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변수를 안고 살아가는 시대다. 도시의 오래된 상점은 매 계약 시기마다 골머리를 앓으며 고비를 맞는다. 잔인하지만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2000년대에 생겨나 지금껏 살아남은 오래된 문화 공간은 급격한 변화들을 견뎌왔다. 위기 속에서도 견고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공간이 전하는 단단한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이어서 소개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리카페’ ‘클럽 에반스’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색 있는 공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랜 기간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을 것이다. 버텨온 시간을 회상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고 싶었다.
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은평구 녹번동에는 만화 속 풍경을 닮은 신비한 헌책방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2007년 은평구 주택가 골목 지하에 처음 자리 잡았다. 지금은 그곳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천장의 헌책들이 불규칙적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책을 매달아놓은 자동문은 주인장 윤성근의 센스다. 여전히 작동되는 축음기와 레트로 무드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득한 이 공간은 번쩍이는 주인장의 아이디어를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과 달리 초창기에는 ‘마을 만들기 운동’ 활성화로 쉼터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매장은 약 5천 권의 헌책으로 가득하다. “저는 특별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모든 책을 읽어보고 비치하는 것입니다. 책방 주인이 자기가 무슨 책을 팔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손님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습니다.” 주인이자 작가 윤성근이 말했다. 가게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게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 품질이 좋아야 한다. 헌책 감성이 좋아 책방 주인이 된 그는 여전히 헌책을 사러 나선다.
주소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18
인스타그램 @2sangbook
② 클럽 에반스
홍대 클럽 거리 한복판에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이름을 빌린 재즈바가 있다. ‘클럽 에반스’는 2001년을 시작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대를 향한 주홍빛 조명이 소규모 공연장 분위기를 조성한다. ‘슈퍼 잼 데이’인 매주 월요일은 윤석철 트리오가 생동감 넘치는 즉흥 연주를 진행한다. 다양한 밴드 공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연중무휴인 클럽 에반스는 스케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매번 다양한 재즈 장르를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매 분기마다 젊은 재즈 뮤지션을 선발하여 지원하지만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손님들은 매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위기의 가게를 방문한다. 칵테일과 맥주 등의 간단한 알코올로 목을 축이며 감각적인 라이브 밴드의 재즈 연주를 이곳 ‘클럽 에반스’에서 감상하길 바란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63
인스타그램 @jazzclub_evans
③ 이리카페
다양한 문화 행사 진행으로 예술가들의 창작 본능을 깨우는 카페가 있다. ‘이리카페’는 카페 외에도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 낭송회, 밴드 공연, 연극, 무용,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수년에 걸쳐 3백 회 이상 진행했다. 가게 이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에서 따왔다. 2004년 홍대 서교동 지점을 시작으로 2009년 여름에는 임대차 문제로 갈등을 겪고 쫓겨나듯 상수동으로 이전했다.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고. 새로운 사람은 새로이 이 공간에 스며들었습니다. 연어처럼 다시 나타난 사람도 있고요.” 2016년 건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한 차례 더 위기를 겪었지만 지역 상인과 손님들의 관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리카페는 운영난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서 유지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27
인스타그램 @yri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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