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포토그래프
진실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마음을, 세계를 움직인다. 그것이 포토 저널리즘의 출발. 국내에서 4년 만의 <라이프> 매거진 사진전이자 3부작의 마지막 전시인 <더 라스트 프린트>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1천만 장의 방대한 <라이프>지 아카이브 중에서 20세기의 일상을 담아낸 것들을 골랐다. 과거 전시가 격동의 시대와 역사 속에 선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포착했다면, 이번 전시는 평범한 이들의 사적인 삶을 담는다. 지난 세기 보통 사람들의 생애사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고 닮았다는, 조금은 이상하고 묘한 안심이 찾아온다. 고요해 보이는 순간순간 속에서도 필름 너머엔 각자만의 파도가 일었으리라.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포토저널리즘의 기수들을 특별한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그 유명한 ‘종전의 키스’를 찍은 알프레트 아이젠슈테트, 전쟁의 참상 속에서 명성을 얻고 카메라를 쥔 채 죽음을 맞은 로버트 카파, 창간호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여성 종군 사진기자로서 파시즘과 인종차별과 맞서 싸웠던 마거릿 버크-화이트,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아낸 데이비드 더글러스 덩컨, 동물을 주로 찍었던 니나 린, 흑인 사진가이자 감독, 시인으로 폭넓게 활동한 고든 파크스, 태평양 전쟁을 발로 뛴 유진 스미스 등 기라성 같은 포토그래퍼 8인의 작업과 포토 에세이, 빈티지 잡지를 볼 수 있는 섹션이 마련됐다. 8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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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너머에
캔버스를 가르고 구멍 내어 표상 너머의 것을 바라본다. 그러자 비로소 거기에 있던 공간이 발견된다.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예술에 ‘공간 개념’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을 선보인 이탈리아 현대 미술가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이다. 어마어마한 가격에 작품들이 팔려나가는 폰타나의 첫 국내 단독 개인전으로, 그의 대표 시리즈인 ‘부키(캔버스를 뚫다)’와 ‘탈리(캔버스를 찢다)’ 작품 20여 점이 공개된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으로 도래한 우주시대, “우리는 기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색종이나 석고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회화를, 조각을, 시를, 음악을 초월해야 한다”고 선언한 그는 캔버스라는 물질을 초월해 공간과 시간 그 자체를 예술로서 담아내기 위해 한평생 천착했다. 어쩌면 때 이른 노력이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폰타나의 ‘Concetto Spaziale’(1952, excuted in 1956) 소유권을 분할 판매해 그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희귀한 기회도 주어지니 참고할 것. 7월 24일까지 갤러리 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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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처럼 음악처럼
없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감각의 착오로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처럼 보이는 현상. 전시 <환영 幻影: 실재와 환상의 사이>는 ‘붉은 산수’ 연작으로 알려진 작가 이세현과 영화 <버닝> <밀정> <악마를 보았다> 등 힘 있는 음악을 작업한 영화 음악감독 모그와 함께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순수 작가적 관점에서 음악을 작업한 모그는 우연한 소음들을 조합한 두 곡을 선보이며, 전시장에 작곡과 녹음에 사용된 악기를 설치한다. 오직 붉은색만으로 짙고 옅은 농담을 구사하며 세밀한 필치로 한 마을을 담아낸 ‘Between Red’와 마음 깊은 곳을 안개처럼 어루만지는 모그의 음악이 함께 어른거린다. 시각과 청각, 회화와 음악이 만난 이번 전시는 7월 31일까지 갤러리 구조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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