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7월, 온화한 계절에 출시된 새로운 술들을 한데 모았다. 개성 있고 독특한 디자인에, 색다른 숙성도에 대한 호기심에, 무알코올이라는 낯섦에 이끌려 가격과 주종 관계없이 집어 들었다. 술 한아름 안고 찾아간 곳에 바 숙희 바텐더 이수원과 웹 디자이너 허지민이 있었다. 이수원은 맛과 향을, 허지민은 보틀 디자인을, 에디터는 장소와 분위기에 대해 가볍게 리뷰했다.
1 알함브라 라거
TASTE 부드러운 라거와 끝에서 오는 홉의 쌉싸름한 맛이 인상적이다. 맥주를 잔에 따른 후 위스키가 채워진 샷 글라스를 맥주잔에 빠트려 혼합시킨 걸 ‘보일러메이커’라고 하는데, 알함브라 라거를 마셨을 때 잘 만든 보일러메이커 칵테일이 떠올랐다.
DESIGN 뜨거운 스페인의 열기보다는 알함브라의 웅장함을 표현하는 문양이 알함브라 라거의 고급스러움을 대변하는 듯하다. 라거 특유의 거친 감성에 어긋나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게 만든다.
MOMENT 여름밤, 캠핑장에서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우며 꼴딱꼴딱 넘기면 금상첨화.
2 헨드릭스 진 루나
TASTE 베이스는 시트러스, 페퍼리한 뉘앙스가 강하다. 토닉워터와 섞으면 더욱 은은한 꽃향기로 변모돼 로맨틱한 향을 맛볼 수 있다.
DESIGN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톡 쏘는 시트러스 향에 취해 깊은 어둠이 찾아올 것만 같은데, 이러한 테이스팅 노트에 걸맞은 라벨과 디자인이다.
MOMENT 달 아래 푸르고 시원한 바다를 둥둥 항해하며 들이켜는 풍경.
3 아벨라워 14년
TASTE 오픈과 동시에 혀를 갖다 댔다. 바늘로 찌르듯 스파이시함의 날카로움, 무참히 찔려버린 혀를 친절히 꿰매주듯 블랙베리의 스윗함. 14년이라는 세월의 깊이를 자랑하듯 강력한 인상을 선사했다. 너티와 오일리한 가벼운 맛과 약한 스파이시를 선보인다.
DESIGN 둥근 셰이프 때문에 더 끌리는 것도 같다. 캐스크의 형태를 떠올려보자고 말하면 진부하지만, 굵고 단단한 캐스크를 닮았잖나. 그리고 절제된 디자인에 세리프 폰트가 더해져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이다. 로고가 보틀 양각으로 새겨진 것도 센스 있는 포인트.
MOOD 생선류와 곁들여 먹는 하이볼 베이스로 탁월.
4 앱솔루트 워터멜론
TASTE 진한 서양수박 맛이 느껴져 목 넘김도 가볍다. 과일, 우유, 사이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달달함을 더해주기 위해 설탕까지 첨가해 화채로 만들어 먹으면 완벽하겠다.
DESIGN 강렬한 볼드체에 초록색을 입혀 ‘앱솔루트 워터멜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미지를 주는 한편, 바로 아래 스크립트 폰트로 쓰인 문구가 빈티지한 느낌까지 더해준다. 지금까지 앱솔루트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왔지만 뜨거운 8월에 어울리는(거기다 수박까지 더한) 가장 동시대적인 디자인이다.
MOOD 에어컨 아래 삼삼오오 모여 즐기는 홈 파티.
5 발왕산 막걸리 제로
TASTE 알코올 겁쟁이들은 모여라. 막걸리 향과 맛은 살렸지만, 여느 탄산음료와 다르지 않다. 달달함은 충분하며 푸짐한 탄산은 보장된다.
DESIGN 발왕산 막걸리의 캔이 매력적인 건 ‘모순’ 때문이다. 디자인은 고전적인 캘리그래피에 전형적인 막걸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지만,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도 절대 취하지 않는다.
MOOD 석양이 지는 바다를 앞에 두고 애인에게 홍조를 보이고 싶지 않은 순간.
6 발렌타인 7년
TASTE 발렌타인은 사랑스러운 이름만큼 숙성도가 깊을수록 맛과 향도 더욱 사랑스러워지는 법이다. 하지만 그 관념을 뚫고 선보인 ‘발렌타인 7년’은 낯설지만 익숙하다. 첫맛은 과실 향이 듬뿍 느껴지고, 숙성은 덜 됐지만 위스키 특유의 가볍고 튀는 알코올 느낌은 익숙하게 표현됐다.
DESIGN 왜 그립감이 좋으냐면, 책을 연상시키는 얇고 네모난 형태가 손에 쥐기 딱 좋다. 생소하지만 세련된 발렌타인 7년을 작은 사이즈로도 선보였다는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위스키답게 휴대성도 빠지지 않는다.
MOOD 알딸딸하게 취했지만 아쉬움이 느껴지는 순간.
7 오리지널비어컴퍼니 사브르
TASTE 왠지 고전적이고 무거운 비주얼과 달리 산뜻하고 트로피컬하다. 하지만 끝에 밀려오는 산미는 수제 맥주 본연의 깊이를 섬세하게 표현한 듯하다. 온도를 많이 낮춰 마실 경우 샴페인에 가까운 향.
DESIGN 수제 맥주 열풍이 불면서 각양각색의 새로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보틀이 많이 등장하더라. 그중에서도 사브르 제품은 샴페인 보틀을 떠올리게 한다. 코르크 마개로 막아놓은 디테일부터 이목을 사로잡는다. 누가 맥주라고 생각할까.
MOOD 맥주를 사랑하는 애인에게 새로움을 선물하고 싶다면.
8 청풍미향
TASTE 전통주 특유의 곡물 향과 누룩 향이 코를 찌르며, 보디감은 약하지만 가볍게 마시기 좋은 술. 세꼬시와 함께 지루한 소주 대신 먹기에 탁월하다.
DESIGN 전통주가 가진 고전적인 디자인을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대적이지만 국내 크래프트 진이라는 성향에 걸맞게 청아하고 맑은 이미지를 간직했다. 특히 ‘청풍미향’이라는 네이밍과 무척 어울린다.
MOOD 고즈넉한 고택에서 풍류를 즐기고 싶은 순간.
9 부드바르
TASTE 라거 맥주지만 라이트하다. 흑맥주나 향이 강한 맥주보단 라거의 정석에 가깝겠다. 버드와이저의 전신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DESIGN 800년 이상의 맥주 양조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 출신 답게, 라거답게 붉은 색감과 체스케 부데요비체 도시의 문양을 박아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MOOD 무더운 여름날 이국적인 향이 그립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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