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도시전설

위기 속에 살아남은 오랜 전설.

UpdatedOn October 02, 2021

예상치 못한 변수를 안고 살아가는 시대다. 도시의 오래된 상점은 매 계약 시기마다 골머리를 앓으며 고비를 맞는다. 잔인하지만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남았다. 2000년대에 생겨나 지금껏 살아남은 오래된 문화 공간은 급격한 변화들을 견뎌왔다. 위기 속에서도 견고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공간이 전하는 단단한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이어서 소개되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리카페’ ‘클럽 에반스’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색 있는 공간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랜 기간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을 것이다. 버텨온 시간을 회상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고 싶었다.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689-461379-sample.jpg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은평구 녹번동에는 만화 속 풍경을 닮은 신비한 헌책방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2007년 은평구 주택가 골목 지하에 처음 자리 잡았다. 지금은 그곳에서 도보로 5분 정도 떨어진 곳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천장의 헌책들이 불규칙적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책을 매달아놓은 자동문은 주인장 윤성근의 센스다. 여전히 작동되는 축음기와 레트로 무드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득한 이 공간은 번쩍이는 주인장의 아이디어를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과 달리 초창기에는 ‘마을 만들기 운동’ 활성화로 쉼터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매장은 약 5천 권의 헌책으로 가득하다. “저는 특별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모든 책을 읽어보고 비치하는 것입니다. 책방 주인이 자기가 무슨 책을 팔고 있는지도 모른다면 손님에게 신뢰를 받기 어렵습니다.” 주인이자 작가 윤성근이 말했다. 가게가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게의 중심이 되는 콘텐츠 품질이 좋아야 한다. 헌책 감성이 좋아 책방 주인이 된 그는 여전히 헌책을 사러 나선다.
주소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18
인스타그램 @2sangbook

3 / 10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689-461381-sample.jpg

 

클럽 에반스

홍대 클럽 거리 한복판에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이름을 빌린 재즈바가 있다. ‘클럽 에반스’는 2001년을 시작으로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대를 향한 주홍빛 조명이 소규모 공연장 분위기를 조성한다. ‘슈퍼 잼 데이’인 매주 월요일은 윤석철 트리오가 생동감 넘치는 즉흥 연주를 진행한다. 다양한 밴드 공연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어울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연중무휴인 클럽 에반스는 스케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매번 다양한 재즈 장르를 선보인다. 이곳에서는 매 분기마다 젊은 재즈 뮤지션을 선발하여 지원하지만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손님들은 매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위기의 가게를 방문한다. 칵테일과 맥주 등의 간단한 알코올로 목을 축이며 감각적인 라이브 밴드의 재즈 연주를 이곳 ‘클럽 에반스’에서 감상하길 바란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63
인스타그램 @jazzclub_evans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689-461380-sample.jpg

이리카페

다양한 문화 행사 진행으로 예술가들의 창작 본능을 깨우는 카페가 있다. ‘이리카페’는 카페 외에도 문화예술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 낭송회, 밴드 공연, 연극, 무용,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수년에 걸쳐 3백 회 이상 진행했다. 가게 이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에서 따왔다. 2004년 홍대 서교동 지점을 시작으로 2009년 여름에는 임대차 문제로 갈등을 겪고 쫓겨나듯 상수동으로 이전했다.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고. 새로운 사람은 새로이 이 공간에 스며들었습니다. 연어처럼 다시 나타난 사람도 있고요.” 2016년 건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한 차례 더 위기를 겪었지만 지역 상인과 손님들의 관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이리카페는 운영난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서 유지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27
인스타그램 @yricafe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GUEST EDITOR 강예진
PHOTOGRAPHY 박도현

2021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위스키를 준비했어!
  • 2
    NO BOUNDARY PEOPLE
  • 3
    이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어묵 바 4
  • 4
    ‘레페 1839’가 전하는 가치
  • 5
    열아홉 나의 꿈은

RELATED STORIES

  • LIFE

    시그니처가 뭐길래

    아메키라노, 라떼 말고 다른 컬러와 조합으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 서울의 카페 4곳.

  • LIFE

    온전히 나를 위한 후회 없을 소비 6

    이번 주 아직까지 나를 위해 해준 일이 없다면, 지금 소개하는 여섯 가지 아이템을 기억해 둘 것.

  • LIFE

    서울의 밤 그리고 바

    점차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는 11월. 근사한 야경을 보기 제격인 바를 모았다. 서울의 특징적인 야경을 담은 도심 속 바 네 곳을 소개한다.

  • LIFE

    드라이브 가요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는, 가을 드라이브 플레이리스트 10

  • LIFE

    위스키를 준비했어!

    위스키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MORE FROM ARENA

  • FILM

    배리 X 조슈아

  • FASHION

    23 Small Leather Goods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닿는 가죽의 감촉만큼 익숙한 바람이 느껴지는 9월, 이달 게이트 폴더에서는 크기와 쓰임새가 다양한 가죽 아이템들을 고르고 골랐다. 페이지를 펼치면 매끈한 광택의 지갑, 보는 것만으로도 묵직함이 전해지는 가죽 아이템들의 진열을 만나게 될 것.

  • INTERVIEW

    우주소녀의 시간들

    누구보다 바쁘게 3년의 시간을 보낸 우주소녀 엑시, 설아, 보나, 은서를 만났다. 그들이 처음과 다른 지금의 생각들, 그리고 영원히 곁에 머물렀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했다.

  • DESIGN

    SUMMER NIGHT CITY

    잠들지 않는 서울과 열대야, 그리고 달리기.

  • INTERVIEW

    하성운의 바이브

    하성운의 바이브를 찾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주고받았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