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 Wardrobe 02
세상이 혼란해진 시기, 모두가 가상세계와 디지털 서비스를 브랜드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울 때 보테가 베네타는 오히려 현실의 가치에 집중했다. 그들은 오직 컬렉션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전하는데 최근 론칭한 ‘워드로브 02(Wardrobe 02)’ 컬렉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즐거움, 유머러스함, 편안함, 화려함 등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를 주제로 컬렉션을 풀어냈는데 이는 전작인 ‘살롱 01(Salon 01)’ 컬렉션과 궤를 같이 하는 바. 워드로브 02 컬렉션 역시 삶의 안식처인 집의 편안함을 바탕으로 의복을 착용하는 즐거움에 대해 설파한다. 편안한 언더웨어, 복슬복슬한 시어링과 슬라이드 등 가정에서 느낄 법한 따뜻한 향수를 부드럽게 푼 것이 포인트. 그 외에 단단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생동감이 도는 수트, 과감한 신발, 인트레치아토 패턴의 볼륨감과 색상을 살린 가방도 눈에 띈다. 스웨덴 싱어송라이터 네네 체리, 영국 현대 예술가 마크 레키, 영국 래퍼 겸 프로듀서 스켑타, 이탈리아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 등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모델로 참여해 ‘함께’라는 의미를 더한 캠페인. 시대의 흐름을 읽는 캠페인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로에베 A Show in a Book
조나단 앤더슨은 2021 F/W 컬렉션을 새로운 형태로 공개했다. 바로 ‘A show in a book’이라 명명한 하드커버 책을 발간한 것. 조나단 앤더슨은 200페이지 분량의 책에 대해 현시대에 대응해 고안한 새로운 컬렉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컬렉션 영감의 원천을 타계한 예술가 조 브레이너드로 삼았다. 조 브레이너드가 작업한 작품들 중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아트워크, 코믹스, 인쇄물과 시인 론 파젯과 평론가 에릭 트롱시의 에세이도 담았다. 컬렉션 역시 조 브레이너드의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콜라주 기법으로 만들어진 자카르 프린트가 의상과 액세서리 곳곳에 장식됐다. 책의 디자인은 로에베의 오랜 협력자 M/M(Paris)이 맡았으며 에이즈 및 질병과 싸우기 위해 예술을 활용하는 단체 비주얼 에이즈(Visual AIDS)를 통해 판매될 예정. 환경을 생각하는 로에베 Eye/LOEWE/Nature 컬렉션도 함께 담았으니 기발한 발상과 좋은 취지가 담긴, 여러모로 본받아야 할 컬렉션이다.
아크네 스튜디오 Acne Paper
그동안 아크네 스튜디오는 여타의 패션 브랜드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영화 제작 및 광고 디자인 회사에서 출발해 데님 브랜드를 거쳐 지금의 하우스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건축 문서를 발간하고, 전시도 진행했지만 가장 두드러진 행보는 2005년 창간해 2014년 폐간할 때까지 연 2회 매거진을 발행한 것이다. 그들의 장기인 건축은 물론 문학, 미술, 사진, 음악, 무대 등을 포함한 발행물. 편집장의 의도나 상업적 이해관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독립 매체를 표방한 인쇄물로 범예술적 이슈를 다뤘다. 그리고 올여름 아크네 스튜디오는 그간의 훌륭한 작업물들을 기념하며, 568페이지에 달하는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를 발간한다. 사울 레이터, 어빙 펜 같은 전설적인 사진가와 제이미 호크스워스, 비비안 사센 등 현시대를 이끄는 사진가들의 작품과 킴 존슨, 데이비드 린치, 틸다 스윈튼 등의 인터뷰와 칼럼까지. 예술에 대한 아크네 스튜디오의 사랑에서 탄생한 기념비적인 발행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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