 풍경의 일부로 남아 넓은 배경에 공명을 울린다.
스케이트는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이틀 전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로컬 스케이트파크에서 나이트 세션을 진행했다. 나는 스케이트를 탈 때 머릿속이 비워진다. 스케이트보드 타는 것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거든. 안 그러면 다칠 수도 있다.(웃음) 그렇기 때문에 아주 훌륭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스케이트는 내게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즐거움. 온전히 나 자신을 만끽한다. 그리고 나이 든 게 느껴질 때 스케이트보드에 오르면 스무 살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든다.(웃음)
스케이트 사진을 촬영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1985년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탔다. 10대 때는 취미로 사진을 찍었고, 암실에서 모든 기술을 배웠다. 사진과 스케이트라는 두 가지 열정은 타고났다. 취미가 아닌 일이 되었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열한 살 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살았다. 그곳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대단하다. 전설적인 팰드파큰 스케이트파크에서 스케이트를 탔던 기억이 있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동안 스케이트를 안 탄 적도 있다. 회복하는 동안 카메라를 들고 스케이트파크의 아이들을 찍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소셜미디어에 그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걸 계기로 <One Love Skateboard> 매거진을 창간했고, 북유럽에 선보였다.
대부분의 스케이트 사진은 스케이터를 가까이서 포착하지만 당신 사진은 넓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당신 사진에서 스케이터는 스케이트파크의 일부이거나, 군중에 둘러싸인 작은 그림자로 표현되기도 한다. 넓은 시선은 스케이터의 움직임을 더욱 거대한 도전처럼 보이게 만든다. 스케이터를 넓은 시선으로 포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 사진을 분석해줘서 고맙다. 내가 표현하는 스케이트보드 사진의 핵심을 꿰뚫었다. 스케이터에 집중하고 그들이 선보이는 트릭을 포착할 때면 가슴이 웅장해진다. 하지만 단순히 스케이터와 트릭만을 보여주는 건 원치 않는다. 사진이 공허하거나 간단해질 수 있지만 특정한 이야기를 말해주는 좋은 사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섬세한 걸 포착하는 눈을 가졌지만, 그래픽적인 시선 또한 결합시킨다. 재미, 아름다움, 스케이트보드별로 스타일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거리, 대비, 시선을 달리하며 노력한다.
사진가로서 가장 매력적인 스케이트파크는 어디였나?
당연히 수빌라티 DIY다. 핀란드의 세계적인 스케이트파크다. 개성이 강하고, 위험하며, 아름답고, 문화적인 역사가 담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년 놀랍도록 훌륭한 기교와 함께 프레임이 바뀐다.
더 넓은 풍경을 담기 위해 당신의 카메라는 높은 곳에 오른다. 스케이트 촬영에 사용하는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빌라티 DIY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캐논 DSLR 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드론은 사용하지 않았다. 올드스쿨을 따르기에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찍으려 한다. 공원 옆에 20m 높이의 가늘고 좁은 타워가 있는데 사다리 타고 올라가 그곳에서 촬영했다. 위험하기에 등산용 벨트를 반드시 착용한다. 일반적으로 캐논 카메라와 렌즈, 프로포트 조명을 사용한다. HSS(High Speed Sync) 기법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셔터를 움직여 피사체를 포착한다. 다양한 트릭을 익히고, 기본적으로 스케이트보드 신(Scene)에 대해 아는 건 스케이트보드 촬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가장 필수적인 장비는 마음가짐이다. 망설임이 없어야 하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 남의 집 발코니를 잠시 빌려 사용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 늘 새롭고 특이한 앵글을 위해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나는 핀란드와 덴마크에서 줄곧 살았고, 일은 아이슬란드에서 했다. 그 결과, 내 사진에 북유럽 감성이 묻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에 스케이트 문화의 어떤 점을 담고자 하나?
스케이트보드의 가장 훌륭한 점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위해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갈 필요 없다는 것이다. 모든 도시, 작은 마을도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사진가에게 낯선 곳과 경이로운 풍경을 찾는 건 기쁨이지만, 이 또한 스케이트보드 신과 이데올로기의 일부일 뿐이다. 서퍼들이 미국의 텅 빈 수영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이후 스케이트보드는 늘 혁신적이었다. 나는 예상치 못한 장소를 찾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 핀란드에 살면 당연히 사우나나 신선한 호수에서 수영하며 지내게 되는데, 핀란드 자연에는 훌륭한 장소가 정말 많다. 유명한 빌딩이나 건축물도 언급하고 싶다.
당신에게 스케이트란 무엇인가?
내가 사는 방식이고, 삶의 일부이며, 나를 어디든 데려다준다. 스케이트를 36년째 타고 있는데, 보드 위에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얼마가 됐든 최대한 오래 타고 싶다. 스케이트보드가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훨신 매력적인 점이 몇 가지 있다. 스케이트보더는 때와 장소에서 자유롭다. 일정을 따를 필요도 없고, 체육관도 필요 없다. 경제적인 부담도 없고, 수업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스케이트보드와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스케이트보드 신은 아주 개방적이며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선 누구나 사교적 이며, 성별·나이·배경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고. 핀란드에는 레나라는 68세 스케이트보더도 있다. 그녀는 58세에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다. 인생은 짧으니 순간을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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